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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리더십은 사랑과 두려움의 합주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군주가 사랑을 받는 것과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 중 어느 쪽이 좋은가 하는 점이다. 누구나 양쪽을 갖추기를 원하겠지만, 이는 어려운 일이다. 만일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군주론 17장
누구나 착하고 선량하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지사인 상황에서 마키아벨리는 인간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냉정하게 다루고 있다. 군주가 사랑과 두려움을 모두 받는 것은 어렵고, 굳이 선택하라면 두려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는 주장은 도덕군자들과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사람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자보다 사랑을 베푸는 자를 해할 때 덜 주저하는 법”이며 “비록 사랑을 얻진 못해도 미움받는 일은 피해야 한다”라는 군주론 17장의 다른 대목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두려움을 정확히 표현하자면 ‘공포’ ‘무서움’보다는 ‘공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감정’인 경외감에 가깝다. 본질은 리더가 공포의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되지만 경멸의 대상으로 얕잡아 보여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리더십은 실체가 있지만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기에 다양한 입장이 있다. 그중에서 ‘선행을 베풀고 사랑받는 리더가 조직을 성공시킨다’는 류의 주장은 항상 인기를 끌게 마련이다. 리더가 친절히 대하고, 물질적으로 베풀면 자연스럽게 사랑받고 조직은 성공한다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다른 측면이 있다. 리더가 사랑받는 것은 중요하지만, 사랑받는 리더가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분야별 전문가들이 조화를 이루어 최고의 성과를 내는 조직모델에 흔히 비유하지만 실제로는 지휘자와 연주단원이 항상 조화(harmony)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화음을 이루어 음악을 연주하는 교향악단이지만, 속사정은 복잡하고 불협화음을 내는 게 오히려 일상적이다. 화음을 이루어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연주자들이라고 해서 조직도 항상 화음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존심 강한 연주자를 이끌어 최고의 성과를 끌어내는 것이며, 이를 위해 강력한 카라스마의 리더십, 부드럽고 친밀한 리더십 모두 필요하다. 최악의 지휘자는 교향악단을 엄정한 규율과 자부심에 근거한 전문가 조직이 아니라, 어줍잖은 친밀감과 동료의식으로 아마추어 동호인 모임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였던 마에스트로 마렉 야노프스키는 독특한 스타일을 지녔다. 음악 해석에 대해 단원과의 토론이란 없고 자신의 의도 대로 연주하지 않으면 용납하지 않았다. 단원들의 불만이 높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실제는 반대였다. 단원들이 야노프스키를 인정한 건 엄정한 평가가 내려지는 냉혹한 무대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는 어수선했던 프랑스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을 맡아 일류 악단으로 끌어올렸으며, 베를린방송교향악단을 손꼽히는 명문으로 변화시켰다.

20세기 초반 뉴욕필하모니의 상임지휘자로 거장 반열에 올랐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는 말년에 “나는 일생 동안 민주주의자였지만 음악에서는 독재자였다”고 회고했다. 리더가 성공하려면 ‘사랑의 대상이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해야 한다.

-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1335호 (2016.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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