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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의 이 한 문장] ‘피로스의 승리’는 백해무익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
‘영토를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란 매우 자연스럽고 당연한 욕망이다. 따라서 능력있는 자가 영토를 더 얻으려고 하면 이는 칭찬을 받으면 받았지 비난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능력도 없는 자가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그것을 손에 넣으려 한다면 이는 잘못된 일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타인이 강력해지도록 도움을 주는 자는 자멸을 자초한다.’ -군주론 3장
확장은 본능이다. 유기체는 번식하고 공동체는 확장한다. 번식력을 상실한 유기체가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소멸하듯이 확장할 능력을 상실한 공동체는 정체되고 소멸되게 마련이다. 국가의 영토는 전쟁과 외교로 넓혀지고, 기업의 규모는 시장의 창출과 고객의 확대 방식으로 커진다. 다만 본능적 확장을 역량이 뒷받침해 주지 못할 때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경우에 따라 조직 자체가 소멸된다.

국가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기본적 힘은 군사력이고 다음은 넓힌 영토를 운영하기 위한 제도와 법률이다. 역사적으로 군사력이 강해 일시적으로 영토를 확장했으나, 이후 통치체제를 만들지 못한 세력은 정복국가로 남았다. 이와 달리 군사력이라는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제도와 법률이라는 소프트웨어를 갖춘 나라는 제국으로 성장했다. 기업에게 외공은 자본·설비·기술 등이고 내공은 정신력·문화 등이 된다.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내·외공이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하다.

[군주론] 3장에서는 군사적 우위를 선점했음에도 정치적 확장에 실패한 프랑스 루이 12세(1462~1515)의 이탈리아 원정을 사례로 들고 있다. 1500년 피렌체의 외교관이었던 마키아벨리는 1500년 프랑스를 끌어들인 피사전쟁 실패의 수습을 위해 프랑스 궁정에 파견되었다. 당시 실력자였던 당부아즈 추기경과의 회담에서 추기경이 “이탈리아인은 전쟁을 할 줄 모른다네”라고 말하자 마키아벨리가 “프랑스인은 정치를 할 줄 모릅니다”라고 응답했다는 일화가 [정략론]에 실려 있다. 이어서 “프랑스인이 만약 정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로마교회를 강력하게 만드는 데 이렇게 큰 힘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평가한다.

카르타고의 명장으로 로마와 벌인 포에니 전쟁에서 활약한 한니발이 스스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 명의 장군을 뽑은 적이 있다. 알렉산더 대왕, 한니발 자신과 함께 그리스 에페이로스 왕 피로스를 꼽았다. 기원전 279년 피로스는 이탈리아 남부에 그리스인들이 세운 도시국가인 타란툼의 요청으로 2만5000의 병력과 코끼리 스무 마리를 이끌고 로마를 침공한다. 피로스는 세계 최강의 군대 로마와 맞서 승리하였지만 병사의 3분의 1 이상을 잃고서 “이런 식의 승리를 한 번 더 거두었다간 망하고 말 것이다”라고 탄식했다는 일화에서 ‘피로스의 승리’라는 표현이 만들어졌다. 1885년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처음 사용한 이후 이기기는 했으나 피해가 너무 커서 회복이 어려운 상처뿐인 영광을 일컫는 관용어가 되었다.

조직의 확장에는 외공과 내공이 모두 필요하다. 외공은 돈과 설비이고 내공은 제도와 시스템이다. 외형만 믿고 무리하게 벌인 확장이 실패로 끝난 사례는 우리나라 기업에도 많다. 리더가 작은 성공에 도취되거나 내공이 부족하면 외양만 보고 과도한 자신감에 빠져 무분별하게 조직력을 소모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

1339호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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