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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오 창업학 박사의 스마트 창업④ | 프랜차이즈 기업의 혁신전략(上)] 빼어난 가성비로 터줏대감 공략 

이디아커피 ‘저가격 중품질’ 먹혀... 맘스터치의 신시장형 파괴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이사

▎3월 31일 오전 서울 논현동 이디야빌딩에서 열린 이디야커피 15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문창기 대표가 그동안의 성과와 미래 성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싱커스50(www.thinkers50.com)에서 2년마다 발표하는 세계 경영학계 영향력 순위에 따르면 최근 10년 간의 ‘빅3’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와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다. 마이클 포터는 경영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는 과학적 방법론에 근거한 경쟁전략으로 1980년 이후 30년 간이나 경영학계 주류의 대부로 군림했다. 2005년 이후 블루오션 전략의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와 혁신전략의 크리스텐슨 교수가 경쟁전략에 대응하면서 탄탄한 지지층을 형성해왔다. 경쟁전략은 독창적인 위치를 선정해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경쟁 자체를 피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재구축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이론이다. 혁신전략은 인지심리학 유파의 경영이론으로 인간의 과학적 능력은 한계가 있으며, 이 점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한다.

로엔드 시장→하이엔드 시장으로 진입

혁신전략의 창시자는 조지프 슘페터다. 그는 혁신을 새로운 조합(new combination)이라고 했다. 경영학자들은 기업이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행동을 탐색이라고 하고,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을 개량하고 동질의 지식을 축적해 그것을 유용하게 하는 것을 활용 또는 심화라고 한다. 이런 지식의 탐색과 지식의 심화가 균형을 유지해야 기업 혁신의 성과가 높아진다. 그런데 크리스텐슨 교수는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성공한 혁신기업일수록 지식의 탐색을 소홀히 하게 되어 파괴적 혁신이 발생했을 때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에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있다. 전자는 늘 기술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존속적 기술에 의한 혁신이다. 주류 시장과 고객(주주·소비자·거래처 등)의 요구에 부합하는 혁신이다. 후자는 성능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파괴적 기술에 의한 혁신이다. 시장의 규모도 작고 고객의 요구에도 부합하지 않는 혁신이다.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는 과정은 이렇다. 기업이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혁신에 성공하면, 기술이 시장의 니즈를 초과하는 성능의 과잉공급 상태가 발생하는데, 이때 시장에서는 성능은 떨어져도 가격이 저렴한 기술을 원하는 공간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이 시장은 로엔드 시장으로 기존의 성공한 혁신기업이 들어가기에는 규모가 너무 작다. 따라서 신생 기업이 ‘저성능 저가’의 파괴적 기술로 로엔드 시장에 진입하게 되는데, 일단 진입해서 자리를 잡으면 상위 주류 시장을 목표로 빠르게 기술개발을 해나간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파괴적 기술은 상위 주류 시장의 성능과 비슷한 기술을 확보하고, 여전히 가격은 저렴해 주류 시장을 잠식하게 되는 것이다.

파괴적 혁신은 기술과 시장의 변화가 빠른 산업일수록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프랜차이즈산업은 트렌드의 변화가 빠르고, 새로운 기술이 수시로 등장하는 변화무쌍한 시장이다. ‘이디야’는 중저가 커피를 내세워 파괴적 혁신에 성공했다.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의 주류 시장은 스타벅스·커피빈·카페베네·엔젤리너스·탐앤탐스·할리스·파스쿠치 등이었다. 이들은 커피 맛과 품질, 인테리어 등에 초점을 맞춰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이디야는 커피 가격이 주류시장 브랜드보다 1000원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로엔드 시장을 파고들었다. 가맹점포 규모는 중소형으로 해서 창업비용도 대폭 줄였다. 맛과 품질, 인테리어, 그리고 중심 상권 입점 경쟁을 하고 있던 커피전문점 혁신기업들은 초기에 이디야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디야는 로엔드 시장 진입 후 지속적으로 맛과 품질을 개발해나갔다. 동시에 국내 커피산업의 발달로 커피의 수입과 원두의 유통도 원활해졌다. 주류시장 커피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졌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품질 또한 나쁘지 않은 이디야 커피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정부의 골목상권 보호 정책도 대기업이 아닌 이디야를 비켜갔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는 가운데 이디야는 국내 커피산업의 발달과 함께 주류 시장을 위협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것이다.

