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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미세한 대책? 거대한 산업 키워라 

환경시장 2020년 1300조원 전망... 일자리 창출 효과도 커 

김태윤 기자 pin21@joongang.co.kr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으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일부 대책이 발표됐지만 미흡하다는 게 중평이다. 특히 미세먼지 사태를 계기로 환경산업을 키우기 위한 ‘대계(大計)’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세계 주요국은 기후산업을 포함한 환경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워 일자리 40만 개를 창출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충남 홍성군 죽도가 태양열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준공식을 갖고 친환경 에너지 자립섬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2002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환경지속성지수(ESI)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42개국 중 136위에 머물렀다. ESI는 환경오염 정도뿐 아니라 사회·경제 등 환경과 관련된 68개 항목을 선정해 평가한다. WEF는 이 지수를 보완해 2006년부터 예일대·컬럼비아대와 함께 환경성과지수(EPI)를 2년마다 발표한다. 2008년 조사에서 한국은 51위였다. 그러자 당시 이명박정부는 지금은 사라진 녹생성장위원회를 통해 ‘한국의 EPI 순위를 2030년까지 세계 10위 안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각종 대책을 발표했다. 사정은 나아졌을까.

2014년 한국은 EPI 평가에서 43위를 기록했다. 2010년 94위보다는 나아진 순위다. 그러나 2014년 조사에서도 공기의 질은 세계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 공기의 질 평가에서 166위,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먼지) 노출 정도는 171위를 기록했다. 2010년 평가(공기의 질 168위, PM 2.5 노출 정도 172위)와 달라진 게 없었다. 올해 결과는 더 나쁘다. 지난 5월 WEF가 발표한 ‘EPI(Environmental Performance Index) 2016’에 따르면 한국은 공기의 질 부문에서 100점 만점에 45.5점을 받았다. 조사 대상 180국 중 173위다. 또한 공기의 질을 평가하는 세부 항목인 PM 2.5 노출 정도는 33.4점으로 174위에 그쳤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막대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대기오염의 경제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전 세계 조기 사망자 수는 2010년 300만 명에서 2060년 600만~900만 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의 경제적 손실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추가 대응을 하지 않으면 2060년 100만 명 당 조기 사망자는 1109명으로 2010년 대비 3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 명당 조기 사망자가 10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경제적 피해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OECD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질병 증가와 노동생산성 감소, 농작물 수확 감소 등으로 2060년에 연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가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2조6000억 달러(약 3015조원)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 같은 해 GDP의 0.63% 손실을 전망했는데, 이는 OECD 회원국 중 최대치다. 기획재정부가 추정하는 우리나라 2060년 경상 GDP 전망치는 5500조원이다. 여기의 0.63%는 약 35조원이다.

한국 환경지속성 지수 최하위권


▎건국대학교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발전 시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은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환경산업에는 기회다.
먼 미래까지 갈 필요도 없다. 당장 직격탄을 맞은 시장도 적지 않다. 경유차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3일 정부가 발표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의 핵심은 ‘경유차 감축’이다. 정부는 경유차의 저공해차 지정 기준을 휘발유·가스차 수준으로 강화하고 노후 경유차의 수도권 운행을 제한할 방침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월 국내에서 판매된 일반 승용차(수입차 및 상용차 제외) 중 경유차는 39%(16만5915대)였다. 관련 업계에서는 경유차에 대한 혜택은 줄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경유차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우려한다.

경유차와 함께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린 화력발전소 규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40년이 넘은 화력발전소 3기를 폐쇄하고 30년 지난 11기도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신규 건설 예정인 화력발전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을 통해 2029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0기를 추가로 건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예정 투자금액만 18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이번 대책으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발전량 비중은 석탄이 39%로 가장 높고 원자력(30%), LNG(21%) 순이다. 석탄의 1kwh당 발전단가는 LNG의 절반 수준이다. 때문에 석탄을 활용하는 화력발전소가 줄면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미세먼지 증가를 포함한 기후변화가 경제적 손실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박창석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융합연구실장은 “기후 기술·산업을 포함한 환경산업 육성은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30 에너지 신산업 확산전략’도 이런 관점에 근거한다. 이 정책은 에너지 프로슈머 전력시장 개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생태계 조성, 전기차 100만대 확산, 에너지 저장장치 확산 등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이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100조원 규모의 새로운 신재생에너지 시장과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과 저장, 전기차, 탄소시장, 환경보건 분야가 기후기술·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본다. 세계 주요국도 이미 이 시장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미국의 환경컨설팅·연구업체 EBI는 지난 2013년 9240억 달러(약 988조원)였던 세계 환경시장 규모가 올해 1조 달러를 돌파하고 2020년에는 1조1610억 달러(약 1249조929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대기관리 시장은 전체 환경시장의 약 6% 규모로 추정된다. 환경부는 2005년 1조50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대기관리 시장은 2020년 3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산업은 규제를 먹고 자란다

