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군주론의 이 한 문장]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
‘시대와 상황이 군주에게 적합하다면 융성하게 된다. 반대로 시대와 상황이 변했는데도 군주가 자기 방침을 바꾸지 않는다면 망하고 만다. 그러나 시대와 상황에 적응하는 현명한 인간은 사실 흔치 않다. 왜냐하면 인간은 타고난 성질대로 기울기 쉽고, 거기서 헤어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군주론 25장
마키아벨리는 군주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역량·시대정신·운명의 세 가지로 이해했다. 역량은 사물을 파악하는 지력, 위기에 굴하지 않는 용기, 사람을 보는 안목, 개인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는 활력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한다. 시대정신은 동시대에 필요한 변화를 이해하고 미래 지향적인 방향을 설정해 추진하는 능력이다. 운명은 하늘이 내리는 운과 타인의 호의를 통칭한다. 개인적 역량을 갖춘 군주가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고 운명의 도움을 받을 때 공동체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역량이 없는 자가 시대정신을 읽어내지는 못할 것이고, 운명의 도움을 받아도 한계가 있으니 당연히 역량은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역량을 갖추고 운명이 지원하지만 시대정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잘해야 현상유지이고 자칫하면 퇴행적 통치로 이어진다. 역량과 시대정신이 있으나 운명이 따라주지 않으면 이 또한 미완으로 끝나게 된다.

특히 리더가 체득해야 할 것은 시대정신이다. 리더는 단순히 개인적인 성실함이나 검소함보다 그가 이끌어 가는 조직의 시대정신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근본적 변화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차원에서 성실하고 근검하게 삶을 사는 것은 수신을 중심으로 한 교양서로 충분하다. 하지만 시대정신을 이해하려면 역사의 긴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 역사에서도 개인적으로는 선량했지만 시대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용렬한 리더는 허다하다.

마키아벨리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이민족을 모두 야만족으로 통칭했던 것처럼 이탈리아에 세력을 뻗치는 프랑스·에스파니아 등 외세를 모두 야만족으로 전제했다. 그는 이들을 격퇴하고 이탈리아를 통일하는 것을 정치적 상황을 반영한 시대정신으로 규정했다. 외교의 최전선에서 마키아벨리는 다양한 권력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변화하는 시대를 읽지 못하고 과거에 매몰되어 있다가 정체되고 몰락하는 군주들도 목격했고, 변화를 호흡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군주들도 봤다. 군주론의 모델이 된 체사레 보르자의 경우는 통일된 이탈리아 건설이라는 목표가 시대정신에 부합한다고 마키아벨리는 평가했다. 당시 주변의 프랑스·에스파니아·오스트리아는 광대한 영토를 기반으로 정치적 통일로 절대왕정 체제를 구축해 강력한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었다. 이와 달리 이탈리아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주역이었던 도시국가들이 이합집산하는 분열이 지속되면서 주변의 강대국들에게 정치적 주도권이 넘어가는 와중이었다. 마키아벨리의 조국 피렌체를 지배하던 메디치 가문의 통치도 세련되고 합리적이었으나 이탈리아의 통일을 주도하고 당시로서는 선진적 제도였던 절대왕정을 구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세상만물은 변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적응하는 자가 살아 남는다는 것은 생물의 진화론에 국한되지 않는 인간사회와 기업 경영에도 공통적인 법칙이다.

1341호 (2016.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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