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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5로 대반격 시작한 LG전자] ‘재미있는 폰’으로 제3의 길 나서다 

모듈형 부속 기기 눈길 … 본체·모듈의 가격이 흥행 변수 

바르셀로나=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summary | ‘플래그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급진적인 재발명’ ‘독특한 접근’ ‘영리한 아이디어’…. LG전자의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G5에 대한 외신의 평가다. 다양한 모듈과 배터리를 탈부착할 수 있게 만든 아이디어로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가격이다. 경기 침체 등으로 지갑 열기를 꺼리는 분위기에서 소비자가 모듈까지 얼마나 살지에 흥행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이 2월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호르디 클럽에서 전략 프리미엄폰 G5를 소개하고 있다.
2월 21일 오후 2시(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호르디 클럽. 1800석 규모의 공연장 천장은 풍선 3만개로 가득했다. 리듬을 타며 어깨를 들썩이던 디제이가 경쾌한 클럽 음악을 틀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무대 위로 걸어나온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장(사장)이 반짝이는 조명 아래에 섰다. 조 사장은 “스마트폰 시대가 지났다고들 하지만 스마트폰 최고의 시절은 남아있다. 우린 스마트폰의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었다”며 G5를 들어보였다.

LG전자의 전략 프리미엄폰 G5가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6’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로써 LG전자는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또 한번의 추격전에 돌입했다.

프리미엄폰 G4·V10 판매 기대에 못 미쳐

LG전자가 이번에는 웃을 수 있을까. 시리즈 전작인 G4의 성적은 부진했고, 지난해 10월 내놓은 V10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LG전자가 MWC 삼성전자 전략폰 갤럭시S7 공개행사 보다 5시간 먼저 G5를 공개하며 승부수를 띄운 데는 이런 위기감이 반영돼 있다. G5의 출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에서 3월 말~4월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G시리즈는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낀 프리미엄 폰’으로 분류된다. 명품 폰의 위상이 확실한 애플 아이폰이나 삼성 갤럭시S,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는 화웨이·샤오미 같은 중국 단말기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다. 애플·삼성과 명품 경쟁을 지속하느냐, 가성비 좋은 폰에 집중하느냐의 선택 앞에서 LG전자는 ‘재미있는 폰’이라는 제3의 노선을 택했다. 조 사장은 공개 행사 뒤인 2월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애플과 삼성의 양강체제에서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바로 색다른 개념의 스마트폰인 G5”라고 말했다.

현장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LG전자가 현재 처지에서 택할 수 있는 길 중 가장 영리하고 적절한 전략’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폰을 보여준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G5는 ‘손안의 테마파크’를 표방한다. 조 사장이 공개행사에서 불러낸 ‘친구들’은 바로 ‘프렌즈’로 명명된 모듈형 부속 기기다. G5와 연결해 스마트폰 이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콘셉트다. 공개된 모듈은 총 8개. 이 중 2개(LG캠플러스·LG하이파이플러스)는 스마트폰 하단부의 기본 모듈을 서랍처럼 꺼내 분리하고 그 자리에 끼워 넣는 합체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마치 어릴 적 합체·변신 로봇을 갖고 노는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키덜트’를 위한 하이엔드 토이 같은 인상을 주는 제품이다. 모듈 8종은 G5 본체와 별도 판매될 예정이다.

G5 프렌즈 중 가장 관심을 모은 캠플러스는 카메라의 ‘손맛’을 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 캠플러스를 끼우면 DSLR 카메라처럼 셔터·줌 버튼을 직접 눌러 촬영할 수 있다. 손이 닿는 부분에 부드러운 그립감을 살리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특수 코팅 처리했다. 하이파이플러스는 고성능 오디오를 스마트폰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오디오 기업 뱅앤올룹슨이 참여한 이 모듈은 스마트폰이 낼 수 있는 최상위 수준의 오디오 성능을 제공한다. 일반 음원도 원음에 가까운 풍부한 음질로 높여주고 32비트, 384kHz의 고해상도 음원까지 재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유무선으로 G5와 연결해 쓰는 프렌즈 6종이 더 있다. LG전자가 처음으로 선보인 가상현실(VR) 헤드셋 ‘LG360VR’은 118g의 가벼움을 무기로 내세웠다. ‘LG 360 캠’은 사방이 촬영되는 스틱형 카메라다.

