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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례로 보는 ‘노인의 나라’] 억지·폭력·이기주의... 늘어 가는 ‘민폐노인’ 

노인 교통사고·범죄 눈덩이 … 은행 맹신하다 금융사기 피해자 전락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고령자 비율이 38%에 달하는 일본 사이타마현 하토야마 뉴타운에선 젊은이를 만나기 어렵다. 최근 일본에선 늘어나는 고령자의 범죄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4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인 일본에서는 최근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폭주노인’이 늘고 있다. 건강·운전·금전 등 나이 든 부모의 생활 속 문제를 떠안은 현역 세대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뇌의 기능이 쇠퇴하기 때문에 판단 능력이 떨어지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한다. 당연한 신체의 변화를 고령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다만 심각한 세대 간 대립으로 확산될 수 있는 문제를 그냥 둬서는 곤란하다. 누구나 언젠가는 고령자가 된다. 고령자에게 자각을 촉구함과 동시에 고령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막차 놓쳤으니 ‘택시비 내놔라’ 억지 요구


일본에서는 지난해 10월 아사히신문 독자 기고란에 실린 14살 중학생의 글이 큰 화제를 모았다. 내용은 이렇다. “하교길 버스에 타고 있었습니다. 버스 좌석은 전부 만석인 상태였습니다. 그때 60대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가방을 짊어지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저는 ‘괜찮으시면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웃기지마’ 라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당황한 저에게 할아버지는 ‘요즘 애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매뉴얼대로 행동하니 불쌍하구나. 자기도 앉고 싶으면서 꾸벅꾸벅 자리를 양보해주고 말이지. 그러기 싫은 건 이 정도 나이 먹으면 안다고!’라고 말했습니다.” 특이한 사례긴 하지만 당시 일본에선 이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

노인은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존경을 받는 존재다. 하지만 최근에는 돌연 화를 내거나 폭력을 휘두르고, 말도 안되는 요구를 하는 ‘민폐 노인’이 늘고 있다. 어느 철도회사의 한 사원은 “노인의 터무니없는 요구는 일상다반사”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말 늦은 밤 한 70대 노인 남성이 역무원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고 있었다. “어이, 택시비 내놔!” 이 남성은 도쿄도 내에 있는 어느 역에서 A역까지 가야 하는데 연말 송년회로 만취한 탓인지 전차를 잘못 탔다. 그러고는 노선도 역명도 전혀 다른 B역에 하차했다. A역과 B역은 거리상 50㎞ 이상 떨어져 있었다. 돌아갈 전차가 끊기자 그는 역무원에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직원은 거부했고, 이 노인은 “내일 수억엔짜리 상담이 있는데 만약에 시간에 늦으면 당신들이 책임질 거냐”며 따졌다. 그래도 응하지 않자 그는 “말단이랑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책임자를 데려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직원이 결말이 나지 않겠다고 판단해 “경찰서에서 이야기하자”고 말을 꺼내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돌아갔다.

다수의 증언에 따르면 최근 택시비뿐 아니라 ‘호텔비를 내라’ ‘첫차가 출발할 때까지 홈에서 기다리게 해달라’는 등 갖가지 요구를 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 역에서 발생하는 고령자의 횡포는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JR(일본철도) 6사와 일본민영철도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철도원에게 폭력을 휘두른 가해자 중 60대 이상이 2014년까지 5년 연속 1위였다. 전체 가해자 중 약 60%는 음주 상태였으며, 사건 발생 시간대는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5시가 가장 많았다. 술을 마신 뒤 막차 시간 전후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한 직원은 이렇게 토로한다. “고령자 중에는 타인에게 주의를 받거나 가르침을 받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기차표 자동발매기에서 곧잘 문제가 발생한다. 조작 방법을 모르는데 구입하려고 애쓰는 바람에 뒤로 줄이 늘어선다. 역무원이 도와주려 해도 ‘시끄럽다’고 거부한다. 그러면 사람들이 ‘빨리 하라’고 화를 내기 시작하고, 다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방법을 물어보면 금방 해결될 문제인데 말이다. 말이 안 통해도 뭐든 물어보는 외국인이 훨씬 수월하다.”

