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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이상(理想) 아닌 진상(眞想) 추구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배신하고, 신의가 없고, 무자비하고, 종교심을 저버리는 것을 덕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이런 수단으로는 지배권을 잡을 수는 있어도 영광을 얻을 수는 없다. 무력을 사용해 권력을 손에 쥔 자는 어쩔 수 없는 가혹 행위들을 빠짐없이 면밀히 검토해 그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지 않고 단 한 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군주론 18장
마키아벨리는 숭고한 목적과 효과적 수단이 결합될 때 리더가 진정한 영광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목적과 수단은 별개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다. 목적의 정당성이 효과적 수단을 보장하지 않으며, 효과적 수단만으로 정당한 목적을 확보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리더의 기본 임무는 공동체를 위한 숭고한 목적을 세우고, 이를 효과적인 수단으로 실현하는 것이다. 리더가 자신과 당파를 위한 권력 획득과 유지에만 집착하고, 음모와 술수에만 의존한다면 권력은 획득할 수 있으되 영광을 얻지는 못한다.

마키아벨리는 시칠리아 시라쿠사 왕국에서 미천한 평민으로 태어나 왕위에 오른 아가토클레스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은 효과적이었으나 목적이 천박해 불명예를 안았던 대상으로 지목했다. 젊은 시절 방탕하게 생활하던 그는 군대에 들어가서 시라쿠사 군대의 사령관이 되고 나서 자신에게 반대하는 시민을 추방하거나 살해하고 시라쿠사의 왕이 됐다. 이후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도 성과를 거두어 권력 기반을 견고히 다졌다. 마키아벨리는 아가토클레스를 ‘사악한 방법’으로 군주가 되었으나 카르타고와의 전쟁에서 국가를 지켜내고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재능과 행적’을 인정한다. 하지만 권력의 두 가지 축인 정당성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효율성을 확보했지만 정당성이 부족해 영광스러운 군주라는 평가는 얻지 못했다.

새로운 질서를 수립하려는 통치자의 효과적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마키아벨리는 가혹한 행위는 단번에 실행하되 시혜적 행위는 여러 번으로 나눌 것을 권고한다. 가혹한 행위의 반복은 미움을 키우지만 단번에 실행하면 분노와 고통을 상대적으로 덜 느끼는 반면, 조금씩 지속해서 베푸는 시혜는 그 기쁨을 더 오래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1993년 IBM은 3년 간 누적 적자 180억 달러를 기록하며 침몰하고 있었다. 구원투수로 영입된 루 거스너는 전격적인 사업재편과 조직 재구축으로 화려한 부활을 이끌었다. 그는 ‘한 번 크게 얻어맞는 것이 떨어지는 물방울을 계속 맞는 고문보다 덜 고통스럽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1914년 IBM의 창립 이래 80년의 종신고용 전통을 깨고 11만 명을 감축하는 대신 구조조정을 단 한번으로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고, 실제로 2002년 퇴임할 때까지 ‘마지막 구조조정’이라는 공언을 지켰다.

고대 중국의 사상인 역성혁명(易姓革命)은 천명(天命)에 따라 통치자를 바꾸는 변화이다. 1차적으로 혁명과 역모의 갈림길은 성공과 실패에 있고, 2차적으로 혁명과 정변의 분기점은 거사의 목적과 성과에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열고 공동체를 발전시켰다면 혁명이고, 개인과 당파이익에 매몰됐다면 정변이다. 기업에서도 경영자의 시대적 사명이 있다. 환경변화에 따라 새로운 시대에 걸맞도록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내부를 정비하는 것이다. 경영자가 자신의 숭고한 사명을 인식해야 조직이 재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불가피한 진통이 조직 재탄생의 에너지로 승화될 수 있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1330호 (201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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