G5는 겉옷도 풀 메탈(금속)로 갈아입었다. 애플이 제시한 메탈 스마트폰이라는 표준에 삼성(갤럭시S6)에 이어 LG까지 합류한 것이다. 단, 아이폰 시리즈나, 갤럭시S와 달리 배터리 교환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스마트폰 본체 전체를 금속처리하는 경우 일체형이 불가피했다. 일체형은 디자인적으로는 매끈하지만, 배터리를 갈아 낄 수 없어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는 단점이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6에서 풀메탈을 채택하면서 결국 교체형 배터리를 포기했다. LG는 이를 아래로 빼내면서 배터리 탈부착이 가능토록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모듈을 더하는 방식으로 ‘트랜스포머 폰’을 만들어냈다.

부가적 즐거움에 얼마나 지갑 열까


▎LG캠플러스·LG하이파이플러스 등 G5의 주요 프렌즈 모듈.
이런 사고의 전환은 곳곳에서 보여진다. 조 사장은 “더 이상 제품 스펙만으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특한 가치를 끊임없이 생각해내고 그것을 만들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또 “양강이 강력한 프리미엄 폰 시장 상황에서 LG전자 제품은 의미있는 대안”이라며 “일회성 구매가 아니라 LG이기 때문에 구매하는 ‘팬덤’을 늘여가며 의미있는 글로벌 3등이 되겠다”고 말했다.

‘스펙’ 홍보에 대한 집착을 버린 것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갤럭시S7 공개행사에서 삼성은 스마트폰으로 확장되는 세계관, 가상현실(VR)의 미래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술적으로 정점에 달한 스마트폰의 스펙은 갈수록 개선되고 있지만, 이미 기술 ‘평준화’가 이루어진 탓에 일반 소비자가 큰 차이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다.

G5에 대한 국내외 언론이나 업계 반응은 좋은 편이다. IT 전문매체 폰아레나가 G5, 갤럭시S7 등 주요 스마트폰 공개 이후 실시한 온라인 설문에서 절반 이상(53%)이 사고 싶은 제품으로 G5를 택했다. 전문지 더 버지는 ‘플래그십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급진적인 재발명’이라고 평가했다. ‘독특한 접근’(포춘), ‘영리한 아이디어’(포브스)라는 분석도 나왔다. LG전자 측은 “미국 통신 사업자 반응이 좋았고, 전통적으로 LG폰이 약세인 유럽에서도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전문가 평가만으로는 G5가 시장에서 과연 성공적일지, 글로벌 시장의 몫을 얼마나 차지할 수 있을지 가늠하긴 어렵다. 가장 큰 걸림돌은 가격이다. G5는 최근 나온 프리미엄폰이 대부분 80만원 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LG V10은 79만 9700원이었다. 각각의 프렌즈 모듈의 가격대도 아직 미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한 성능의 제품을 개별적으로 사는 것보다는 저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모듈이 10만원대 이하라고 해도 부담스러운 액수다. 소비자가 기본 기능이 아닌 ‘부가적 즐거움’에 얼마나 지출할 의사가 있느냐에 따라 G5의 성공과 실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특히 최근 알뜰폰으로 선회하는 소비자가 늘었고, 통신비도 최대한 아끼는 추세가 강해 더욱 그렇다. 모듈 가격은 LG전자로서도 가장 골치 아픈 숙제라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번들(묶음) 판매 등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바르셀로나=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1324호 (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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