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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타운하우스] ‘출퇴근-중소형-3040세대’가 변화의 키워드 

아파트 대비 가격 부담 줄어... 전세 살아보고 구입할 만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운중동 월든힐스 전경. 테라스가 있는 단독형과 4층 높이의 연립형이 섞여 있다. /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1. 경기도 분당신도시 주상복합 아파트(158㎡형, 이하 공급면적)에 살던 현모(58)씨. 그는 최근 살던 집을 9억원에 팔고 인근 경기도 용인시 보정동의 타운하우스(188㎡형, 8억원)로 이사했다. 아파트를 더 가지고 있어봐야 가격이 오를 것 같지 않은데다, 집이 많이 낡아 보다 쾌적한 환경을 찾아 나선 것이다. 전에 살던 집보다 가격은 싸고 3층이어서 쾌적했다. 테라스·다락방 등을 더하면 실사용 면적은 60㎡ 정도 넓다. 현씨는 “집을 급매물로 팔아 새 집값을 치르고도 차액이 남아 추가 인테리어를 했다”며 “정원에서 꽃·채소를 가꾸고 지인들과 바비큐를 하며 함께 어울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2. 초등학생 딸을 둔 한모(42)씨는 지난해 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있는 한 타운하우스(105㎡형)로 옮겼다. 미국 파견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 3년 만이다. 도심 생활을 답답해하는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이사를 결심했다. 살던 서울 동대문 아파트(104㎡)를 3억7000만원에 전세 놓고 이곳으로 이사했다. 매입 가격은 3억8000만원이다. 한씨는 “고등학생이 되면 치열한 입시경쟁에 시달려야 하는데 어릴 때만이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었다”며 “출근 시간이 좀 늘어났지만 다른 기쁨이 커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타운하우스가 ‘중년의 로망’인 전원생활을 편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달라졌다. 2000년대 중반까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일반 주택 수요자가 아파트 대신 살 수 있는 집이 됐다. 덩치가 작아지고 가격 부담이 줄어든 덕분이다. 타운하우스는 단독주택 2가구 이상이 나란히 붙어 있는 형태의 주거단지다. 영국에서 등장한 말이다. 귀족들이 사는 교외의 웅장한 주택(Country House)이 있다면 도시 안에 있는 주택(Town House)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정원을 끼고 단독주택 여러 가구가 모여 있는 단지 형태로 달라졌다.

국내에서 타운하우스는 크게 두 가지 형태다. 1~2층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단지이거나 4층 이하 연립주택이 모여 있는 고급 연립주택단지를 말한다. 아파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보안시스템이나 커뮤니티 등이 갖춰졌다. 대개 산을 끼고 있고 단지 안에 개인 정원이나 공동 정원, 텃밭 등이 있어 전원생활을 맛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소형 평형으로 다시 분양하는 사례 늘어

일반 주택 수요자들이 타운하우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후반 들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 시장이 가라앉아 아파트값이 뚝뚝 떨어지면서다. 아파트값 전망이 불확실한데다 ‘힐링(Healing)’ 바람이 불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집을 고를 때 ‘재테크’보다 ‘삶의 쾌적성’을 더 따지게 됐기 때문이다. 전원주택 전문 업체인 대정하우징 박철민 대표는 “집값이 많이 오르기 어려워지면서 돈 벌기 어려운 아파트에 사느니 자연을 즐기며 쾌적하게 살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소형 바람이 불면서 문턱도 낮아졌다. 이전까지는 대개 198㎡ 이상 대형이었지만 팔리지 않자 크기가 줄어들었다. 덩치가 작아지면서 값도 싸졌다.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한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하우스디 동백 테라스는 전용면적 84㎡형으로 이뤄진 타운하우스다. 2008년 첫 분양을 시작한지 7년 만에 다시 주인을 찾아 나섰다. 분양 당시 198~297㎡으로 이뤄진 대형 단지였지만 대보건설이 허물고 다시 설계했다. 올 4월 분양 예정인 동백코아루 스칸디나하우스도 전용면적 84㎡형으로 이뤄진다. 이 단지도 2008년 남양 휴튼 트리니티라는 이름으로 분양했다. 당시 288~299㎡ 대형으로 설계됐다. 한국토지신탁이 집을 허물고 새 단장한다.

이전에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많이 찾았지만 요즘은 30~40대 중·장년층이 몰린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라움빌리지 1차(32가구)는 계약자 10명 중 7명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다. 경기도 가평군 달전리 북한강 동연재 1차(27가구) 계약자의 절반도 같은 또래다. 유학이나 출장 등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젊은 층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임채우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외국에서 타운하우스에 살았거나 보고 동경하는 경우가 많다”며 “비싸서 엄두를 못 냈다가 가격 부담이 작은 중소형 타운하우스가 늘어나면서 ‘한 번 살아보자’고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호하는 지역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대부분 타운하우스가 교외에 있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조성됐다.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렵고 대형마트나 학교 등을 찾기 어려운 지역이 많았다. 요즘은 서울 출·퇴근이 편한 경기도 용인·수원·파주·남양주시 등에 타운하우스촌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생활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택지지구가 인기다. 성남 판교신도시, 용인 동백지구, 고양 삼송지구, 화성 동탄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박대범 태경파트너스 본부장은 “한창 경제활동을 하고 자녀 교육을 시켜야 하는 중년층이 몰리면서 교통·교육·생활편의성이 중요해져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찾는 사람이 늘었지만 아직까지 아파트처럼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때문에 실수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세차익을 얻기는 쉽지 않지만 억대 웃돈이 붙은 지역도 있다. 판교신도시가 대표적이다. 2010년 6월 분양된 월든힐스는 분양가만큼 몸값이 올랐다. 전용면적 109㎡형 분양가는 7억3000만원이었지만 15억원 선이다. 테라스가 있는 전용면적 180㎡형은 20억원을 훌쩍 넘는다. 분양가는 13억5000만원 선이었다. 삼평동 판교로뎀공인 임좌배 사장은 “판교신도시는 서울 강남권이 20분대라는 입지가 크게 작용해서 값이 오른 특별한 경우”며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매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공동 관리비, 아파트보다 비쌀 수도

타운하우스 입성 계획이 있다면 먼저 전세를 살아보는 것도 괜찮다. 인근 아파트 전셋값과 비슷한 수준이다. 타운하우스 몸값이 내리면서 전셋값이 싸진 반면 아파트 전셋값은 급등했기 때문이다. 화성 동탄신도시 내뜰애 타운하우스 141㎡형은 3억 8000만~4억원에 전세 물건이 나온다. 99㎡ 크기의 정원이 딸려있다. 인근 포스코더샵 149㎡형 전셋값은 3억7000만~3억9000만원, 시범다은 래미안 139㎡형은 3억5000만~3억6000만원 선이다. 동탄공인 관계자는 “한번쯤 살아보고 싶지만 비싼 가격이나 자녀 교육 때문에 망설이던 이들이 전세물건을 찾는다”며 “전세를 살아본 후 실제로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단독주택이 아닌 연립주택형의 중간층이라면 여전히 아파트처럼 층간 소음을 신경 써야 한다. 관리비 수준도 파악해둬야 한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커뮤니티나 보안을 위한 공동 관리비가 아파트보다 비쌀 수 있다.

-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1328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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