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포켓몬 고’로 관심 커진 한국 증강현실 기술 어디까지 왔나] 기술은 충분, 콘텐트·장비는 태부족 

MS·구글은 증강현실 대형 프로젝트 추진 중... 가상현실 시장보다 유망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베이프론트 공원에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속초로 몰려들고 있다. 위치기반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GO)’가 속초에서 가능하다는 얘기가 번지면서부터다. 속초행 버스표가 동났단 이야기까지 나온다. 포켓몬이 지역 경제를 살렸으니 속초의 상징동물을 피카츄로 선정해야 한단 우스갯 소리까지 돈다. 포켓몬 고가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면서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제한된 범위에서만 쓰이던 AR이 포켓몬 고로 일상 깊숙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디지캐피탈(Digi-Capital)에 따르면, 2020년 가상현실(VR)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약 34조원), AR 시장 규모는 1200억 달러(약 13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VR이 시장 규모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2017년 이후부터는 AR이 성장을 주도하며 역전할 것으로 보인다. VR은 엄청난 제작 비용이 필요해 비용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러나 AR은 기존 현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 간단하게 제작할 수 있고,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활용할 수 있어 시장성이 좋다.

현재 세계적으로 AR을 주도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최선두다. 포켓몬 고를 개발한 나이앤틱 역시 구글의 자회사다. MS는 AR 헤드셋인 ‘홀로렌즈’를 개발 중이다. 3차원 입체 영상을 현실세계 속에서 볼 수 있는 기기다. 홀로렌즈를 통해 모두 18개의 센서가 초당 테라바이트 단위의 엄청난 데이터를 수집하면 홀로그램 영상을 눈앞에 펼쳐 놓을 수 있다. 지난 3월에는 원거리에 있는 상대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스캔한 후 홀로그램으로 눈앞에 등장시켰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순간이동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홀로 포테이션’ 기술이다.

구글은 최근 개발자회의인 ‘I/O 2016’에서 AR를 모바일 기기 화면에서 보여주는 ‘프로젝트 탱고’를 발표했다. 레노버는 3차원 촬영이 가능한 어안렌즈 카메라와 움직임·깊이를 감지하는 센서를 탑재한 탱고 스마트폰을 공개했다. ‘탱고폰’은 교육·쇼핑·게임 서비스에서 주로 활용될 전망이다. AR 분야 기업 중에는 매직립(Magic Leap)이 주목받고 있다. 하늘에 떠다니는 잠수함, 체육관에 등장한 고래 등 불가능한 현실을 건물 등에 비춰 보여주는 기술이다. 애플도 지난 2015년 5월 증강현실 기업 메타이오(Metaio)를 인수하는 등 AR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 비해 한국은 AR 분야에서 뒤쳐져있다. SK텔레콤·LG전자 등이 그나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K텔레콤은 AR 솔루션 ‘T-AR’을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청소기에 AR 기술을 접목한 로보킹을 출시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 중에는 AR을 접목한 내비게이션을 만든 팅크웨어와 AR 모바일 게임 ‘오디션’을 개발 중인 한빛소프트 정도가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각 기업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 AR 서비스나 상품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세계 미래 산업으로 주목 받는 분야지만 한국 기업에게선 크게 조명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시장에서도 AR 게임은 거의 없다. 상업적으로 성공한 경험이 없어 장비와 기술 등 비용이 많이 드는 AR 개발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이다.

콘텐트와 장비가 부족한 게 부진의 큰 원인이다. AR을 상용화하려면 현실을 AR 단말이 인식하고, 이 정보를 기초로 가상의 콘텐트를 자연스럽게 입히는 렌더링 기술이 필요하다. 또 이를 최적화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수 년에 걸친 장기 개발 과제에 속한다. 한국은 관련 기술 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어 고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단기 개발 과제에만 주력하는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 풍토 상 AR처럼 장기 개발이 필요한 기술엔 투자를 꺼려왔단 얘기다.


AR 기술을 현실에 접목하려면 이를 지원해줄 콘텐트가 필요하다. AR 기술에 필요한 콘텐트는 일상생활 전반에 대한 해석으로 만들어진다. 일상생활에 대한 광범위한 콘텐트가 있으면 이를 AR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포켓몬 고의 경우, 일상 장소에 게임을 접목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위해선 일상생활이나 여러 장소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얻어 분석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현실세계를 해석한 정보 등이 인프라로 갖춰져 있어야 AR 프로그래밍에 활용할 수 있단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광범위한 정보는 개별 기업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데이터 자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진수 SK텔레콤 미디어테크랩장은 “AR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어도 현실 여러 곳에 접목해야 활용도가 생기고 시장이 확장되는데 한국에선 아직 운전·의료 등 특정 분야에만 개발력이 몰려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특허청 관계자는 “국내 AR 특허는 교육·의료 등에 몰려있고 스마트카·홈·교통 등 사물인터넷(IoT) 분야에 적용한 사례가 미미하다”고 말한다. 다양한 장비 개발도 필요하다. VR은 이를 지원할 주변 기기가 풍부한 편이지만 AR 장비는 상대적으로 고가이면서도 종류가 적다. 안경이나 연필 등 여러 일상 제품을 AR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를 장비로 개발하려는 기업은 한국에 별로 없다.

AR(증강현실, Augmented Reality)·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 AR은 VR과 함께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의 핵심 플랫폼이다. VR은 컴퓨터 그래픽 등을 이용해 만든 가상의 환경이나 상황을 말한다. 시청각적으로 실제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각종 체험형 게임에 적용돼왔다. AR은 가상의 이미지를 현실세계와 합성해 보여주는 기술이다. 현실과 가상환경을 융합한 복합형 가상 현실이다.

[박스기사] 증강현실로 달라질 5가지 미래

AR 기술로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 한국 전자통신연구원 ‘인간 중심의 UI/UX를 접목한 AR기술의 발전 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미래 모습을 전망했다.

① 집▶: 전등과 창문, 침대 등이 우리의 생체 리듬, 그날의 날씨, 바깥의 햇볕 정도를 그때그때 감지하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알려준다. 침대에서 창문을 바라보면 유리에 오늘의 일정이 나타난다.

② 자동차▶: 운전을 하면서 센터페시아를 볼 필요가 없다. 차량의 속도와 방향이 눈 앞에 그려진다. 운전자 시야에 맞게 외부 교통상황 정보가 뜨고 충돌 같은 사고가 예상되면 알람 영상이 뜬다. 운전자의 기분과 날씨를 반영해 자동차 내부환경도 조절된다.

③ 거리▶: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의 옷을 보면, 상품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눈을 깜빡 거리면 자동 구매할 수 있고 집에 도착할 때쯤 주문한 옷이 배달돼 있다. 행선지를 찾을 땐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다. 길 위에 방향과 거리가 떠오른다. 거리에 설치된 광고판이 사람들마다 다른 광고를 보여준다. 여행을 준비 중인 사람에겐 여행지 광고가,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에겐 자동차 광고가 보이는 식이다.

④ 병원▶: 특수 의자가 주치의나 전담 간호사가 된다. 실시간 건강체크를 해 병원에 정보를 보내고 병원은 건강 정보를 관리한다. 이상이 생기거나 주기적 검진이 필요하면 그때 그 때 알려준다.

⑤ 국방▶: 증강현실로 군사훈련이나 특수작전, 모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훈련장의 정확한 지형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반복적이고 집중적인 훈련도 가능하다. 팀워크나 전술 능력을 향상할 수 있어 군사 훈련 비용을 절감한다.

1344호 (2016.07.25)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