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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중심 상권 삼국지] 백화점·알파리움·골목상권 접전 예고 

삼성물산 이전, 제2테크노밸리 개발 호재 … 부동산값 오르고 상권 활성화 기대감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수도권 최대 규모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판교 중심 상권을 장악했다. /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경부고속도로 판교나들목을 나와 나들목 앞 고가차도를 넘으면 왼편으로 거대한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8월 개장한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연면적이 23만5338㎡로 서울 잠실운동장의 7배 크기다. 수도권 최대 규모다. 규모에 걸맞게 백화점은 주말에는 물론 평일에도 북적인다.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판교점은 개점 이후 100일 만에 2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100일 간 약 1000만 명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10만 명이 판교점을 방문한 셈이다. 특히 구매 고객 10명 중 5명은 10㎞ 이상 원거리 지역에서 판교점을 찾는 이른바 ‘원정 쇼핑족’이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해가 바뀐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말이면 백화점으로 향하는 차량들로 일대 교통이 혼란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1차 전쟁은 현대백화점 승리


▎아브뉴프랑을 중심으로 신분당선 판교역 인근의 군소 상가가 골목상권을 형성했지만 백화점에 밀려 주춤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은 주변 상권에 호재로 작용하는 예가 많았다. 사람을 끌어 들이는 집객효과가 높아 주변 상권이 함께 커지는 식이다. 현대백화점이 판교신도시 중심상업지구에 판교점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도 신도시 중심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실제로 원정 쇼핑객이 크게 느는 등 상권 자체의 볼륨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판교신도시에선 꼭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화점이 개장하면서 기존에 형성돼 있던 골목상권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백화점이 개장하기 전 판교신도시 중심상업 지구에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인 아브뉴프랑을 중심으로 신분 당선 판교역 인근의 군소 상가가 골목상권을 형성하고 있었다.

골목상권의 특성상 주로 식음료(F&B)가 많았다. 고객은 테크노밸리 임직원과 아파트 입주민이었다. 서울 강남과 이어지는 신분당선 판교역을 끼고 있어 장사도 잘 됐다. 2013년 4월 문을 연 아브뉴프랑은 상가 내부에 스트리트 구조를 적용한 F&B 전문 쇼핑몰로 평일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근 백현동 카페거리도 이국적인 분위기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상권이 굳건했다.

하지만 백화점이 문을 연 뒤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기존 골목상권 매출이 확 떨어진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 주변에서 외식업이나 소매점을 하는 상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백화점 입점 전 월 평균 3283만원이던 매출은 2718만원으로 17.2% 떨어졌다. 소매업 122곳의 매출은 개점 전보다 20.3% 떨어진 2959만원, 음식점 매출은 14.6% 감소한 2562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역상인 92%는 “백화점이 지역 상권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 백현동의 카페거리나 아브뉴프랑은 지나다니는 사람을 손에 꼽을 정도로 한적하다. 백현동 카페거리의 한 상인은 “현대백화점이 개장 이후 매출이 20~30% 줄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백화점과 골목상권이 함께 크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백화점과 골목상권 간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긴 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대규모 F&B가 들어선 때문이다. 백화점 지하 1층엔 국내 최대 면적의 식품관(1만3860㎡)이 있다. 축구장 2배 면적으로 뉴욕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이태원 경리단길 맛집 ‘마스터키친’, 대구의 명물 제과점인 ‘삼송빵집’ 등 108개의 식음료 브랜드가 들어서 있다. 지상 5층과 9층에도 식당가가 있다. 세계 식문화체험을 앞세워 해외와 국내 유명 맛집을 대거 입점시킨 것이다. 해외를 가야만 먹을 수 있었던 컵케이크, 브런치 카페 등 유명 디저트 브랜드 매장은 주말이면 길게 늘어선 줄로 꽤 오래 기다리지 않으면 주문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백화점의 식품관이 기존 판교역 골목상권의 고객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교신도시 중심상권을 둘러싼 전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백화점 인근에서 또 하나의 대형 상가가 문을 연다. 총 사업비가 5조 원에 이르는 알파돔시티(알파리움 쇼핑몰)다. 1단계 사업으로 아파트와 상업시설(C2-2·3블록)이 완공해 입주 중이다. 상가인 C2-2·3블록은 알파돔시티 1단계 사업 중 처음으로 개장하는 업무·판매시설로 오는 4월 말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다. 알파리움 쇼핑몰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상가를 목표로 업종을 구성하고 있다. 기본적인 F&B를 비롯해 여러 업종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백화점과 골목 상권 간 또 한번의 상권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상업용부동산 컨설팅회사인 인사이트그룹 이기태 대표는 “전반적인 콘셉트 자체는 다르겠지만 백화점이나 골목상권과 입점 업종을 완전히 다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돔시티 업무·판매시설 4월 말 오픈


▎알파돔시티의 업무·판매시설이 본격 문을 열면 판교상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사진:중앙포토
한 상가개발회사 관계자는 “중국 삼국시대에 벌어졌던 적벽대전(赤壁大戰)처럼 알파리움과 백화점, 골목상권이 일대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의 결과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견해가 갈린다. 지하철역이 가장 가까운데다 1000가구가 넘는 아파트를 배후 수요로 두고 있는 알파리움 쇼핑몰의 우세를 점치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백화점의 난공불락(難攻不落)을 외치는 전문가도 있다. 알파리움 쇼핑몰과 백화점 간 싸움에 골목상권만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달리 지난해 백화점이 문을 열었을 때와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얘기다. 알파리움 쇼핑몰 위엔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물산이 입주하고, 기존 테크노밸리 옆엔 제2테크노밸리가 개발되기 때문이다.

판교신도시의 제2테크노밸리 개발 사업은 지난해 12월 23일 기공식을 시작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제2테크노밸리가 완성되면 제1테크노밸리에 부족했던 입주 공간과 문화·편의 시설을 보완하면서 제1테크노밸리와 함께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를 이루게 된다. 삼성물산은 3월부터 서울 서초구에서 알파리움 쇼핑몰 위 업무시설로 이주한다. 직원만 3100여 명에 이른다. 제2테크노밸리에는 900여 개의 기업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태 대표는 “대기업이 입주하면 임직원뿐 아니라 중소 관계회사까지 따라오게 되므로 주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며 “백화점 개장으로 타격을 입었던 골목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1325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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