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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한국 자율주행차 개발의 아버지 

2015년 선보인 스누버, 4000㎞ 무사고 주행... GPS 없어 제작비 저렴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자율주행차 스누버를 소개하고 있다.
내 이름은 스누버(SNUber). 서울대(SNU) 캠퍼스에서 나를 부르면 우버(Uber)처럼 어디든지 데려다줄 수 있다는 뜻이야. 미국에서 나온 우버 택시 알지? 우버처럼 나도 스마트폰으로 목적지만 입력하면 달려가 너희를 태울 수 있어.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지. 나는 스스로 움직여. 운전하는 사람이 필요없다는 뜻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날 자율주행차, 영어로는 셀프드라이빙 카(Self-Driving Car)라고 부르지.

내 형뻘은 2009년 미국에서 먼저 나왔어. 검색 사이트로 유명한 구글이라고 들어봤지? 그 구글이 일본 자동차 회사 도요타와 손을 잡고 만든 차야. 지난해엔 사촌형 격인 새 모델도 나왔어. 이번엔 구글이 머리와 몸통을 모두 혼자 제작했지. 지금 미국 실리콘밸리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거야. 인간의 뇌와 유사한 지능까지 갖고 있어서 스스로 배우고 있어. 이젠 앞차가 갑자기 후진한다고 해도 ‘빽빽’ 경적 소리 정도는 어렵지 않게 낼 정도야.

올 가을 ‘스누버2’ 출시 예정


난 다른 자율주행차와 달리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지 않은 게 가장 큰 매력이야.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 써봤지? 거기 달린 장치처럼 GPS는 내 위치를 파악하는 부품이야. 자율주행차 개발에 10cm 미만의 오차를 갖는 고가 GPS를 달려고 1억원 이상을 쓴다지. 너희들 같으면 그런 차를 사겠니? 그래서 외국 언론사들이 나한테 관심이 많아. 얼마 전엔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미국 방송 프로그램에서 나를 하루 종일 촬영해 갔어. 드론까지 동원해서 야단법석이더군.

그런다고 그들이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진 않아. 난 머리 위에 360도로 돌아가는 입체 스캐너를 가진 것 말고는 외관상 다른 자동차와 다른 게 없으니까. 내 매력은 우리 아버지 머릿속에서 나와. 새롭게 뭘 달아서 달라지는 게 아니라고. 화물차가 갑자기 길을 막으면 어떻게 피할지 그런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다들 알지? 내 아버지 서승우(52)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2009년부터 서울대에 지능형자동차 IT연구센터를 만들어 나를 설계했어. 지난 5년 동안 연구원 20명이 달려들었지. 말도 마. 힘들어서 중간에 나가겠다는 사람이 한 둘이었는지 알아? 서로 고생한 끝에 지난해 내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어. 올해 가을에는 내 동생 ‘스누버2’도 나올 거야.

아버지는 4가지 기본 기술을 익혀야 내가 진정한 자율주행차가 된다고 했어. 첫째는 주변 물체 탐지, 둘째는 내 위치 파악, 셋째는 정밀 지도 숙지, 넷째는 판단이야. 카메라 같은 센서로 3차원 공간을 인식하면서 매 순간마다 주변을 보고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한 거지.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돼. 지난 3월 구글차도 결국 사고치는 영상 본 적 있지? 자율주행차는 잘못 굴렸다가는 살인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안전 매뉴얼이 필요해.

자 그럼 아버지를 소개할게. 기자가 5월 29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아버지와 인터뷰한 내용을 내가 익힌 4가지 기본 기술 형태로 정리해봤어. 잘 들어보라고. 아버진 민간 업체에 내 기술을 이전하는 데도 관심이 있어. 여기서 사업 아이템을 건질 수 있잖아.

①주변 물체 탐지: 20년 전 아버진 사실 정보기술(IT) 전문가였어. 미국에서 인터넷 통신망 연구로 박사 학위를 땄지. 요즘도 현금 자동입출금기를 부를 때 쓰이는 ATM(비동기전송모드)이라고 들어봤지? 당시에는 가장 유명한 통신 방식이었지. 아버진 ATM 연구 성과로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원으로 채용되기도 했어. 하지만 통신망 시장이 ATM에서 IP(인터넷프로토콜)로 급격히 재편됐어. ‘주변’을 잘 탐지한 아버진 IT 응용 분야로 자동차를 정해 연구를 계속했지.

②자기 위치 파악: 자율주행차 연구에 가속이 붙은 건 미래창조과학부(옛 과학기술부) 소속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으면서야. 2009~2015년 1년에 12억원씩을 받았어. 하지만 참여 교수가 15명이라 실제로 우리 연구팀에 들어오는 돈은 많아야 2억~3억원에 불과했어. 미국 정부가 향후 10년 간 자율주행차에 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지. 그래서 아버지는 ‘자기 위치’를 고군분투(孤軍奮鬪)라는 말에 자주 빗대. 그래도 어쩌겠어. 이미 시작한 게임 승부는 봐야지.

③정밀 지도 숙지: 아버지에게는 전형적인 승부사 기질이 있어. 후배들을 위해 쓴 책 [아침 설렘으로 집을 나서라](2013년) [축적의 시간](2015년, 공저)에서도 포기를 모르는 의지와 목표를 위한 전략을 늘 강조했어. 골리앗 같은 해외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아버지는 ‘지도’를 중점으로 자율 주행 연구에 초점을 맞추는 차별화 전략을 세웠지. 자율주행차 전용 세밀한 입체 지도를 만들면 고가의 장비 없이도 안전한 운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야. 3차원 스캐너로 서울대 캠퍼스 내부를 지도로 만든 뒤 자율주행차에 맞도록 보정하는 작업을 수백 차례 반복했지. 정밀 지도 덕분에 5cm 미만의 오차로 자율 주행이 가능해졌어. 일반 GPS로는 50m 이상 오차가 벌어진다지.

④판단: 아버진 요즘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자주 얘기해.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할 때 300만원 정도를 옵션 비용으로 내면 오토파일럿(Auto Pilot)이라는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어. 이 프로그램만 있으면 자율주행차로 변신하는 거야. 뉴욕 골목 어디라도 운전대를 놓고 씽씽 달리지. 처음 나를 만들기 시작한 2009년 무렵 미국과의 기술 격차는 5년 정도였어. 이젠 10년 가까이로 더 벌어졌지. 내년부터 5년 동안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율주행차 연구개발(R&D)에 1455억원을 투자한다지. 하지만 갈 길이 멀어. R&D 예산이 대부분 하드웨어 개발에 쓰일 예정이니까. 중요한 건 머린데. “자동차의 미래는 IT에 있다. 발상을 전환시키는 ‘판단’이 없으면 한국은 언제나 질질 끌려가는 팔로워(follower)로만 머물러 있을 거다”는 게 아버지 말씀이야.

-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1339호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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