품질 뒷받침 돼야 혁신 가능


▎치킨·수제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가맹주의 창업비용을 낮추기 위해 주요 상권을 포기하고 대기업이 들어가지 않은 틈새시장을 주목, 공략하고 있다.
이제 이디야 커피에 대항하는 새로운 파괴적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1000원대의 가격 파괴 커피 전문점과 주스 전문점, 1000원 이하에 판매하는 편의점 커피와 캡슐커피 등이 그것이다. 맛과 품질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1000원대 커피 및 주스 전문점의 파괴적 혁신이 성공하려면 지속적인 기술(맛과 품질) 개발을 해나가야 한다. 점포의 객단가를 올릴 수 있는 디저트 메뉴의 다양화도 필요하다.

‘한솥도시락’은 1993년 종로구청 앞에서 26.4㎡(약 8평) 규모의 점포로 시작했다. 당시 배달 전문 도시락 프랜차이즈가 10여 개 성업할 정도로 도시락 붐이 일고 있었다. 한솥도시락은 배달을 하지 않고 테이크아웃 판매만 했다. 배달을 하지 않으면 가격을 20% 이상 낮출 수 있었다. 파괴적 혁신이었다. 게다가 치밀한 원가계산과 조리 매뉴얼 및 도시락 세팅 매뉴얼을 과학화 해서 가격을 더 낮췄다. 경쟁 브랜드들이 3000~3500원에 판매하던 도시락을 한솥은 970~2500원에 판매할 수 있었다. 더불어 점포 수가 늘어나면서 원부자재 구매력이 높아졌고, 그만큼 품질은 더 좋아졌다. 23년이 지난 지금도 한솥도시락 메뉴의 주 가격대는 3000~5000원대로 저렴하다. 당시 경쟁하던 브랜드들은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한솥도시락은 가격 대비 품질, 즉 가성비가 높은 도시락으로 인정받으면서 690여 개 점포가 있는 국내 1위 도시락 체인으로 성장했다. 이제 한솥 도시락은 도시락 전문점에 대항하는 파괴적 기술인 편의점 도시락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1990년대 이후 국내 시장을 장악했던 패밀리레스토랑은 2010년대 이후 보다 저렴한 가격과 품질을 갖춘 브랜드의 파괴적 혁신에 무릎을 꿇었다. 그 최전선에 ‘애슐리’의 파괴적 혁신이 있었고, ‘서가앤쿡’도 2인 1메뉴의 파괴적 기술로 혁신에 성공했다.

기존 시장과 다른 가치 기준에 의해 생겨나는 신시장형 파괴적 혁신도 있다. ‘맘스터치’는 학교 앞 등 골목상권에 입점하는 수제버거&치킨 전문점으로 파괴적 혁신에 성공했다. 맘스터치가 부상할 시기 전까지 수제버거는 중심 상권에서 고가로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대가 7000~8000원 대부터 1만원이 넘어 대중화에 실패했다. 또한 5년 전만 해도 맥도널드·롯데리아·버커킹 등 패스트푸드 햄버거 브랜드도 주로 중심 상권에 입점하고 있었다. 맘스터치는 3000원 대 수제버거를 골목상권에서 선보이면서 학생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시간을 내서 시내 중심가로 나와야 먹을 수 있던 수제버거를 가까운 동네에서 패스트푸드 햄버거 가격과 비슷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시장형 파괴적 혁신을 이룬 것이다. 이제 맘스터치는 중심 상권에도 속속 입점하면서 주류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강병오 -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중앙대에서 국내 1호로 창업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FC창업코리아 대표이사와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로 글로벌 프랜차이즈학과장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창업가정신, 벤처창업, 프랜차이즈 전략 및 자영업 창업 등이다.

1333호 (2016.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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