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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 노리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주특기 방판으로 ‘웅진제국’ 재건 

구조조정·신규 사업으로 기업회생채무 98% 갚아... 온라인 방판, 렌털 사업 확대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윤석금 회장은 주특기인 ‘방문판매’ 분야에서 새로운 영업 기법으로 재기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최근 들어 활발한 대중 강연을 하며 재기에 대한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재기. 사업에 실패한 경험이 있는 사업주들에게는 꿈만 같은 단어다. 재기에 성공한 기업인은 많지 않다. 더군다나 이른바 ‘재벌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소기업청 최정옥 서기관은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사업 실패에 따른 파급효과나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에 재기가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웅진그룹 윤석금(71) 회장의 최근 ‘재기 행보’는 재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2년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현 ㈜웅진)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당시 채무가 1조4384억원이었다. 하지만 14개 월 만인 2014년 2월 채무의 80%를 갚고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웅진코웨이(현 코웨이)·웅진식품·웅진케미칼(현 도레이케미칼) 등 알짜 계열사를 팔았다. 남은 채무 1470억원도 6월 초 대부분 갚았다. 노인 등 조기 변제를 거부한 채권자의 몫 256억원만 남았다. 빚의 98%를 갚은 셈이다.

물론 그룹의 외형은 작아졌다. 한때 계열사 32곳으로 재계 31위까지 올랐으나, 지금은 웅진씽크빅 등 15개 계열사만 남았다. 하지만 윤 회장은 특유의 긍정적인 자세로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본지는 최근 윤 회장이 웅진릴리에뜨 방문판매 사업자들에게 진행한 강연 전문을 입수했다. 60분 남짓한 강의 시간 동안 윤 회장은 자신의 인생 역정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한편, 최근 키워가고 있는 온라인 방문판매 화장품 ‘웅진릴리에뜨’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재판 중 아이디어 키워 재기 발판

강연 내용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윤 회장이 재판을 받던 1년 6개월 동안 새로운 사업 구상을 했다는 점이다. 윤 회장은 1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 등(배임 등)으로 2013년 7월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됐다. 이후 불구속 기소를 거쳐, 2014년 8월 1심(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4년(법정 구속 안 함), 지난해 말 2심(서울고법)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윤 회장의 재판은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계류 중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이제 막 회생절차를 마치고 재기 중인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보다는 다시 기업을 경영하게 해 경제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고 판결의 이유를 밝혔다. 상고심에서 재판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유통 업계의 중론이다.

이 1년 반 동안 윤 회장이 구상하고 또 실행한 사업 아이템이 바로 웅진북클럽과 웅진릴리에뜨다. 웅진북클럽은 2014년 8월 11일 출시됐다. 윤 회장이 1심 판결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기 불과 17일 전이다. 웅진북클럽은 윤 회장이 사회 첫 발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영업사원으로 시작했던 초심을 활용해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웅진북클럽은 ‘북패드’라 불리는 태블릿 기반의 어린이용 회원제 도서렌털 서비스다. 회원에 가입하면 수십 만원어치의 책을 매월 3만~10만원에 읽을 수 있다. 태블릿에 매달 새로운 책이 전송된다. 어린이가 흥미있어 하는 부분은 별도로 종이책을 받아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매일 학습 욕구를 자극할 수 있도록 ‘북 큐레이션(매일 읽기 좋은 책을 추천해 주는 프로그램)’ 서비스까지 태블릿으로 제공된다. 론칭 1년 만에 28만 명을 모집한 웅진북클럽은 최근에는 북클럽에 학습지 교사를 결합한 ‘북클럽 스터디’, 북클럽과 놀이를 결합한 ‘북클럽 토이’ 등의 서비스도 출시했다.

또 윤 회장은 스스로 “나는 방문판매 사업을 해서 실패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로 방판을 자신의 주특기라 생각해왔다. 윤 회장이 올해 1월 설립한 웅진릴리에뜨는 ‘온라인 방문판매’로 기능성화장품(코스메슈티컬)을 판매하는 회사다. 온라인 방문판매는 기존의 면대면 방식이 아닌 온라인 기반의 방문판매다. 쉽게 말해 블로그·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방판사업자의 홍보 게시물을 읽은 소비자가 추천인 회원번호를 넣어 회원 가입을 하면 소비자와 추천인에게 5만 포인트를 주고, 회원 가입한 소비자가 추천인 회원번호를 넣어 물건을 구매하면 추가로 수수료를 주는 구조다.

