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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야구장] 볼거리 많은 돔구장·시야 트인 팔각형구장·세계 최대 전광판 

베일 벗은 넥센·삼성·SK 새 둥지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국내 최초 돔야구장인 ‘고척스카이돔(고척돔)’. / 사진:뉴시스
프로야구 관중 800만 명 시대가 열릴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정규시즌 목표 관중을 868만3433명으로 잡았다. 지난해(736만530명)보다 약 18% 증가한 역대 최다 수치다. KBO가 800만 명 관중 유치를 위해 기대를 거는 팀은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다. 두 팀 모두 새 야구장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넥센은 국내 최초 돔야구장인 ‘고척스카이돔(고척돔)’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삼성은 국내 최초 팔각 다이아몬드 형태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새 구장 시대를 맞아 넥센과 삼성은 각각 구단 사상 역대 최다 관중인 60만 명과 84만 명을 올 시즌 목표 관중 수로 잡았다. 야구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새 구장은 어떤 모습일까.

고척돔의 가장 큰 장점은 ‘지붕’이다. 지붕이 생기면서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시즌 내내 경기가 취소될 일이 없다. 직접 경기장을 찾는 야구팬들은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넥센 주장 서건창(27)은 “날씨 영향을 받지 않고 야구를 한다는 게 가장 좋다”며 “3월 중순까지는 낮이더라도 야구를 하기 추운데 고척돔에서는 반팔 유니폼을 입고 훈련했다”고 말했다.

KBO, 새 구장 덕에 관중 800만 시대 열까


하지만 고척돔은 지난 11월 공식 개장 이후 혹평에 시달렸다. 2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돼 7년 만에 완공한 것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았다. 지붕 있는 외관을 보고 탄성을 질렀던 야구팬들도 정작 경기장 안에 들어가서는 눈살을 찌푸렸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좌석, 그라운드를 가리는 펜스, 경기 상황을 알아보기 힘든 조그만 전광판 탓이다. 관중들의 쾌적한 관람이 어려워 보였고, 선수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지붕 없는 더그아웃, 지하에 있는 불펜, 눈부신 조명 등이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이후 3개월 간 개·보수에 들어갔다. 고척돔을 운영하는 서울 시설관리공단은 선수와 관중들의 불만사항을 수집했다. 또 다른 8개 구장을 여러 번 방문한 뒤 야구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 개선안을 마련해 7억원을 투입한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 일렬로 31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가장 문제가 됐던 ‘기저귀 좌석(한 번 앉으면 화장실에 가기 어려워 기저귀를 차야 할 형편이라는 뜻)’은 사라졌다. 한 열당 3개 좌석을 철거해 통로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좌석이 1만8000석에서 1만6800석으로 1200개가 줄어들었지만 3월 시범경기를 찾은 관중들은 왕래가 자유로워진 좌석을 반겼다.

그 외 시정할 부분을 전부 고쳤지만 고척돔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전광판(가로 22.40m·세로 7.68m)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서울시설관리공단 돔경기장 운영처 양윤식 시설팀장은 “큰 전광판을 설치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며 “전광판 교체는 시간을 두고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장이 뻥 뚫린 구장에서 푸른 하늘을 보고 야구하던 선수들은 지붕이 있는 고척돔을 낯설어했다. 특히 지붕이 밝은 색이라서 선수들이 뜬공 수비를 하기 어려워했다. 시범경기에서 외야수들은 잡기 쉬운 뜬공을 놓쳐 점수를 주는 등 수비에 애를 먹었다. 염경엽(48) 넥센 감독은 “주간 경기에선 햇빛이 투과돼 시야를 가려 수비가 어렵지만 야간 경기에서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천장과 야구공을 식별하기 어렵지 않다”며 “다소 불편할 수 있는데 익숙해지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너무 작은 고척돔 전팡관 교체는 과제


