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Life

[후박사의 힐링 상담 | ‘데이트 폭력’ 갈등 극복] 후폭풍 걱정 말고 ‘삼진아웃’ 시켜라 

작은 폭력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법... 진솔한 대화도 필요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그녀는 6달 째 연애 중이다. 유복한 집안 출신의 남자친구는 회계사라는 직업을 가진데다, 미국 유명 대학 졸업이라는 스펙을 갖췄다. 훤칠한 외모에 모든 면에서 훌륭한 조건을 갖춘 이른바 ‘엄친아’다. 그녀도 국내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공공기관 취업에 성공한 미모의 재원 이른바 ‘엄친딸’이다. 누가 보더라도 이런 ‘엄친아’와 ‘엄친딸’의 만남은 부러워할 만한 일이다.

선배로부터 소개받고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설레고 좋았다. 직장 일로 분주했지만 최선을 다해 만났다. 달달하고 꿈같은 데이트를 여러 번 했는데, 언젠가부터 그에게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회사 일로 바빠 만남을 거절하고 싶은데, 그러면 심하게 화를 낼 것처럼 반응해서 데이트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다. 또한 만나지 않는 날에는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한다.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자꾸 물어보고, 즉각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메시지에 답하지 않으면 큰 소리를 내며 왜 그랬는지 따진다.

사랑과 관심의 표현인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그런 행동을 사랑과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종종 감정적·언어적 위협으로 느껴진다. 그녀는 여러 번 남자친구에게 이런 상황이 심각한 문제임을 지적했고, 그는 자신의 행동이 실수이고, 진심으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애원해 용서를 한 적도 있다. 그의 나무랄 데 없는 조건, 그간 쌓인 정이 있어 그녀도 헤어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 태도를 수용할 수는 없다. 계속 그런 행태가 반복된다면 이별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데이트 폭력은 남녀 교제에서 일어나는 신체적·언어적·감정적 폭력이다. 사생활 간섭, 잦은 연락, 소문내기 등 경미한 다툼부터 폭행, 강간, 자살 협박, 스토킹, 살인 등 심각한 범죄까지 포괄한다.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혼 남녀 10명 중 7명은 데이트 폭력을 경험하고, 3명 중 1명은 신체적 폭력을 당한다. 흔한 폭력 유형의 순서는 ①욕설 ②기물 파손 ③자존심 상하는 발언이고, 폭력 행사의 흔한 이유는 ①화난 것을 알리기 ②무의식적인 흥분 ③상대의 잘못이나 욕설이다.

투사적 동일시란 게 있다. 인간관계에서 지나친 기대를 할 때 일어나는 정신현상이다. 우선, 투사가 먼저 일어난다. 투사는 내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마음이 불안한데 상대가 불안한 것으로 생각하고, 내가 화가 났는데 상대가 화가 난 것으로 느낀다. 완전히 반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다음, 동일시가 일어난다. 투사로 인해 상대가 불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불안해 지고, 상대가 화를 낸다고 느끼기 때문에 나도 화가 난다. 인간관계가 완전히 꼬인다.

투사적 동일시는 부모자식이나 연인 같은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난다. 모든 아이는 부모자식 관계에서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성장한다. 충분한 사랑과 양육을 통해 투사를 버리고 건강한 동일시로 발전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불안정한 성격으로 남는다. 모든 남녀는 연인관계에서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서로를 깊이 탐색한다. 충분히 건강한 남녀가 만났다면, 사랑의 유대감을 통해 투사를 버리고 건강한 동일시로 발전한다. 하지만 한 쪽이라도 건강하지 않다면 남녀관계는 복잡하게 엉킨다.

데이트 폭력, 가장 가까운 연인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다. 남녀교제는 또 다른 대인관계다. 직장에서 성공해도 결혼에 실패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에 눈먼다. 사랑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건강한 남녀가 만났다면, 사랑싸움은 수용과 화해를 통해 극복된다. 그런데 한 쪽이라도 건강하지 않다면, 사랑싸움은 폭력으로 치달을 수 있다. 물론 건강하지 않은 쪽은 건강한 파트너를 통해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건강한 쪽은 건강하지 않은 파트너를 통해 피해를 보게 된다.