온라인 판매와 방판, 다단계판매, 바이럴 마케팅 등을 접목시킨 판매방식으로, 이 역시 윤 회장이 개발해냈다. 공식 론칭한 올해 5월 한 달 동안 1만여 명의 신규 회원을 유치했다. 윤 회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해져서 방판사원이 다가가면 반기지 않는다”면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스스로 검색하고 제품의 우수성을 느낄 수 있는 방판 방식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웅진 관계자는 “윤 회장이 법원에 드나드는 동안, 또 재판을 준비하면서도 틈틈이 메모장을 들고 사업 아이디어를 정리했다”면서 “최근 그룹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잃어버리지 않은 1년 6개월’ 덕분”이라고 말했다.

강연 중 윤 회장은 본인의 실패 경험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이야기했다. 윤 회장은 “제로(0)의 돈을 갖고 30대 재벌이 되는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몇 조원을 태양광·건설·금융에 투자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강연 내내 윤 회장은 “나는 재판 중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다”는 점을 반복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생활 신조를 소개하기도 했다. 주요 내용은 ▶나는 의욕이 넘치고 끊기 있는 사람으로 ▶언제나 배우고 새롭게 일할 것이며 ▶남을 시기·질투하지 않고 ▶내 잘못을 고치고 한 가지에서 전문가가 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자기 암시다. 윤 회장은 “남과 비교해 나 자신을 초라하게 하지 말고, 내 꿈을 키우고 ‘나도 지금부터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자들에 대한 조언이지만, 그룹의 재건을 향한 스스로의 암시이기도 했다.

비록 배임 등으로 유죄 판결은 받았지만, 적어도 개인비리가 없었다는 점에 대한 윤 회장의 자부심은 여전했다. 윤 회장은 2013년 배임 등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개인 비자금이나 차명계좌, 조세포탈 등 개인 비리가 일절 없었다. 그는 “계열사에 투자한 게 문제가 되어 배임죄로 처벌을 받았지, 개인비리는 일절 없었다”면서 “채권단이 웅진을 문제 삼거나 시위를 한 적도 없었고 (코웨이 등) 좋은 계열사를 팔아서 (법정관리 부채를) 다 갚았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사실 법정관리 들어가면 (재벌 총수) 대부분이 휠체어 타고 (검찰에) 들어가는데, 정말 몸이 아프더라”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였다. 그는 앞으로도 한두 차례씩 웅진릴리에뜨 사업자 설명회를 통해 대중 강연에 나설 전망이다. 6월 24일에도 서울 노원구에서 웅진릴리에뜨 사업자를 대상으로 강연에 나선다.

중국·터키 등지로 해외 사업 활발

웅진그룹은 터키에 정수기 렌털 기업 에버스카이를 설립했다. 에버스카이는 한국형 렌털 사업을 통해 터키 시장을 공략한다. 터키는 웅진그룹이 정수기 사업에 뛰어들었던 1990년대말의 한국과 소득 수준이 비슷하다. 터키를 선택한 것은 코웨이 매각 당시 MBK파트너스와 약속했던 겸업금지 조항 때문이기도 하다. 계약에 따라 코웨이가 진출해 있는 한국·말레이시아·중국 등에는 2018년 1월까지 정수기 사업을 할 수 없다. 웅진그룹이 국내에서 정수기 사업을 하려면 아직도 1년 반가량을 더 기다려야 한다. 에버스카이는 그 때까지 웅진그룹의 정수기 렌털 역량을 키워주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웅진그룹은 또 웅진릴리에뜨를 통해 중국 화장품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한다. 중국 유통그룹 랑시를 15% 주주로 참여시켜 중국 진출을 도모한다. 4년 만에 온전한 정상궤도에 오른 웅진그룹호(號)의 최전선은 윤 회장의 두 아들인 윤형덕(39) 웅진에버스카이·웅진투투럽 대표와 윤새봄(37) 웅진씽크빅 대표가 이끌고 있다. 윤형덕 대표가 터키 정수기 사업 등 신성장 동력 부문을 담당하고, 윤새봄 대표는 기존 사업의 재정비와 경쟁력 강화를 맡고 있다.

1340호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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