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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 의료센터 연구팀의 이색 실험 논문] 마리화나 섹스가 음주 섹스보다 낫다? 

뉴요커 24명 심층 인터뷰 … 만족감 높고 후회·부끄러움·당혹감 덜 해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브라질 예술가가 마리화나를 이용해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마내리화나 섹스(stoned sex)냐, 음주 섹스(drunk sex)냐’. 술 마시고 섹스하는 것과 마리화나를 흡입하고 섹스하는 것을 비교한 세계 최초의 논문이 등장했다. 기존 연구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분야다.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운용하는 블로그 ‘사이언스 얼러트’가 소개한 이 논문의 출처는 성생활아카이브(Archives of Sexual Behavior)다. 이 저널은 국제섹스연구소(International Academy of Sex Research)가 발행하는 성과학(sexology)과 심리학(psychology) 분야의 학술지다.

미국 일부 주에서 마리화나 합법화


사실 그간 이번 논문과 같은 주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다. 미국에서 마리화나를 태우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일부 주(州)에서 마리화나가 합법화하면서, 마리화나를 흡입하고 섹스를 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덕분에 과학자들도 이런 원초적인 질문에 답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뉴욕대 의료센터(NYU Langone Medical Cente)의 조셉 팔라마 뉴욕대 공공보건학과 연구팀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술을 마시고 섹스를 해본 경험이 있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고 마약을 흡입한 후 섹스를 해본 경험이 있는 24명의 뉴요커를 조사했다. 남성 12명과 여성 12명으로 이뤄진 이들의 연령은 18세에서 35세 사이였고, 모두 동성애자가 아닌 이성애자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심층 인터뷰에 자원했으며, 솔직하게 자신의 성생활 경험을 털어놓았다.

술 먹고 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약 먹고 하는 게 좋은지 묻는 건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말이다.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했을 법한 내용이다. 음주 섹스와 마리화나 섹스를 비교·분석한 논문의 결론은 무엇이었을까. 연구진의 결론은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음주와 마리화나는 모두 섹스 파트너를 고르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음주 섹스는 상대적으로 훨씬 더 부정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연구 조사에 참여한 남성과 여성은 모두 한 목소리로 “섹스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섹스 파트너를 보고 깜짝 놀랐다”라는 반응이었다. 이 중 다수가 “아마 술을 마시면 섹스 파트너에 대한 기준이 낮아지는 것 같다”라고 응답했다. 또한 “술에 취하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느껴지고 자신감도 커진다(26세 여성 참가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음주 섹스가 속칭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는 위험한 상황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마리화나 섹스도 섹스 파트너를 고르는 데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반응은 다소 달랐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응답자는 “마리화나에 취했을 때 상대방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라는 반응이었다.

둘째, 섹스 이후의 반응이다. 음주 섹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다음 날 더 많이 후회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술 취한 파트너(drunk chicks)를 꼬드겨 하룻밤을 즐기는 ‘후크 업(Hookup)’의 결과를 후회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는 등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성관계를 즐길 가능성이 큰데다, 성행위의 기준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조사를 진행한 뉴욕대 연구팀은 “남성과 여성 모두 일반적으로 후회·부끄러움·당혹스러움 등의 반응이 술과 관련 있다고 보고했다”며 “이런 반응은 마리화나를 흡입한 후 섹스를 했을 때에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던 감정”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를 두고 “사회적으로 마리화나보다는 음주 후 모르는 사람과 섹스가 상대적으로 잘 용인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마리화나보다 술을 마신 후 섹스를 하면 성교할 상대를 전문적으로 유혹하는 일명 ‘픽업아티스트(pick-up artist)’에게 걸려들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음주 섹스, 육체적 질환으로 이어질 확률 높아


음주 섹스는 육체적 질환을 유발하지만, 마리화나 섹스는 정신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음주 섹스는 통상 메스꺼움·어지러움증·구역질·구토·기절 등의 증상을 겪는다. 이는 섹스 상대방을 만족시키는 데 그다지 유리한 반응은 아니다. “한 남성은 (상태가 심각해져) 성관계 도중 갑자기 잠들어버리기도 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마리화나 섹스는 섹스의 동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한 응답자의 답변이 이번 연구 결과를 잘 대변한다며 이 코멘트를 소개했다. “음주가 단지 당신의 섹스 능력(ability)에만 영향을 미친다면, 마리화나는 섹스의 동기(motivation)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느꼈어요.”

넷째, 마리화나 섹스가 만족도를 높인다. 마리화나를 흡입하고 섹스를 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신체가 더 예민해졌다고 느낀 반면, 음주 섹스자는 오히려 감각이 둔화됐다고 느꼈다. 이번 연구에 대해 보도한 크리스토퍼 잉그램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본인의 기사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마리화나를 태우고 섹스를 했을 때 더 강력하고 긴 시간 동안 오르가즘을 느꼈다는게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며 ‘연구에 참여한 한 여성 참가자는 최소 5배 더 강력한 오르가즘을 느꼈다고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마지막으로, 음주 섹스는 자제력을 상실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음주 섹스는 섹스와 함께 발생하는 위험한 행동을 추가적으로 유발할 수도 있다. 실험 참가자 대다수는 음주 섹스가 마리화나 섹스보다 성적으로 위험하다고 느꼈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참가자들은 음주 섹스를 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했다. 이와 달리 다수의 참가자들은 음주보다 마리화나를 태우고도 그들이 여전히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고 자제력을 유지했다고 느꼈다. 사이언스는 이번 연구의 표본이 너무 작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하면서 ‘연구자들의 의도는 술이나 마리화나가 섹스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규명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던 분야의 후속 연구를 위한 발판을 놓기 위해서였다’라고 덧붙였다.

1350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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