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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세 인하분 환급 꺼리는 수입차 업계 속사정은] 자동차 통관가격 공개될까 좌불안석 

소비자가 소송하려면 통관가격 파악해야 ... 공정위는 개입 여부 놓고 고심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aseokim@joongang.co.kr
지난해 정부의 자동차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인하 정책에 웃었던 수입차 업계가 정책 연장 발표에는 울상을 짓고 있다. 정책 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던 1월에 판매한 자동차의 개소세 인하분 환급 문제를 놓고 소비자와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수입차 업체는 대부분 1월에도 자체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지난해 12월과 비슷한 대수의 차를 팔았다. 개소세를 인하한 만큼의 가격에 차를 팔았기 때문에 추가 환급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소비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9~12월 차 값의 5%인 개소세를 3.5%로 깎아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차종 별로 수십~수백 만원씩 할인 혜택이 있었다. 이런 덕에 지난해 자동차 내수 판매가 연간 최대치 기록을 세웠다. 정부는 소비 진작을 위해 2월 2일 “개소세 인하 혜택을 올 6월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1월에 구매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해 주기로 했다.

국산차 업계는 1월에 차를 구매한 고객에 대한 환급 계획을 밝히는 동시에 정부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차는 3월 11일까지 해당 고객에게 차액을 환급할 예정이다. 제네시스 EQ900은 130만~210만원, 아반떼는 26만~44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쌍용차와 르노삼성도 개소세 인하 연장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용 손실보다 영업 비밀 노출이 걱정

이와 달리 수입차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개소세 인하분 환급을 거부하는 업체가 많다. 폴크스바겐·인피니티·볼보는 ‘이미 개소세를 깎아줬다’는 이유로 환급 불가 방침을 세웠다. 메르세데스-벤츠·BMW 등은 본사에서는 환급 의사를 밝혔지만, 현장 딜러사와 딜러 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1월에 차량을 구입했지만 개소세 인하분 환급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많다.

수입차 업계는 ‘이미 개소세 인하분 이상으로 가격을 할인해 팔았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환급을 꺼리는 진짜 이유가 있다. 개소세 인하분 환급 과정에서 지금까지 비밀로 유지했던 자동차 통관가격이 드러날 우려가 있어서다. 소비자가 차량을 구입할 때 차값의 일정분을 개소세로 내는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와 세관을 통관할 때 개소세를 납부한다.

수입차 업계가 좌불안석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소세 인하분을 환급할 경우 소비자는 이를 역산해 차량의 통관가격을 알 수 있다. 예컨대 소비자가 1월에 A차량을 4000만원에 구입했다가, 이번 개소세 인하분 환급으로 50만원을 돌려 받았다고 가정하자. 50만원은 통관가격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를 계산하면 이 차의 통관가격이 3333만원임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수입차와 딜러가 667만원의 마진을 남겼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통관가격이 제품의 원가인 셈이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통관가격은 수입사와 딜러사, 딜러와 고객의 관계에서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며 “개소세 환급에 따른 금전적 손해보다 통관가격 공개가 더 부담스러운 부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1월에 수입차를 구입한 일부 소비자들은 수입차 업계가 지금처럼 개소세 환급을 거부할 경우 집단 소송에 나설 태세다. 이들처럼 환급을 거부하는 수입차 업계에 맞서 소송으로 대응하려는 소비자들은 통관가격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정확하게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걸 입증하기 쉽지 않다. 수입차 업계의 독특한 시장 구조 때문이다. 똑같이 1월에 구입한 수입차라도 제품의 원가, 즉 통관가격이 다를 수 있다. 1월에 판매 된 차 중 일부는 지난해 12월에 통관한 차가 섞여 있다. 이미 정부의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받은 차다. 상당수 수입차 브랜드는 이미 싸게 들여온 수입차를 ‘2016년 1월까지 자체적으로 개소세를 인하한 가격(지난해 말과 동일한 가격)에 판다’고 홍보해 소비자에게 팔았다. 수입차 브랜드 입장에서는 “개소세가 인하된 가격에 들여와서 그 가격에 팔았으니 환급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한다. 정부가 개소세를 인하해줘서 낮아진 차 값을 마치 자신들이 고객에게 서비스로 깎아준 것처럼 광고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위의 처벌 대상으로 소비자를 속여서 올린 매출의 2% 이내에 해당하는 금액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1월에 통관된 차를 1월에 산 경우도 있다. 수입차 통관 때 매겨지는 개소세는 수입차 업체가 분기별로 일괄 납부한다. 수입차 업체가 1월에 들여온 차에 대한 개소세를 아직 납부하지 않았다. 정부가 개소세 인하 정책을 연장해 수입차 업체는 예상보다 적은 금액의 세금만 납부하게 됐다. 이로 인해 얻는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려주면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다. 그러나 이도 쉽지 않다. 시장에는 12월에 통관된 차를 산 고객과 1월에 통관된 차를 산 고객이 섞여 있다. 소비자는 동일한 차를 같은 가격에 샀는데 일부 고객만 환불해 주면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 있다. 결국 폴크스바겐·인피니티·볼보는 유형 구분 없이 개소세 환급 불가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몇몇 브랜드는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에 한해서 적당한 금액에 합의를 하는 형태로 보상하고 있다.

공정위 “사실 관계 확인 중”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통관 절차를 거친 차를 샀고, 그 통관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야 그에 맞는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12월에 통관한 차를 사고 개소세 환급을 거부당했다면, 수입차 업체의 과대 광고로 인한 피해를 입은 것이고 그에 대한 보상도 받아야 한다. 1월에 통관한 차를 샀다면 통관가격의 1.5%에 해당하는 정확한 금액을 환급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는 ‘통관가격’ 노출을 우려해 환급을 거부하고, 소비자는 정확한 피해 보상을 받기 위해 ‘통관가격’을 알아야 하는 대치상황을 맞고 있다.

이 매듭을 풀려면 결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투명하게 수사해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알리고 관련 업체를 처벌해야 한다”며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피해 소비자들을 모아 집단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아직까지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에 관련 혐의가 있는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 혐의점을 확인한 단계는 아니고 정식 조사에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1325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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