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진퇴양난에 빠진 아베노믹스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일본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2012년 작품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세 명의 청년 백수가 빈집털이에 나섰다가 남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인생 상담사가 되어 시공의 제약을 뛰어 넘어 신기한 기적을 만들어가는 얘기를 담고 있다.

2013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세 개의 화살을 준비했다. 양적완화, 재정확대, 구조개혁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일본 경제의 부활을 도모했다. 첫 번째 화살, 양적완화는 일본이 원조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기 위해 2001년부터 2006년까지 40조엔의 채권을 매입하면서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했다. 이미 1990년대 중반 이후 금리가 0%대에 진입한 일본은 금리 인하의 여지가 사라졌고, 남아 있는 통화정책의 수단은 그저 돈을 푸는 것이었다. 그러나 엄청난 돈을 풀었지만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디플레이션 탈출에 실패했다. 양적완화 조치가 종료된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일본은 다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의 늪에 허덕였다. 미국이 2008년 12월 양적완화 조치를 시행하기에 이르자 일본은 다시 2010~2011년 101조엔의 채권을 추가로 매입했다. 그리고 2013년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하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3년 간 220조엔의 돈을 풀었다. 지난 2월부터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는 극단적인 조치도 불사하고 있다.

두 번째 화살은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었다. 이미 세계 최대의 국가부채를 안고 있지만 경기 침체를 극복하려면 당분간 재정건전성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2012년 997조엔의 국가부채는 2015년 1045조엔으로 늘었다. 그러나 재정정책은 일관성을 잃었다. 2014년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인상했다. 그나마 8%에서 10%로 추가 인상을 늦추고 있을 뿐이다. 소비세가 인상되면 민간소비가 위축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 화살은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전략이다. 경직적인 시장구조에 경쟁을 도입하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특히 고도성장기에 형성된 종신고용제도와 연공서열의 임금구조를 타파하고, 여성과 외국인 인력 확충 등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노동시장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는 비정규직의 확산에 그치고 있고, 외국인 인력의 채용도 제한적일 뿐이다.

아베노믹스 3년 간 12분기 중 5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1.1%를 기록했다.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이다. 기업의 수익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도요타 등 엔 절하에 따른 수출 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이다. 올 들어 달러 강세가 주춤하면서 엔이 강세를 보이자 일본 기업의 수익도 급락하고 있다.

그나마 2013년 4%였던 실업률이 올 1월 3.2%로 떨어졌다. 그러나 아베노믹스 기간 동안 실질임금이 계속 하락했다.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명목임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근로자의 소득이 줄어드니 소비가 살아나기 힘든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고용의 질은 더 나빠졌다. 정규직이 감소하고 비정규직이 크게 늘어났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 왕윤종 SK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1331호 (2016.04.2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