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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횡령 혐의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 흔들리는 스포츠마케팅 성공 신화 

혐의 확정 때 형사 처벌, KBO 제재 불가피 … 경영권 분쟁 우려도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사기·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한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가 8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를 운영하는 서울히어로즈의 이장석 대표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8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20억원대 사기, 40억원대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장석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한정석 부장 판사는 “사기 혐의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춰봤을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조사1부(이진동 부장검사)는 8월 11일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8일 이 대표를 소환조사한 검찰은 그가 2008년 서울 히어로즈 지분을 넘겨주는 조건으로 재미교포 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에게 20억원을 받고 지분 양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분쟁을 겪고 있는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은 충북 청원 출신으로 미국 시애틀에서 성공한 재미교포 실업인이다. 레이니어 그룹은 부동산을 관리하는 회사로 미국에서 골프장과 사우나 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숨 돌렸지만…

2008년 당시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 이 대표는 당시 메인 스폰서였던 우리담배가 계약을 파기하면서 자금난을 겪어 KBO에 가입금 120억원을 내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그런 이 대표는 2008년 7월과 8월 홍 회장으로부터 10억원씩 총 20억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이 돈으로 KBO 가입비 120억원 중 일부를 냈다. 그런데 20억원의 성격을 두고 이 대표와 홍 회장의 주장이 엇갈렸다. 이 대표는 홍 회장으로부터 빌린 것이라고 했고, 홍 회장은 서울 히어로즈의 지분 40%를 넘겨받는 조건으로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주식 양도 대신 이자를 포함해 28억원을 갚겠다고 했지만 홍 회장은 지분의 40%인 16만4000주를 요구했다. 대한상사중재원은 2012년 12월 홍 회장에게 지분 40%를 넘기라고 판정했다. 이 대표가 이에 불복해 법원에 중재판정 취소 청구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2014년 1월 15일 서울중앙지법도 주식 40% 양도 집행 판결을 내렸다. 대한상사중재원과 법원 모두 홍 회장의 손을 들어준 가운데 이 대표가 계속 주식 양도를 미루자 홍 회장이 지난 5월 검찰에 그를 고소했다. 이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애초 20억원은 투자금이 아니라 단순 대여금이며 지분 양도 계약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8월 8일 검찰 소환조사에서는 ‘홍 회장에게 받은 20억원은 투자금이 맞다’며 주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이 대표가 야구단 직영 매점의 보증금, 광고비 등을 타인 계좌를 거쳐 자신의 개인 계좌로 건네 받는 방식으로 회삿돈 50억여원을 빼돌린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구속을 피한 이장석 대표는 고척돔구장 사무실에 출근해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단 경영은 물론, 선수단 구성에도 적극 참여해 넥센 히어로즈를 강팀으로 만든 그가 법적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되면서 구단도 위기를 맞게 됐다. 현대 유니콘스를 해체 후 창단하는 형식으로 인수한 이 대표는 다른 구단과 달리 대기업의 지원 없이도 구단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선례를 남겼다. 출범 초기에는 운영 자금이 부족해 주축 선수를 현금 트레이드해서 비난도 받았지만 KBO 리그에서 유일하게 네이밍스폰서를 판매하는 등 프로야구 경영에 새 바람을 일으켜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 박병호·강정호 등 스타를 키워내고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올려놓는 등 야구 자체에서도 성과를 일궜다. 넥센은 올해 박병호·유한준·손승락 등 주축 선수들이 빠져나가 꼴찌 후보로 꼽혔지만 젊은 유망주들이 이들의 빈 자리를 채우면서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넥센의 이런 호성적 뒤에는 이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선수 스카우트와 육성에 집중해 팀을 키웠다. 대다수 트레이드도 이 대표의 손을 거쳤다. 이런 이 대표가 처벌을 받는다면 넥센 히어로즈 경영에도 공백이 생길 게 뻔하다.

KBO 정관 제13조(임원의 해임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임원 간의 분쟁·회계부정 또는 현저한 부당행위’를 근거로 총회의 의결을 거쳐 해임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에도 임원의 자격을 잃을 수 있다. 검찰 수사에 따라 이 대표의 거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대표이사직보다는 지분 방어에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홍 회장에게 지분 40%를 넘겨준다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 회장이 그동안 넥센의 증자에 참여한 적이 없고 기존 주주 간의 지분 조정 방법 등이 단순하진 않아 셈법은 좀 복잡하다. 현재 넥센의 지분 구조는 총 41만주 가운데 이 대표가 69.27%인 28만4000주를 보유하고 있고, 투자가 박지환씨가 24.39%인 1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남궁종환 단장이 2만주(4.88%), 조태룡 전 단장이 6000주(1.4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현재 전체 지분의 40%에 해당하는 16만4000주를 홍 회장에게 넘겨준다면 홍 회장이 최대주주가 된다. 2대 주주로 내려앉게 되는 이 대표가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현재 2대 주주인 박지환씨와 손을 잡아야 한다. 이 대표와 박씨의 지분을 합치면 22만4000주(53.66%)로 홍 회장의 지분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미지 훼손으로 스폰서 유치 어려워질 수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넥센 히어로즈의 이미지가 훼손되면 네이밍 스폰서를 유지·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넥센 히어로즈는 네이밍 스폰서인 넥센타이어의 상호를 딴 구단 이름이다. 넥센타이어는 2010년부터 네이밍스폰서를 맡았다. 두 회사의 결합은 한국 스포츠마케팅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 1조원 규모던 넥센타이어의 매출은 올해 2조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도 자금 확보로 구단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게 됐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11월 넥센 히어로즈와 2018년까지 스폰서 계약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가운데 이장석 대표의 혐의가 확정되면 형사 처벌은 물론이고 KBO의 징계도 불가피하다. 넥센타이어 입장에선 스폰서십이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넥센타이어 측은 이번 사건을 두고 별다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히어로즈 구단은 이미 2008년 우리담배 스폰서 계약 파기 경험을 했다. 이장석 대표가 KBO 가입비 2차 분납금을 지급하지 않자 우리담배 측은 ‘후원 기업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다’며 계약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2012년 우리담배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는 부당하다며 구단에 후원금 일부(24억70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을 내렸다.

1349호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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