‘나를 돌봐주는 건 당연’ 자기 중심적인 노인 환자들


도쿄 신바시의 도쿄자혜의과대학 부속병원에는 2004년 ‘원내 파출소’로 불리는 시설이 설치됐다. 이곳에는 퇴직 경찰공무원이 배치돼 환자들의 폭력이나 악질 클레임에 대응한다. 파출소 설립 당시부터 지난해 3월까지 근무했던 전 경시청 직원은 “고령자 환자 사이엔 ‘노약자를 친절하게 돌봐주는 건 당연하다’는 상식이 있다”며 “이 때문에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기 쉽고, 폭력으로 이어지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사립대병원 의료안전추진연락회의가 2011년 11개 시설의 전 직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환자나 그 가족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일이 있다’고 대답한 직원이 40%를 넘었다. 병원 내 폭력을 휘두른 사람을 연령별로 보면 폭력은 70대, 성희롱은 60대가 가장 많았다. 폭언 역시 60대가 2번째로 많았다.

고령자 범죄도 심각한 문제다. 일본의 범법자 검거 숫자를 보면 65세 이상은 약 4만7000명으로 14~19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전체 검거 숫자는 감소하고 있음에도 고령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2.6배 증가했다. 고령자 인구 전체 증가율(1.5배)을 웃도는 수치다.

이른바 ‘민폐’ 고령자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은 또 있다.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고급 주택가에서는 최근 보육원 건립을 둘러싸고 주민의 반대운동이 있었다. 한 사회복지법인이 보육원을 지으려 하자 여러 주민이 ‘어째서 당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우리의 주거환경을 희생해야 하느냐’며 반대를 표명했다. 반대파 주민의 대부분은 고령자였다. 그들은 ‘보육원에 못 가는 대기 아동 문제는 이해하지만 좀 더 적절한 장소가 있지 않은가’라고 이야기했다. 자녀를 데리고 오가는 부모의 교통량이 많아지면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이들의 주된 반대 이유였다. 현재 세타가야구의 보육원 대기 아동수는 지난해 4월 1일 기준 1182명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이 때문에 구에서는 보육원 신설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예정지 30곳 중 5곳에서 주민의 반대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다.

제도나 룰을 자신의 입장에 맞춰 해석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고령자도 많다. 한 소매점 체인에서는 가전제품 ‘보증기간’에 관한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직원의 증언은 이렇다. “한 70대 여성이 ‘상품이 파손됐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매장은 보증기간이 지나서 무료로 대응할 수 없다는 취지를 밝혔다. 그러자 ‘오늘 아침에 고장 나긴 했지만 샀을 때부터 상태가 안 좋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더니 ‘망가질 위험이 있다는 설명은 받지 않았다’고 억지를 부렸다. 고장 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을 대체 누가 하나?”

잔소리형 민폐 행위도 있다. “손님은 입점 금지입니다.” 사이타마현에 있는 한 패밀리 레스토랑 점장은 딱 잘라 말했다. 계기는 60세 남성 고객이 점장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남성은 점원 접객에서 매장 청소까지 하나하나 지적해왔다. 맨 처음에는 점장도 ‘귀중한 의견 감사합니다’라고 응대했지만 이야기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뒤로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점장을 붙잡고는 내가 지도해주겠다는 듯이 30분 이상 지적을 늘어놓는 일이 계속됐다. 매장 측도 과도하다는 판단에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자 ‘나를 업신여기다니 말도 안된다!’며 매장 내에서 큰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매장 출입금지 조치는 부득이한 것이었다.

고령의 부모를 모시는 자녀의 걱정거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자동차 운전이다. 3월 3일 군마현 시내의 한 도로에서 73세 남성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등교 중인 초등학생 무리로 돌진한 가슴 아픈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남아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엑셀러레이터를 착각해 밟은 것이 원인이었다. 고령자가 제1당사자(과실이 가장 무거운 사람)인 자동차 사고는 연간 10만 건에 이른다.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으로 전체 자동차 사고는 감소 추세에 있지만 고령자 운전 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고령자 운전 사고의 34.8%는 안전 미확인이 원인이다. 운전 중 한눈을 팔거나 엑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를 착각하는 경우도 상위권에 속한다. 고령일수록 사망사고도 늘어난다. 연령별 면허보유자 10만명 당 사망 사고 건수(2014년)는 75세 이상이 10.5건으로 75세 미만(4.1건)에 비해 약 2.5배나 많다.

‘나는 괜찮아’ 과신이 낳은 고령자 운전의 비극


도코로 마사부미 릿쇼대학 심리학부 교수는 “운전은 확실히 고령자에게 적합하지 않은 작업”이라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고령이 되면서 쇠약해지는 신체기능은 운전에 필요한 능력과 중첩되는 부분이 많다. 운전에 필요한 정보의 80%는 시각을 통해 얻으며 시력의 감퇴는 운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대략 40대 후반부터 시작되는 노안으로 거리를 파악하는 능력이나 야간시력 등이 떨어지는데다 동체시력이나 정지시력도 저하한다. 보통 30대에는 양쪽 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봤을 때 180도까지 볼 수 있지만 65세가 넘으면 120도 정도만 볼 수 있어 시야가 좁아진다. 반응 속도 또한 느려진다.

