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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상륙한 국내 음원시장은 지금] 멜론의 아성 흔들릴까 

3000만 곡 보유 애플뮤직 깜짝 진출... ‘가요 부족해 경쟁력 떨어진다’ 지적도 

박성민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올 상반기 국내 음원시장은 카카오와 멜론의 만남으로 떠들썩했다. 모바일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음원 서비스 1위 업체인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지분(76.4%)을 1조8700억원에 인수한 것. 인수가가 시장의 예상가격을 뛰어넘는다는 지적에도 카카오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만큼 음원시장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카카오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음원시장에 또 한번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8월 5일 미국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을 국내에 깜짝 출시했다. 애플은 지난해 ‘애플뮤직’을 론칭한 후 꾸준히 국내 시장 진출 가능성을 흘려왔다. 그러나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또 갑자기 진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애플뮤직의 국내 시장 진출이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애플이 가진 방대한 양의 음원 때문이다. 현재 애플뮤직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악은 3000만 곡이 넘는다. 국내 최대 음원 보유 업체인 멜론(1000만 곡)과 비교해도 3배 수준이나 된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해외 뮤지션의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지난해 서비스 출시 때부터 국내 시장 진출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애플뮤직이 글로벌 시장에 1500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애플에 음원을 공급하면 자연스럽게 세계 음악팬과의 접점이 생겨 가수나 음악제작사 같은 공급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기에도 개방


애플뮤직은 애플의 약점으로 꼽혔던 폐쇄성도 어느 정도 극복했다. 과거 애플의 음악을 서비스하던 아이튠즈의 경우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애플 기기 사용자들만 누릴 수 있는 서비스였다. 애플뮤직 역시 7월까지도 아이폰에서만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8월 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도 애플리케이션만 깔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바꿨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 이용자가 10% 미만인 국내에서 서비스를 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애플은 서비스를 국내에서 론칭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재 애플뮤직 무제한 음원 이용료는 미국 기준 월 9.99달러(약 1만1000원)다. 하지만 국내에 출시한 월 정액제 가격은 7.99달러(약 8800원)로 미국보다 20% 저렴하게 책정했다. 멜론·지니뮤직 등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의 월 정액제 가격(6000~8000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첫 가입자는 3개월 간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진출 초반 빠르게 가입자 수를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극복해야 할 과제는 있다. 애플뮤직이 많은 음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인이 즐겨 듣는 국내 가요 음원 수는 국내 업체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현재 국내 빅3 제작사로 꼽히는 YG·SM·JYP엔터테인먼트와 음원 제공 계약을 했다. 하지만 이들이 제공하는 음원의 양은 시장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한국 가요의 90%는 애플뮤직에서 들을 수 없다는 뜻이다. 3사가 제공하는 음원의 양이 적지만 전체 시장의 25%가량의 매출을 올릴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린다는 점은 애플에 긍정적인 요소다.

저작권자·음원 서비스사 수익 배분 구조 변할지 주목

기술 면에서 국내 서비스와 비교해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애플뮤직이 내세우는 핵심 기능 중 하나가 ‘큐레이션(상황에 맞는 음악을 모아 추천해주는 서비스)’인데 이미 국내 업체들도 제공하고 있다. 한 음원 업계 관계자는 “외국 음원을 더 많이 확보한 것 말고는 특별한 강점이 보이지 않아서 생각보다 파급력이 적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뮤직이 국내 시장 1위 멜론의 아성을 무너뜨릴 것인지를 두고 업계의 반응이 엇갈린다. 애플을 경계하는 쪽은 애플뮤직이 서비스 출시 1년 만에 글로벌 음원시장을 장악한 파급력에 주목한다. 반대 쪽은 애플이 가요 중심의 국내 음원시장의 특수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고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편 애플뮤직의 등장으로 음원 서비스 업체와 저작자가 맺는 계약의 틀이 깨질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의 음원 수익 배분은 저작권자 60%, 음원 서비스 업체 40%의 구조다. 애플은 저작권자에 국내 업체보다 더 많은 70%를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음원 제작사나 가수들 입장에서는 애플뮤직을 통해 자신의 음악이 유통되는 것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애플의 배분 방식은 최종 판매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어서 오히려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예컨대 100원의 음악을 애플이 할인해 70원에 팔 경우 70원의 70%가 저작권자에게 돌아간다. 애플이 국내 시장 진출 초기 강력한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저작권자의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12억 달러에 불과했던 세계 디지털 음원시장 규모는 2006년 22억 달러로, 2010년 46억 달러로 커졌다. 2013년에는 59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음반시장과 별 차이가 없어졌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는 2008년 세계 전체 음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에 불과했던 스트리밍이 2013년에는 11%로 성장한 것으로 집계했다. 닐슨뮤직에 따르면 2014년 미국 내 음원 다운로드 매출은 12% 감소했지만 스트리밍 수요는 50% 넘게 증가했다.

애플뮤직 역시 스트리밍에 주목하고 있다. 다운로드 위주의 ‘아이튠즈’ 대신 스트리밍 중심의 서비스로 개편한 결과물이 ‘애플뮤직’인 셈이다. 구글도 ‘구글플레이뮤직’을 통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로엔의 ‘멜론’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서비스 양쪽을 모두 아우르고 있지만, 스트리밍 분야에서 더 강점을 보이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1995년 미국의 리얼네트워크가 처음 개발에 성공한 데이터 전송 기술을 말한다. 일정량의 데이터를 적절히 흘려줘 다운로드 없이 데이터를 받아 소리나 영상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1349호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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