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눈으로 먹는 사탕 

 

사진·글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서울 마포구에 자리한 수제사탕 전문점 ‘비틀버그’. 화이트데이를 앞두고 민웅기(32)·남태윤(32) 대표가 사탕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한입에 쏙 들어갈 크기에 알록달록한 색깔과 모양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사탕 한 가운데 캐릭터 그림과 글씨도 있습니다. 이른바 ‘눈으로 먹는 사탕’입니다. 공동 대표인 민·남씨는 중학교 때부터 인연을 쌓은 친구 사이입니다. 대학 때 호주로 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멜버른에서 유명 브랜드인 캔디숍 ‘슈가’를 만났습니다. 남 대표는 이를 보는 순간 무릎을 쳤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수제 캔디숍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수제 캔디에 매료된 그들은 3개월 동안 무작정 수제사탕 전문점의 대표 셰인 힐스(42)씨를 따라다녔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와 비전·전략 등을 정리해서 보여줬어요. 3개월쯤 지나자 셰인 힐스가 초콜릿숍에 들어가서 일해보겠냐고 물었죠. 그때부터 수제사탕 기술을 배우는 긴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두 한국 청년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악착같이 일했어요. 일이 끝나면 사탕시장과 관련된 자료를 수집했고, 힐스씨에게 제조와 판매를 개선하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도 제안했어요.” 두 청년은 1년 6개월여의 노력 끝에 수제사탕 주방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탕 제조 기술을 배우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남 대표는 “가르쳐 주는 곳도 없고, 책도 없고 도제식으로만 배울 수 있다”며 “기술을 배우느라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이제 그들의 솜씨를 좀 볼까요? 빠르고 능숙한 손놀림이 이어지며 어느새 어른 몸통 만한 사탕 반죽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미리 뽑아 놓은 인쇄물을 보며 능숙한 솜씨로 사탕에 색을 입힙니다. 말랑말랑한 상태의 사탕을 가위로 오려 모양을 만듭니다. 그들의 손 곳곳이 상처투성이입니다. 뜨거운 설탕물에 데여서 생긴 영광의 상처죠. 사탕 만드는 기술의 핵심은 사탕반죽을 늘릴 때 균일한 굵기로 뽑아내는 거랍니다. 당기는 힘이 일정하지 않으면 사탕 안의 글씨나 문양이 잘 나오지 않는답니다. 엿가락 모양의 ‘설탕반죽’이 두 대표의 손길을 받아 수천 개의 사탕으로 태어납니다.

- 사진·글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1326호 (2016.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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