▎KIA 타이거즈는 홈구장인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에 국내 야구장 최초의 놀이터를 만들었다. /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넥센의 주무기 ‘홈런’은 나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넥센이 지난 시즌 목동구장(펜스까지 좌우 98m, 중앙 118m)에서 117 홈런을 쳤다. 10개팀 중 홈런 1위(203개)였다. 하지만 고척돔은 목동구장보다 크다. 펜스까지 좌우 99m, 중앙 122m로 잠실구장(좌우 100m, 중앙 125m)에 버금가는 크기다. 펜스 높이는 3.8m로 잠실구장의 2.6m보다 높다. 시범경기에서도 홈런성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염경엽 감독은 “전 구단 선수 모두 고척돔에서는 홈런을 치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 팀도 이제 적극적으로 뛰는 팀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야구팬들은 시범경기부터 고척돔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고척돔에서 시범경기 10경기가 열렸는데 총 관중은 4만1929명이 들어왔다. 한 경기당 평균 4200여명이 고척돔을 찾았다. 넥센은 시범경기에서 보통 주말에 3000원~5000원 정도를 요금으로 받는 다른 구장에 비해 주말 입장료를 좌석당 1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평일보다 주말에 더 많은 관중을 모았다. 지난 3월 20일 삼성전에서 5292명이 유료 티켓을 사서 고척돔을 방문했다. 넥센은 시범경기 주말 입장료로 약 1억5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고척돔 못지 않게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총 사업비 1666억원을 들여 2013년 6월 착공해 지난 2월 25일 완공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관중 친화 구장으로 야구팬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타원형인 다른 야구장과는 달리 팔각형으로 지었다.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참고했다. 외야 좌중간 및 우중간 펜스가 일반적인 곡선이 아닌 직선으로 되어있다. 팔각형 구조는 관중석에서 시야 확보가 쉽다.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사이를 최대한 밀착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1·3루 베이스에서 관중석까지의 길이가 18.3m 밖에 되지 않는다. 익사이팅존과 파울 라인의 간격은 5m 밖에 안 된다. 모든 좌석을 투수 마운드쪽을 향하게 설계해 홈 플레이트에서 멀리 떨어진 일부 좌석에선 경기를 보기 위해 몸을 돌려야 했던 불편함이 사라졌다. 일반석 기준으로 종전 시민구장과 비교해서 좌석은 가로 48㎝에서 50㎝로, 좌석 앞뒤 간격 역시 80㎝에서 85㎝로 넓어졌다. 또 전 좌석을 지그재그로 배열해 앞에 있는 관중 탓에 시야 확보에 불편함을 느낀 이전 구장과 달리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좌석 지그재그로 배열해 편안하게 관람


▎국내 최초 팔각 다이아몬드 형태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 사진:중앙포토
그라운드를 남향이 아닌 북동향으로 배치한 것도 특징이다. 경기가 시작되는 오후 6시 무렵 그라운드의 83%에 그늘이 지도록 설계했다. 홈 팬들을 고려해 전체 좌석의 55%를 홈 관중석(3루측)으로 배치했다. 전광판은 직사각형에서 벗어나 그라운드를 상징하는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제작했다. 그라운드의 흙과 그물망, 외야펜스 안전쿠션 등은 메이저리그에서 쓰는 자재를 들여왔다. 11개 구역에 걸쳐 5000석의 이벤트석을 배치한 것도 팬들에 대한 배려다. 관중석은 2만4000석이다. 입석을 포함한 최대 수용인원은 2만9000명 정도다. 그라운드에는 인조잔디 말고 천연 잔디를 깔았고,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사용하는 흙을 도입했다.

기존 대구구장은 도심에 자리잡고 있지만 대중 교통이 불편했다. 새 구장은 종전 시민야구장과 비교하면 훨씬 방문하기 쉽다. 버스는 물론 2호선 대공원역에서 하차하면 편안하게 야구장 정문까지 팬들을 안내한다. 대공원역 4번 출구로 나와 30m를 걸으면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또 10m를 걸어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면 야구장 입구까지 안내한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지하철 출구에서 야구장까지 1분이면 충분하다. 시민야구장 앞 도로는 4차선으로 상습 정체 구역이었다. 주차 가능 대수가 워낙 적어 교통 수단을 늘 고민해야 했다. 새 구장은 수성 IC가 인근에 위치, 3분이면 주차장 도착이 가능하다. 야구장 정문은 왕복 10차선 도로여서 교통 체증 걱정이 없다. 최대 1117대의 차량만 주차할 수 있는 건 아쉽다.