그럼에도 직업 운전기사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다. 지난 1월 가루이자와 스키 버스사고는 15명의 목숨을 앗아가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기준 이하의 임금 계약, 엉성한 안전관리 등과 함께 직업 운전기사의 고령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사고 버스의 운전기사는 65세였다. 현재 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연령은 다른 직업과 비교할 때 높은 편이다. 2015년 영업용 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연령은 49.3세다. 전 산업 평균 43.1세에 비해 6세가량 높다. 버스뿐 아니라 자동차 운전을 하는 다른 직종도 대형 트럭 운전기사는 47.3세, 택시 운전기사는 59세로 평균 이상이다. 운전은 노동시간이 길지만 임금 수준은 낮다. 2015년 버스 운전기사의 평균 노동시간은 연간 2508시간으로 민간기업 정규직 사원 평균인 2136시간보다 350시간 이상 많다. 그러나 연봉은 426만엔으로 약 100만엔가량 적다. 장시간 일하는데 수입은 적으니 젊은층은 꺼린다.

상속분 감소 우려해 부모 재혼 꺼려

재산을 놓고 가족 간 분쟁을 겪는 경우도 늘고 있다. 도쿄도에 살고 있는 A씨는 얼마 전 아이치현에 사는 70대 아버지의 호출을 받았다.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 옆에는 모르는 중국인 여성이 앉아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왔으며 근처 주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아버지는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했다. 더구나 아버지는 ‘결혼할 거면 살 집을 마련해달라’는 여성의 요구로 중국인 여성의 명의로 집을 구입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 재혼한 여성이 법정 상속인으로 재산의 절반을 갖게 된다. A씨는 그런 아버지가 걱정됐다. 반려자가 세상을 떠나고 혼자 사는 고령의 부모가 갑자기 ‘재혼하겠다’고 말을 꺼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후생 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60세가 넘어 재혼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특히 남성의 경우 80세 이상도 400명을 넘는다. 사업 승계나 상속 문제를 담당하는 도쿄나카타쵸 법률사무소대표 하세가와 히로마사 변호사는 “유언장 작성이나 상속대책 상담을 위해 사무소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은 상속을 받는 쪽”이라며 “유언을 쓰는 본인이 오는 경우는 드물다”고 이야기한다.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70~80대쯤 유언장 작성이나 상속 대책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늙은 부모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애가 타는 자식이 어떻게든 해달라며 변호사를 찾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상속을 둘러싼 친족 간의 분쟁을 의미하는 ‘쟁족(爭族)’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금융범죄의 피해자로 전락하는 고령자도 늘고 있다. 도쿄에서 홀로 생활하는 한 80대 여성은 이렇게 회상한다. “판사는 ‘내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범죄자가 된 기분이었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 여성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올 1월 도쿄지방재판소에서 투자 사기를 둘러싼 소송 판결이 내려졌다.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앞서 나온 여성이다. 미쓰비시도쿄 UFJ은행 직원의 권유로 투자를 했다가 3억8000만엔의 피해를 입고 해당 은행과 직원에게 보상을 요구한 소송이었다. 그러나 여성은 패소했다. 2007년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으로부터 10억엔이 넘는 유산을 상속받은 이 여성은 지점 방문을 통해 알게 된 은행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그의 소개로 상당한 금액을 맡겼지만 2012년 달러당 75엔까지 진행된 엔화 상승으로 환손실을 크게 입었다. 손해를 만회하고자 은행원이 제시한 또 다른 해외 투자에 손을 댔다. 그러나 결과는 또 좋지 않았다. 일련의 경과를 지인에게 이야기한 후에야 여성은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투자 경험과 금융 관련 지식의 유무는 투자 손실을 둘러싼 각종 소송에서 종종 쟁점이 된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는 개인이 스스로 투자했다고 강조한다. 여성의 소송도 그러했다. 은행 측은 여성에 대해 “위험 부담을 인지하고 높은 수익을 바라는 운용경향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면담 기록을 통해 여성의 발언내용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여성은 총 10억엔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주체성이 결여돼 있었다. ‘전문가의 의견에 따른다면 크게 재산을 잃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에 추천 받는 대로 구입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이처럼 ‘은행이니까’ ‘전문가니까’라며 금융회사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경우가 흔하다. 특히 고령자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하다. 이 여성의 대리인인 모모야 가즈히데 변호사는 “고령자가 은행에 갖고 있는 신뢰는 절대적”이라며 “이 여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금액의 많고 적음은 차치하더라도 이 여성이 겪은 일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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