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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광들의 호사스러운 취미] 내 집 정원이 곧 골프장이죠 

골프스타·기업가·연예인, 유명 골프장 홀 본뜬 미니 홀 만들어 

남화영 헤럴드스포츠 편집부장

▎타이거 우즈의 집에는 4개의 그린과 7개의 벙커가 있는 전장 190야드의 드라이빙레인지가 있다.
뒤뜰과 집 정원에 골프홀을 만드는 건 미국 땅이 넓어서다. 공간이 충분하다. 잔디도 구하기 쉽다. 생활 깊숙이 들어온 골프 문화 영향도 크다. 대통령이 근무하는 백악관 뒤뜰에도 퍼팅그린이 있다. 몇 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이 거기서 퍼팅 연습을 하는 사진이 공식 사진가에 의해 언론에 전파되기도 했다. 대통령과 부통령이 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편안하게 국정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치적인 메시지였다. 백악관 뒤뜰에 퍼팅그린이 있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인기 높던 대통령이던 아이젠하워는 징이 박힌 골프화를 신은 채 정무를 보곤 했다. 그가 임기를 마치자 집무실인 오벌(Oval)룸 마룻바닥에 징 자국이 빼곡했다. 부러운 일이다. 뒤뜰에 골프장을 만들어 즐기는 인물로 누가 있고, 이들은 어떤 골프 코스를 만들었는지 살펴보자.

골프 업계 | 우즈, 미켈슨, 싱, 도널드, 펠즈


▎숏게임 전문 교습가 데이브 펠즈는 집 후원에 어마어마한 숏게임장을 만들었다.

▎루크 도널드는 영국의 집 정원에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 17번 홀의 그린 사이드 벙커를 만들어놓고 연습한다.
재기에 힘쓰고 있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는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아일랜드의 5500만 달러(약 614억원)짜리 대저택에서 산다. 부지 면적만 4만8595㎡. 본채는 건물 2개 동과 게스트하우스로 이뤄졌다. 최첨단 비디오 분석시설이 있어 집에서 샷을 분석하거나 연습도 할 수 있다. 최근 주니어 대회에서 준우승을 한 아들과도 종종 내기도 한다. 4개의 그린과 7개의 벙커가 있는 전장 190야드의 드라이빙레인지가 우즈의 훈련장이다. 바다 옆이라 다양한 바람에서 샷 연습을 할 수 있다. ‘은둔의 제왕’으로 알려진 그가 골프장에 모습을 보이는 자체가 뉴스감이다. 암중모색하는 우즈에게는 자신만의 연습 공간이 필요하다.

1992년에 프로 데뷔해 이제 사반세기의 프로 인생을 거친 필 미켈슨은 캘리포니아주 란초 산타페의 투스카니풍 저택에 산다. 메이저 5승에 프로 50승을 거둔 미켈슨의 집 뒤뜰에는 실내 연습장, 대형 퍼팅그린과 수영장이 있다. ‘숏게임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미켈슨이 장끼인 플롭 샷 등 숏게임을 남모르게 갈고 닦은 곳이라 굳이 넓은 공간이 필요 없다. 미켈슨은 지난 2014년에 709만5000달러(약 79억2000만원)에 저택을 매물로 내놓고 세금이 적은 플로리다로 이주할까를 심각하게 검토했으나 여론이 나빠지면서 그대로 눌러 살고 있다.

‘연습벌레’로 불리는 피지의 비제이 싱은 플로리다의 폰테베드라비치 자택 안에 홀을 하나만 가지고 있다. 연습을 마치고 집에 와서 챙기는 자투리 연습장인 셈이다. 메이저 우승은 없지만 한동안 세계 골프랭킹 1위에 올랐던 잉글랜드의 루크 도널드는 플로리다에서 주로 살지만, 영국에도 집이 있다. 정원에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 17번 홀의 그린 사이드 벙커를 만들어놓고 연습한다. 높은 런던의 물가와 땅값을 생각하면 집 정원에 벙커를 만든다는 게 놀라운 발상이다. 하지만 그것이 도널드를 벙커 플레이의 1인자로 만든 비결인지 모른다.

골프 선수 말고 집에 골프장을 만든 교습가도 있다. 미 항공우주국 NASA의 연구원을 지낸 공학박사 출신의 숏게임 전문 교습가 데이브 펠즈다. 그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데이브 펠즈 스코어링 게임스쿨을 운영한다. 그의 하루 교습료는 무려 2만 달러(약 2232만원)로 미국 교습가 중에는 최고 액이다. 펠즈는 집 후원에 어마어마한 숏게임장을 만들어 두고 틈날 때마다 골프를 연구한다. 거기서 레슨 촬영도 이뤄진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의 파3 12번 홀 그린과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리는 TPC쏘그래스 17번 홀 그린 등 총 7개의 그린과 벙커 등 숏게임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춰두고 있다. 펠즈에겐 놀이터이면서 일터인 셈이다.