완벽해 보이는 라이온즈파크에도 흠이 있다. 외야 펜스다. 라이온즈 파크는 좌우 거리가 99.5m에 가운데 담장까지는 122m다. 결코 작은 구장은 아니다. 하지만 특유의 팔각형 형태의 구조로 인해 좌우중간 펜스가 직선이라서 다른 구장에 비해 짧다.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가장 짧은 부분이 107~110m 정도다. 류중일(53) 삼성 감독은 “중앙은 괜찮은데, 좌우측이 가깝다”며 “우리 팀뿐만 아니라 원정 팀도 홈런이 많이 나올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상문(55) LG 감독도 “홈런이 평소보다 두 배는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중 친화적인 라이온즈파크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다. 3월 27일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K-삼성전에는 올 시즌 시범경기 최다 관중(1만6695명) 기록을 세웠다.

롯데, 사직야구장에 LED조명 첫 설치


▎SK 와이번스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세계에서 가장 큰 전광판인 ‘빅보드’를 설치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 총 40억원을 들여 국내 프로야구단 최초로 LED조명을 설치했다. /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기존의 다른 구장들도 새 단장을 하고 올 시즌 관중몰이에 나선다. SK 와이번스는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 세계에서 가장 큰 전광판인 ‘빅보드’를 설치했다. 농구 코트 3배 크기(가로 63m, 세로 18m, 총면적 1138.75㎡)로 무려 2580인치에 달한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 세이프코필드에 설치된 전광판(가로 61.42m, 세로 17.28m, 총면적 1061.34㎡)보다 총면적에서 77.41㎡ 더 크다. 새 전광판 공사를 위해 들어간 금액은 70억원 안팎. 모기업 SK텔레콤이 전광판과 모바일을 연동시키는 기술 구현을 위해 7억원을 투자했다. 전광판 운영을 위해 프로야구 최초로 작가와 방송 PD를 투입했다. 총 7대 카메라로 그라운드와 좌석의 여러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SK는 빅보드를 활용한 즐길거리도 준비했다. 공식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인 ‘플레이 위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경기 상황 등을 예측할 수 있는데 이 모든 게 빅보드에 전달된다. SK는 빅보드 설치로 2012년 이후 구단 사상 두 번째로 관중 100만 명 돌파를 꿈꾸고 있다. SK 홈구장 관중은 지난 시즌 81만명에 그쳤다.

롯데 자이언츠는 홈구장인 부산 사직구장에 총 40억원을 들여 국내 프로야구단 최초로 LED조명을 설치했다.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스타디움과 시애틀의 세이프코필드에 설치된 것과 동일한 조명이다. KBO 기준인 수평조도(내야 3000룩스, 외야 2000룩스)를 초과한 3800룩스까지 측정되며 조도 조절도 가능하다. 기존 조명등에서 보이는 눈부심과 빛 떨림이 없어 경기 중 선수와 관중들의 눈 피로도를 낮춰준다. 밝고 선명한 시야 확보가 가능해졌고 UHD중계방송 환경에 최적화돼 있다. 그리고 순간 점등기능과 통신기능을 활용한 조명이벤트를 통해 경기 외적인 볼거리와 재미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내야 그라운드 흙은 메이저리그 구장 사용 흙으로 교체했다.

KIA 타이거즈도 홈구장인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를 새로 단장했다. 국내 야구장 최초로 경기장 안에 놀이터를 만들었다. 전광판 하단 빈 공간에 다양한 놀이기구가 설치된 ‘미니 챔피언스 필드 놀이터’를 조성했다.

-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1329호 (2016.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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