데이트 폭력, 과도한 집착에서 온다. 이성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어머니로 착각한다. “내가 화난 것은 모두 너 때문이다.” 통제부족에서 온다. 불편한 것을 못 참고, 힘든 환경을 못 견딘다. “맘대로 안 되면 다 부셔버릴 거야.” 거절공포에서 온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고 산다. “나를 버리면 지옥까지 쫒아갈 거야.” 가부장적인 성역할에서도 온다. 남성이 주도적이고 여성이 순종적인 관계를 강요한다. 이를 위해 폭력을 미화한다. “사랑하니까 폭력을 이해해야 한다.”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에게 탁월한 대처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전략적으로 대응하자. 폭력은 사소하더라도 넘어가면 안 된다. 폭력은 습관이다. 저절로 낫지 않고, 당연히 반복된다. 좀 더 잘 해줘서 사라진다면 의미가 없다. 언제까지 잘해 줄 것인가?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 치부를 건드리지 않아 호전된다면 위험하다. 언젠가 폭발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해도 믿어선 안 된다. 또 다시 반복될 것이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너 죽고 나 죽자’에 겁먹지 말아야

삼진아웃을 실행하자. 한 번은 봐 주자. 두 번까지는 실수로 보자. 하지만 세 번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미리 경고해야 한다. 세 번이면 가족이나 친지에게 무조건 알리자. 물론 낙인효과가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감추어선 안 된다. 정 비밀을 원한다면, 폭력행동에 대해 정신과 치료를 받도록 하자. 한 번만 방문해 진료해도 된다. 비밀이 보장되면서 법적인 잠금장치가 될 수 있다. 이것도 저것도 거절한다면 그냥 터뜨리자. 후폭풍을 생각하지 말자. 결혼 전 작은 폭력은 결혼 후 큰 사고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둘째, 기술적으로 대화하자. 폭력은 잘못된 대화에서 올 수도 있다. 처음 폭력이 일어났을 때, 원인을 철저히 탐색하자. 본의 아니게 서로가 폭력 유발자인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해도 폭력은 절대 갈등해소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원수를 사랑해도 폭력을 사랑해선 안 된다. 내가 화가 났을 때, 상대가 화가 났을 때 비폭력 대화를 적용해보자. ①모든 판단을 중지한다. ②상대의 감정을 느껴본다. ③상대의 의도를 파악한다. ④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폭력은 올바른 대화를 통해 예방된다. 대화는 질문과 경청으로 구성된다. 나 중심 대화에서 너 중심 대화로 나아가자. 질문의 최고 단계는 질문하지 않는 듯이 질문하는 것이다. 너 중심 대화에서 맥락 중심 대화로 이동하자. 경청의 최고 단계는 말하지 않는 것까지 듣는 것이다. 최고의 대화는 아무런 판단 없이 존중하는 마음에서, 상대의 입장을 정확히 공감할 때 이루어진다.

셋째, 단호하게 대처하자. 폭력으로 얼룩진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결혼은 인생의 중대한 사건이다.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아니면 아닌 것이다. 조건이 좋아, 투자한 게 아까워 넘어간다면 어리석다. ‘폭력만 빼고 모든 게 좋다’에 현혹되지 말자. 과감히 정리하자! 죄의식을 가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정이 들어 참는다면 말도 안 된다.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에 속지 말자. 깔끔하게 헤어지자! 연민감은 금물이다. 이별이 무서워 안 헤어진다면 정말 위험하다. ‘너 죽고 나 죽자’에 겁먹지 말자. 용기 있게 끝내자! 두려움은 정면 돌파해야 한다. 인생은 한 번 사는 길이다. 강인한 대처가 필요하다. “죽으면 죽으리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324호 (2016.03.0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