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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지는 숙박앱 전쟁] 간단명료한 ‘여기어때’ 검색 세분화한 ‘야놀자’ 

숙박앱 시장 양강 체제 형성 ... 원조 모텔 예약사이트도 뒤늦게 앱 출시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방 하나 주세요.” “쉬다 갈거야, 자고 갈거야?” 모텔 입구에서 쭈뼛거리며 곤혹스러운 대답을 피할 수 있게 된 건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예전에도 호텔·펜션은 각 사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결제가 자유로웠지만 유독 모텔은 입구에서 ‘검문’을 거치는 것 외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던 2005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숙박앱 서비스를 시작한 ‘야놀자’가 등장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뒤이어 2014년 ‘여기어때’가 등장하면서 모텔은 더이상 음지에서 쉬쉬하며 묵는 음란시설이 아닌 호텔처럼 비교하고 고르는 숙박시설로 거듭나게 됐다. 현재는 여기어때와 야놀자가 숙박앱 시장을 양분하며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에 사활


후발주자인 여기어때는 지난 2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 수 500만 건을 돌파하며 신흥강자로 떠올랐다. 원조 숙박앱인 야놀자(660만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두 업체 모두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예약서비스를 제공한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우버 같은 택시서비스나 배달앱에서도 O2O 서비스를 활발하게 이용한다.

두 앱 모두 위치기반정보를 활용해 지역별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별·역주변·조건별로 나눴다. 조건별 검색 중 테마는 여기어때 26가지, 야놀자 32가지로 야놀자가 더 세분화돼 있다. 지역 검색 때 여기어때는 거리 순을 기본으로 대실 요금 낮은 순, 대실 요금 높은 순, 숙박 요금 낮은 순, 숙박 요금 높은 순으로 정렬해 업소를 볼 수 있다. 야놀자는 기본 순서, 인기순, 현 위치서 가까운 거리 순, 선호도 순으로 정렬 가능하다.

홈 화면을 살펴보면 여기어때는 대실예약, 숙박예약, 지역추천, 신축·리모델링 등 네 가지 메뉴가 뜬다. 야놀자는 이 같은 메인 화면 느낌을 건너뛰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숙박업소부터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정리된 느낌과 한 단계 건너뛴 실용성 차이로 어느 것을 선호할지에 대한 판단은 이용자 몫이다. 예약 시스템의 경우 여기어때는 예약하기 버튼을 클릭하면 객실 선택 및 예약자 정보를 입력하도록 페이지가 나온다. 예약 완료되면 예약 내역 확인 페이지가 뜨는 3단계를 거친다. 야놀자는 객실을 선택하고 예약하기 버튼을 클릭한 후 예약자 정보를 입력해 한 단계가 늘었다. 또한 ‘야놀자 바로예약’ 앱으로 연동해야만 예약이 가능해 전용앱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두 앱 모두 이용자의 예약정보가 유출될 경우 사생활 노출의 위험이 커 개인정보보호를 철저히 한다. 여기어때는 최근 업계 최초로 ‘e프라이버시’ 인증마크를 획득했다. e프라이버시 인증은 기업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활동에 대해 관련 법안에 근거해 개인정보보호협회에서 평가 및 인증마크를 부여하는 개인정보보호 우수사이트 인증제도다. 프라이버시와 관련해 회원의 최근 검색어, 찜한 모텔, 1:1 문의, 메시지함, 예약내역 등을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는 기록이 남는 것을 꺼리는 이용자에게 유용하다. 야놀자도 업계 최초로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213)을 획득했다. ISMS는 기업이 각종 위협으로부터 정보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모든 활동을 관리하는 종합적인 보안 시스템 인증이다.

두 업체는 편리성과 특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여기어때는 한국투자파트너스, 미래에셋 벤처투자사 등으로부터 1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투자 파트너스 박민식 투자이사는 “위드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 여기어때 서비스의 전략과 시장성 등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야놀자는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양사는 이 자금으로 R&D 투자에 더욱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모텔 숙박앱이 승승장구하는 반면 트렌드를 읽지 못한 원조 모텔예약 업체는 벌어진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2001년 한 포털사이트의 카페로 시작한 ‘모텔가이드(모가)’는 국내 최초 숙박 O2O서비스로 볼 수 있다. 주로 사용자가 남기는 리뷰를 중심으로 운영됐는데 한때 회원수가 50만 명에 달했다. 각 지역 모텔의 시설과 서비스, 요금, 예약 정보를 제공했는데 모텔 전문 VJ들이 제휴 모텔들의 시설과 서비스를 동영상으로 소개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 온라인 기반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는 시기에 발빠른 대처를 보이지 못했고 결국 숙박앱 전문 업체에게 주도권을 내줘야 했다.

모바일 트렌드 못 읽은 원조 예약업체


모가는 지난해 6월 뒤늦게 숙박앱을 론칭하고 본격적인 모바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다른 숙박앱과 마찬가지로 지역별, 또는 파티룸·바비큐 파티 등의 테마별로 모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통해 거리 순, 숙박요금 순으로 원하는 모텔을 찾아준다. 모가 관계자는 “모텔 제휴점 수로만 보면 단일 모텔앱 중 가장 많을 것”이라며 “앱 출시가 늦긴 했지만 원조 숙박 O2O 서비스의 노하우를 살려 개인정보보호나 예약시스템에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가와 마찬가지로 인터넷 카페에서 출발한 모텔투어(모투)도 모가와 쌍벽을 이루며 승승장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역시 카페 운영자가 일종의 홍보맨 역할을 하며 서울 시내 모텔 내부 사진을 찍어 올리고 회원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댓글을 다는 방식이었다. 야놀자를 창업한 이수진 대표가 이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모바일 서비스를 갖추지 못해 온라인 카페의 영광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숙박앱 시장 역시 끊임 없는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텔뿐 아니라 부킹닷컴·익스피디아는 물론 에어비앤비와 같은 글로벌 숙박앱이 우리의 경쟁상대”라며 “지속적인 투자와 더불어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1328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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