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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기업 이익 늘어도 주가는 ‘글쎄’ 

비용 절감 따른 긴축효과 … 원자재 가격도 슬금슬금 오름세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ummary | 1분기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은 비용 통제에 따른 걸로 추정된다. 지난 몇 개월 사이 우리 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익 증가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비용 감소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동안 시장은 비용을 줄여서 얻은 이익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1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실적 발표를 마친 150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늘었다. 실적 발표가 시작되기 전 예상치 -3%는 물론, 이익 발표 과정에서 상향 조정됐던 전망치 모두를 뛰어넘었다. 작년 1분기에 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은 사상 최대인 35조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올 1분기는 거기에서 또 4.5%가 늘었다. 앞으로 전망도 괜찮다. 2월 중순 이후 이익 전망치가 높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바닥보다 1조5000억원이 늘었다. 분기별 수치를 보더라도 2분기 이익 전망치가 35조2000억원, 3분기 37조8000억원, 4분기 34조1000억원으로 1분기를 제외한 3개 분기 모두 이익이 작년보다 15% 이상 늘어날 걸로 전망하고 있다.

이익이 늘어나면 주가도 그만큼 오를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실적 예상치가 나오던 4월 말부터 상장기업 전체 실적이 생각보다 괜찮을 거란 전망이 있었지만 종합주가지수가 오르지 못했다. 시장이 숫자 이상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에 영업이익이 4.7% 늘어나는 동안 매출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매출이 늘지 않으면 이익도 정체하거나 줄어드는 게 대부분인데 이번에는 매출과 이익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매출과 이익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이런 모습은 두 가지 경우에 나타난다. 먼저 고부가가치 상품이 개발된 경우다. 원천 기술을 이용해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제품을 만들어 내거나, 원래 있던 제품보다 훨씬 더 나은 기술을 채택한 제품이 개발될 경우 매출 규모에 상관없이 많은 이익이 난다. 또 하나는 비용이 줄어드는 경우다. 인건비나 원자재처럼 덩치가 큰 비용을 강력하게 통제하면 이익이 빠르게 늘어난다. 1분기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은 비용 통제에 따른 걸로 추정된다. 지난 몇 개월 사이 우리 기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냈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익 증가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비용 감소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동안 시장은 비용을 줄여서 얻은 이익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2010년과 2013년을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009년 상반기에 금융위기 여파로 상장사의 분기별 매출액이 6개월 사이에 278조에서 238조로 줄어든 적이 있다. 2009년 하반기부터 회복되기 시작해 2010년 4분기에 매출액이 355조로 다시 늘었다. 이 때 영업이익 역시 4조8000억원에서 27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와 달리 2013년에는 2분기 매출액이 571조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이후 1년 반 가까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영업이익도 30조를 중심으로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주가는 2009~2010년에는 1200에서 2000까지 상승한 반면, 2013년에는 계속 좁은 폭에 머물렀다. 작년도 비슷하다. 1분기에 영업 이익이 31조3000억원에서 35조3000억원으로 13.2% 늘어났음에도 주가는 5.9% 오르는 데 그쳤다. 투자자들이 매출이 2.2% 감소한 걸 영업이 부진한 증거로 생각한 때문이다.

1분기 비용 개선의 주역은 원재료 가격 하락이다. 2월 중순에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대 중반까지 내려간 게 수익 개선에 기여를 했다. 앞으로가 문제인데, 원자재 가격 영향이 1분기와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 유가가 2월 저점 대비 70% 상승했고, 분기 평균치도 1분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원자재를 구입한 후 실제 생산에 투입될 때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당장 비용이 급증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이 달라졌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1분기 실적 호전이 주가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가격을 계속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진 못할 것 같다.

미국의 기업 실적은 예상했던 수준이지만 감소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연초만 해도 미국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소폭 늘어날 걸로 예상했는데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8% 감소로 전망이 바뀌었다. 에너지·원자재 기업의 실적 둔화가 원인인데, 나머지 업종들도 상태가 좋지 않다. 실적 발표가 시작되면서 전망치가 현실이 됐다. 미국의 이익 증가율이 -7%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익 감소 기간이 작년 2분기부터 4분기째 이어지고 있는데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이다. 감소율도 2009년 1분기에 -26.9%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다. 2009년 당시는 금융 위기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였으므로 이익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지금이 그 때 실적과 비교된다는 건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이 1년 넘게 힘을 쓰지 못하고, 지금도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실적 때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전망도 좋지 않다. 연말까지 영업이익이 현재 수준에서 횡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거시지표도 계속 둔화

독일·일본·중국 등도 비슷한 모습이다. 독일의 경우 이익 전망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아 주식시장에 얼마나 모멘텀이 될지 의심스럽다. 일본과 중국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이익 전망이 계속 내려오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기업 이익은 거칠게 보면 경제 성장을 구성하는 부가가치를 기업 단위로 짤라 놓은 것이다. 따라서 세부적인 숫자에는 차이가 있어도 전체적인 흐름은 거시경제 지표와 비슷하게 나타난다.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 높아졌다가 하반기에 다시 2.5%로 낮아질 걸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성장 전망이 좋지 않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0.5% 상승에 그쳤다. 2014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이며 작년 4분기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남은 기간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장률이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일본과 유럽은 1%를 넘기는 것도 버거워하고 있다.

거시경제 지표 둔화는 기업 이익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국내외 모두에서 이익이 주가에 대부분 반영됐다. 미국의 경우 금융 위기 이후 10분기 넘게 사상 최고 이익을 경신하던 기간에 주가도 2.5배 올랐다. S&P 500 지수의 PER(주가순이익비율)이 IT버블 때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정도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분기당 35조가량의 영업 이익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기간이 6년 가까이 이어져 현재 이익 수준에서는 종합주가지수 2000이 적절하다고 보는 게 맞다.

-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334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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