‘환경산업은 규제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환경 규제는 관련 산업에는 호재다. 화력발전 분야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축소될 가능성이 있지만 화력발전소의 추가 증설은 불가피하다. 대신 정부는 집진 시설 등 환경 규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대기 관련 업체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새로운 시장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도 그중 하나다. 에너지 프로슈머는 태양광·연료전지·ESS(Energy Storage System) 등을 활용해 소비자가 스스로 전력을 생산·저장하고 소비·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은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독일은 에너지 프로슈머 확산을 위해 P2P(Peer to Peer) 거래까지 허용한다. 또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한 주택이 ESS 설비를 도입하면 kw당 600(약 79만원)~660유로(약 87만원)의 보조금도 지급한다. 일본은 올 4월 이 시장을 촉진하기 위해 전력거래 소매시장을 완전 개방했다. 이로써 약 8조엔(약 88조원) 규모의 시장이 자유화되면서 전력회사는 물론 가스·통신·IT·건설회사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미국은 태양광 발전 설비의 가격 하락으로 주거용 태양광 보급이 급증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올 초 발표한 ‘전력분야 10대 프로젝트’에도 에너지 프로슈머 시장 활성화가 포함돼 있다. 김신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에너지 프로슈머 사업은 소비 규모가 작은 주택을 기본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지역 커뮤니티나 지자체 등으로 고객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며 “규모 측면에서도 매력적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에너지 프로슈머 사업 기회에 대한 지속적 관심 및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산업 관련 해외 진출 기회도 확대될 전망이다. EBI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환경시장 연평균 증가율은 2.7%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중남미·중동 등 신흥시장의 경우 시장 증가율이 평균 7%대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들이 특히 눈독을 들이는 곳은 중국이다. 최근 한·중 양국 정부는 철강 분야 대기오염 방지 실증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제철소 중 환경설비를 제대로 갖춘 곳은 25%에 불과하다.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국내 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2020년 환경분야 일자리 45~60% 증가 전망

기후산업을 포함한 환경산업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26만5000여 명이던 국내 환경산업 일자리는 2013년 52만1000여 명으로 9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총취업자 증가율(32%)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체 일자리에서 환경분야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1.2%에서 2013년 2.1%로 커졌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박창석 실장은 “환경 일자리 비중이 전체의 4~5%인 독일·미국·일본·캐나다 등에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환경 일자리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전망은 밝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20년 이 분야 일자리는 2013년 대비 45~6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세먼지 영향으로 갖가지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가 환경산업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는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술과 활용 수준이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2015 재생에너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차 에너지 공급량 중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그쳤다. OECD 34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회원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평균 9.2%였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정책네트워크(REN21)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에너지 소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2.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와 달리 한국은 3%대 수준이다. 해외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인정하지 않는 폐기물을 활용한 발전 비중을 제외한 실질적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1%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이 증가 추세인 글로벌 트렌드에 한참 벗어나 있다.

추세로 봐도 한국은 이 분야에서 걸음마 단계다. 한국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이 1990년 1.8%에서 2014년 12.6%로 증가했다.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량 역시 같은 기간 4.1%에서 27.5%로 급증했다. 그러나 한국은 공급량 비중은 2.1%, 발전량은 1.6%로 십수 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기술 수준도 낮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분야 기술 수준은 유럽을 100으로 가정할 때 86% 정도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97% 수준이다. 더욱이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중국의 이 분야 기술력은 한국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다. 송용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없으면 신성장동력으로 발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독일 사례처럼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 대비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경산업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주요 선진국이 대규모 예산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거의 모든 기후 분야 기술에는 각국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비, 설치보조금 금융지원, 세액공제 등 정책적 지원이 깔려 있다. 박창석 실장은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환경산업은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할 때까지 중장기 전략을 감안한 정부와 민간의 투자와 재정지원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스기사] 세계는 대기오염과의 전쟁 중 - 휘발유·경유차 퇴출 현실화되나


▎독일 폴크스바겐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관련해 환경부가 폴크스바겐 계열 차량의 배기가스를 검증 조사하고 있다.
지난 4월 네덜란드 하원의회는 2025년까지 휘발유·경유차 신차의 판매 금지 법안을 가결했다. 노르웨이 역시 2025년부터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로 운행하는 자동차 판매를 전면 금지키로 했다. 영국은 2020년까지 주요 5개 도시에 ‘클린 에어존’ 제도를 도입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배기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낡은 버스나 택시·트럭 등에 과태료를 부과한다. 영국은 2008년부터 공해차량 제한구역 제도를 운영해왔다. 제한 구역 내에 일반 승용차보다 큰 경유차가 진입하다 적발되면 최대 1000파운드(약 172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세계는 지금 대기오염과의 전쟁 중이다. 타깃은 주로 자동차, 특히 경유 차량이다. 프랑스 파리시는 7월 1일부터 1997년 이전 생산된 노후차량의 평일 도심 진입을 규제한다. 또한 2020년부터는 이들 차량의 운행을 도시 전역에서 전면금지하고 규제 대상도 2011년 이전 생산 차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파리시는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경유에 대한 세금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독일은 연내에 유럽 환경기준인 ‘유로6’를 충족하는 경유차만 특정 지역에 진입할 수 있게 하는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다.

유럽에서 ‘안티 디젤’ 정책이 확산하면서 경유차 비중은 점차 줄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작자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경유차 비중은 2011년 56.1%에서 2014년 53.6%로 줄었다.

이런 현상은 유럽뿐 아니라 신흥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멕시코는 7월부터 배출가스 기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차량의 도로 운행 제한을 확대할 예정이다. 인도 델리시는 2000㏄ 이상인 대형 경유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신규 등록을 최근 중단시켰다. 또한 경유택시 3만 5000여 대에 대해 뉴델리 등 수도권에서 운행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중국은 올 들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식으로 반(反)디젤차량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1340호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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