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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10 무료 업그레이드 1년 그 후] 윈도우 7으로 다운그레이드 해주세요 

상위 버전인데도 이용자들 외면... 호환성 부족, 다양한 버그 등 불편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사진:중앙포토
7월 말 윈도우10 무료 업그레이드가 종료된다. 지난해 7월 29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로운 컴퓨터 운영시스템(OS)인 ‘윈도우10’을 내놓으며 ‘1년 간 무료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파격적인 서비스였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기존 윈도우7과 윈도우8 유저 상당수가 갈아타지 않은 것이다.

MS는 윈도우10 사용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윈도우7이나 윈도우8 사용자들은 컴퓨터 우측 하단에서 윈도우10 업그레이드를 안내하는 작은 창을 봤을 것이다. 무료 업그레이드 마감이 임박하자 MS는 창 크기를 계속 키우고 있다. 곧 전체 화면으로 ‘윈도우10 무료 업그레이드 혜택이 7월 29일(한국시간 7월 28일)에 끝난다’는 안내가 나올 예정이다. MS는 꼼수도 사용했다. 윈도우10 업그레이드 창을 닫기 위해 X를 클릭한 사람들에게 강제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곧장 ‘스파이웨어나 하는 짓을 했다’는 비난이 거세졌고, MS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윈도우10으로 갈아타는 유저를 늘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다.

윈도우10은 기본적으로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이다. MS의 5세대 그래픽 기술을 이용할 수 있고, 다양한 전용 애플리케이션(앱)과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최적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윈도우7을 운영했던 사양이면 윈도우10도 무리없이 실행할 수 있다. 보안기능도 한층 강화했다. 사후 지원 기간도 10년에 달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윈도우10으로 옮기길 망설인다. 글로벌 웹 분석 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2016년 5월 기준 윈도10의 한국 유저 비중은 18.67%에 불과하다. 여전히 윈도우7 사용자가 50%를 넘는다. 글로벌 추세도 비슷하다. 6월 기준으로 윈도우10이 세계 데스크톱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윈도우7은 여전히 4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가트너는 2018년까지 윈도우10이 1위 데스크톱 운영체제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윈도우7 사용자 여전히 50% 넘어


업계에선 윈도우10 부진의 원인으로 호환성 부족, 초기 OS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버그, 개인용컴퓨터(PC)와 모바일의 무리한 결합 등을 꼽는다. 특히 한국 정보통신(IT) 환경과 윈도우 10 사이엔 커다란 간격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인터넷 금융거래를 둘러싼 해프닝을 살펴보자. 한국에서 인터넷 금융거래를 하려면 액티브 X와 공인인증서를 설치해야 한다. 윈도우10을 설치하면 두 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MS 측은 “국제 웹 표준인 HTML5에 맞춰 제품을 개발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책임을 한국 정부에 미뤘다. 한국 인터넷 금융 시스템의 기준은 지난 1월 12일부터 보안패치 지원이 중단된 MS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10 이하 버전이다. MS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11은 HTML5 방식을 사용한다. MS 측은 윈도우10 개발 초기 단계에 한국 정부에 변화를 알리고 협조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시스템을 교체하기엔 시기가 촉박하고 관리도 어렵다는 이유로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시켜줘야 할 그룹웨어와 주요 업무 시스템이 윈도우10 환경을 맞아들일 준비가 안된 것이다. 국제 표준을 정부가 따르지 않는데, 기업과 개인 사용자가 윈도우10을 받아들일 리 없다. 심지어 지원이 종료된 윈도우XP를 외장하드에 깔아서 사용하는 공공기관도 있다. 정부·공공기관과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 많은 기업은 그들의 업무 환경과 유사한 환경을 갖춰야 한다. 대기업·금융회사와 거래하는 중소기업이 이런 상황에서 윈도우10을 먼저 설치할 이유가 없다.

윈도우10 심리적 부담감 높아

개인 사용자들도 아직은 윈도우10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윈도우10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자칫 기존에 사용하던 프로그램과 드라이버를 사용 못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MS는 윈도우10으로 기존 윈도우 응용 프로그램을 아무 문제없이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개발자의 지원이 오래 전에 끊긴 프로그램이나 게임은 윈도우10에서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구형 프로그램을 사용 중이라면 호환성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런 일이 번거로우면 그냥 윈도우7을 사용하면 된다.

호환성 문제는 하드웨어에서도 발생한다. 구형 PC·노트북에 장착된 하드웨어가 먹통이 된 사례가 있다. 윈도우10용 드라이버가 제공되지 않았는데 업그레이드를 한 경우다. 준비없이 윈도우10으로 업그레이드하면 특정 하드웨어를 OS가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윈도우10 업데이트에 앞서 해당 드라이버가 존재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컴퓨터 수리 기사들이 대놓고 “윈도우는 첫번째 서비스팩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설치하라”고 말하는 이유다.

새로운 OS에 대한 심리적인 불안감도 아직 큰 편이다. 특히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 윈도우10으로의 이동 자체가 부담이다. 오랫동안 기존 윈도우를 이용하면서 익숙해진 사용자 환경을 버려야 한다. 벌써부터 제어판을 찾기 어렵다거나 작업관리자 창이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 앱을 지원하다 보니 화면이 더 복잡해 보인다. 여기에 터치 스크린 기능까지 있다. 윈도우10 인터넷 브라우저인 엣지에 대한 불평도 많다. 인터넷 속도는 빠르나 프로그램을 다운 받거나 새로운 사이트 가입할 때 애를 먹인다. 여기에 인터넷 결제 과정이 더 복잡해졌다.

업그레이드 해도 정부가 옛 버전 쓰면…

OS와의 호환문제로 인해 발생한 갖가지 버그도 여전하다. 로컬 계정 오류로 시작 버튼이 먹통이 되거나 이전 윈도우 버전에서 호환되지 못한 파일 때문에 지속적으로 화면에 오류가 출력되는 일은 부지기수다. OS가 이전 버전의 윈도우 복구 영역과 충돌을 일으켜 컴퓨터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증상이 발생하는 등의 버그도 보고되고 있다. 윈도우10과 특정 제조사의 하드웨어가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MS는 윈도우 인사이더 프로그램(Windows Insider Program)을 통해 고객 의견을 수집해왔다. 세계 550만 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용자들이 어떤 기능을 이용하는지, 외면하는 기능은 무엇인지, 그리고 불만을 나타내는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 파악해 왔다. MS 관계자는 “윈도우10의 부족한 점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며 “오는8월 2일 윈도우10 1주년 업데이트에서 앞서 지적한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1343호 (2016.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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