스포츠인·연예인 | 하빅, 벨트레, 베일, 월버그


▎미국 영화배우 마크 월버그는 특수 코스를 만드는 전문 업체를 고용해 뒤뜰을 높낮이 차가 큰 숏게임 놀이공원을 만들었다.
골프가 직업이 아닌 스포츠인이나 영화배우가 뒤뜰에 골프장을 만드는 건 그가 진정한 골프광이란 증거다. 미국 스포츠카 경주인 나스카의 스프린트컵에서 32승을 올린 스타 케빈 하빅은 집 뒤뜰에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내셔널 12번 홀과 똑같이 생긴 파3 홀을 만들었다. 음향시설을 설치해 타석에 들어서면 마스터스 공식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했다. 하빅은 몇 년 전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라운드하고 지난해에는 갤러리로 마스터스를 관람했다. 다녀온 후 바로 뒤뜰 공사에 착수했다.

메이저리그 텍사스레인저스의 3루수 아드리안 벨트레는 2012년 8월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에서 4이닝 만에 홈런 3개를 친 장타자다. 캘리포니아 브래드버리에 있는 저택은 부지 1520㎡에 침실이 7개, 화장실이 17개나 된다. 대형 퍼팅 연습장과 벙커를 갖춘 3개의 홀을 가지고 있다. 집은 1700만 달러(약 19억원)에 팔았지만 공들여 만든 3개홀은 팔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투수이자 200승-150세이브라는 대기록을 남겨 지난해 명예의 전당에 오른 존 스몰츠는 조지아의 자택 옆에 피칭 연습장 옆으로 3개의 그린과 9개의 티잉 그라운드를 만들었다. 거기서 야구 연습은 물론, 9홀 라운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영국 웨일즈를 대표하는 레알마드리드의 축구 스타 가레스 베일은 지난해 말부터 사우스웨일즈 저택 뒤뜰에 오거스타내셔널의 파4 11번 홀, TPC쏘그래스의 파3 17번 아일랜드 그린, 로열트룬의 ‘우표딱지’로 불리는 파3 8번 홀을 모방한 3개홀 코스를 만들고 있다. 1500만 달러(약 167억원)의 연봉을 받는 베일의 핸디캡은 6이다. 단지 ‘골프를 더 잘하고 싶어서’가 3개 홀을 만드는 이유다.

핸디캡 9의 실력파 골퍼인 미국 영화배우 마크 월버그는 지난 2월 페블비치프로암에서 버바 왓슨과 한조가 되어 홀인원을 기록한 골프광이다. 월버그는 지난해 각종 영화 등으로 벌어들인 3200만 달러(약 357억원) 중에 상당 부분을 뒤뜰에 투자했다. 특수 코스를 만들어주는 전문 업체를 고용해 뒤뜰을 아예 높낮이 차가 큰 숏게임 놀이공원을 만들었다. 경사가 크기 때문에 인조잔디도 심었다. 그리고 지난 6월 10일에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사를 마친 뒤뜰 코스를 자랑 삼아 올렸다.

기업가 | 파시텔리, 마티, 로버트슨


▎부동산 기업 베르나도 대표인 마이크 파시텔리는 미국 코네티컷 길포드의 호수에 면한 자택에 파3 홀을 만들었다.
부유한 기업인에게 골프장 짓는 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단지 어떤 컨셉트로 만들어 어떻게 가치 있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겠다. 부동산 기업 베르나도 대표인 마이크 파시텔리는 세계 전역에 걸쳐 명문 골프장 회원권을 여러 개 보유했다. 최근엔 미국 코네티컷 길포드의 호수에 면한 자택에 파3 홀을 만들었다. 홀은 하나지만 그는 티잉그라운드는 5개를 만들었다. 그중 롱아일랜드 해협 끄트머리에 있는 두 개의 티잉그라운드는 전용 선착장으로 걸어나가 바다 한 가운데 인조 티에서 그린을 향해 샷하도록 했다. 어떤 기업가는 검소하면서도 애틋하다. 미주리주 라마에 사는 비행기 교관 출신의 소매사업자인 제리 마티는 603㎡의 평야에 넓게 마련된 자신의 집 뒤뜰에 넓은 공터를 한 개의 골프 홀로 만들었다. 몸이 불편한 아들 제레미와 함께 매일 골프하는 것을 낙으로 삼는다. 넓은 광야에 홀 하나로 부자가 주변 눈치 보지 않고 라운드하는 공간이다. 올해 85세인 은퇴한 금융 사업가 줄리앙 로버트슨은 90년대 타이거펀드를 만들어 조지 소로스의 퀀텀펀드와 함께 헤지펀드 시장을 쥐락펴락 하던 거물이다. 그는 2000년에 은퇴한 뒤로 뉴질랜드에 골프장을 2곳을 만들었는데, 그중 북쪽에 만든 카우리 클리프스에는 자신이 겨울에 한두 달 머물 별장을 지었다. 남태평양을 바라보는 정원으로 나가 잔디 촘촘하게 깔린 뜰에서 샷을 하면 11번 홀 그린까지 90야드로 웨지 샷을 연습하기 딱 좋은 위치다. 그런 실력 탓인지 팔순 중반의 나이에도 싱글 핸디캡, 아니 매일 에이지슈트를 작성한다.

1349호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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