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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행 한 달] 첫술에 배 부르네~ 

1133명이 34개 기업에 18억7000만원 투자...목표 순항 중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사진:와디즈
지난 2월 22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로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책가방을 멘 젊은 청년부터 머리가 희끗한 중년 여성까지 연령대와 성별이 다양했다. 크라우드펀딩 온라인 중개업체 와디즈(www.wadiz.kr)의 크라우드펀딩 데모데이 행사를 찾은 이들이다. 이날 와디즈에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투자를 진행하고 있거나, 진행 예정인 6개 기업이 기업설명회(IR)에 나섰다.

행사에는 애초 신청자보다 많은 150여 명이 몰려 군데군데서 있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메모해가며 설명을 들었다. IR이 끝나고 스마트폰으로 가상 크라우드펀딩을 체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경영진과 얘기를 나눈 몇몇 투자자들은 즉석에서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예비 투자자 이성현(36)씨는 “유망한 초기 창업기업을 한 곳에서 만나고 여러 새로운 사업모델을 알게 돼 유익했다”고 말했다. 투자자 앞에서 회사를 소개한 수제자동차 업체 모헤닉의 김태성 대표는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크라우드펀딩 투자가 가능할까 했는데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을 보고 인식의 변화를 느꼈다”며 “정부기관이나 벤처캐피털(VC)의 투자도 중요하지만 십시일반 모은 자금으로 초기 사업의 물꼬를 틀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80명으로부터 3억원가량을 투자 받아 목표금액을 달성했다. 행사를 주최한 신혜성 와디즈 대표는 “투자자들이 투자하려는 기업의 얘기를 직접 들을 수 있게 정기적으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온라인 중개업체 인크(www.yinc.kr) 역시 3월 7일과 14일 서울 여의도와 강남에서 기업설명회 ‘인크데이’를 개최할 예정이다.

시행 한 달을 갓 넘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3월 3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크라우드펀딩 진행상황 및 안정적 정착 유도 방안’에 따르면 1월 25일부터 약 한 달 동안 1133명 투자자가 34개 기업에 18억7000만원을 투자했다. 금융위가 인가한 중개업체 오픈트레이드(www. otrade.co), 와디즈, 인크, 유캔스타트(invest.ucanstart. com), 신화웰스펀딩(www.wealthfunding.co.kr)을 통해서다. 시행 첫 날 펀딩 기업 18개로 출발해 16곳이 더 늘었다. 일 평균 접속건수는 14만 건에 달했다.

중개업체 기업설명회에 투자자 몰려


누가 투자했을까. 13개 기업의 펀딩을 진행 중인 와디즈가 한 달 동안 투자자를 분석한 결과 성별은 남성 77%, 여성 23%로 남성이 더 많았다. 연령대는 남녀 모두 30대가 각 45%, 47%로 가장 많이 투자했다. 다음으로 40대가 각 24%, 27%로 많았다. 투자금액은 30만원 이하가 4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200만~500만원이 30%, 100만~200만원이 16%, 30만~100만원이 11%였다.

투자에 참가한 34개 기업 가운데 모헤닉, 마린테크노(화장품 제조), 와이비소프트(낙상방지 휠체어), 신선(재생아스팔트), 디파츠(수입자동차 부품), 쉐어잡(구직 소프트웨어), 컨트롤클로더(고객맞춤형 패션플랫폼), 태주산업(원터치 멀티탭), 리벤(주방기구), 와이즈모바일(주차정보 앱) 등 10개 기업이 목표금액을 달성하며 펀딩(기업당 평균 1억 2500만원)에 성공했다. 와디즈와 오픈트레이드가 각각 4건, 인크와 신화웰스펀딩이 각각 1건씩을 성사했다. 박주영 금융위원회 투자금융연금팀장은 “30~50일의 펀딩 기간이 끝나기 전에 성공 사례가 다수 나와 초기 안착이 잘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혜성 대표 역시 “펀딩을 처음 시작할 때 세운 성공률 50%, 회사 한 곳당 평균 모금액 1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대로 순항하고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어 신 대표는 “시행 첫 날 하루 만에 목표금액 7000만 원을 모은 마린테크노에는 전문 투자자들이 일부 투자했지만 최근 펀딩에서는 일반인 투자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기존 금융회사가 투자하지 못한 유망 기업에 대중이 자금을 조달한다는 크라우드펀딩의 본질을 지켜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5월부터 스마트폰으로 투자 가능


하지만 시행 초기인 만큼 부정적 의견도 있다. 우선 개인용컴퓨터(PC), 그것도 인터넷 익스플로어 브라우저에서만 투자가 가능해 불편하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5월부터 스마트폰으로 투자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브라우저 호환작업은 하반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또 중개 사이트에서 곧바로 증권계좌 개설 페이지를 연결할 수 있게 해 사전에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중개업체들이 지적한 낮은 투자한도에 대해서는 수정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투자라는 점에 여전히 불안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는 40대 남성은 “중개업체들이 펀딩 기업을 꼼꼼히 검증하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별도의 보호장치가 없는 만큼 사업 내용을 더 명확하고 자세하게 알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개업체 관계자는 “투자기업 등록, 펀딩 중개 과정에서 나름의 규칙과 제도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기업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투자하려면 증권계좌 등록, 본인인증 등이 필요하다. 펀딩 기업들은 투자 절차를 간소화해 투자자들이 더 쉽게 시장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위는 더 이상 간소화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훈 인크 대표는 2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시장 규모를 500억~800억원으로 전망하며 현행 제도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낮은 투자한도, 기업이 투자금을 받기까지 2개월여 시간 경과, 복잡한 서류작업, 자금 회수시장의 유동성 부족 등이다.

금융위는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서 펀딩에 성공한 기업에 모태펀드를 이용한 매칭투자를 하거나 이들 중 실적이 우수한 기업은 코넥스(벤처·중소기업 전용시장) 상장이 용이하도록 지원하는 등의 후속 성장정책을 내놨다. 업계는 최근 중소형 증권사들이 새롭게 뛰어들며 시장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얼마 전 중개업자 신청을 한 IBK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과 전문 중개업체 2곳이 3월 펀딩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투자자들에게 많이 알리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대중(crowd)이 소셜 네트워크,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초기 창업기업에 자금을 조달(funding)하는 방식으로 국내에서 1월 25일부터 시행됐다. 기부·후원형과 다르게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 일반투자자의 연간 총 투자한도는 500만원(한 기업당 200만원). 펀딩으로 취득한 주식은 1년 이후부터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거래 시장 K-OTC와 2부시장인 K-OCT BB에서 거래할 수 있다. 크라우드넷(www. crowdnet.or.kr)에서 자세한 정보와 중개업체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1325호 (201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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