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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직장인 무기력증후군 극복] 에너지 충전하고 자존감 회복하라 

사소한 일에도 의미 부여... 작은 목표라도 다시 세워야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그녀는 8년차 직장인이다. 최고 학벌과 최고 학력이라는 화려한 스펙으로, 입사 초기 그녀는 수십 명의 동기 중 에이스였다. 주위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그녀도 열심히 일했다. 상사와 동료들도 그녀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고, 그렇게 그녀는 한동안 잘 나갔다.

몇 년 전 그녀는 꽤 괜찮은 남자 동기와 한 팀이 됐다. 둘은 모두 맡은 바 일을 열심히 완수했다. 그러나 팀장은 연말 평가에서 동기를 더 좋게 평가했다. 기분이 나빴지만, 아직은 미래가 창창하다는 생각에 쉽게 맘을 정리할 수 있었다.

스펙 좋고 일도 열심히 했건만…

재작년 그녀는 그녀보다 훨씬 학벌도 딸리고 학력도 별 볼일 없는 여자 후배와 한 팀이 됐다. 자신의 스펙이 형편없음을 잘 아는 후배는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주말 없이, 밤낮없이 회사에 매진했다. 후배의 업무 성과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상사들은 상대적으로 더 열심히 일하는, 태도가 좋고 얼굴도 예쁜 후배에게 더 점수를 주는 듯했다. 연말 평가 결과도 다르지 않았다. 이후 그녀는 ‘직장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 하러 이렇게 죽어라 고생했나 싶다. 허무함 때문에 동기 부여가 안 되고, 좌절감으로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지금은 어느 새 ‘열정이 없고 나태한 직원’으로 낙인찍혀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올해 들어 업무 마감 기한을 어기는 일이 많아졌다. 산더미처럼 쌓인 일을 두고도 시간만 보내기 일쑤다. 휴가도 잦다. 팀 회의에서도 ‘얘기를 하면 뭐하나’하는 생각에 입을 닫는다.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만, 의욕이 금세 사라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90% 이상이 회사생활에서 무기력증을 경험한다. 원인은 ①낮은 보상 ②과도한 업무 ③미미한 존재감이다. 무기력증에 잘 빠지는 시기는 입사 6~9년차 과장급이다. 원인은 일에 대한 회의감이다. 가족과 건강까지 포기하고 일했는데,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낮은 연차에선, 감정 표현이 어려운 것이 주요 원인이다. 감정 억압이 반복되면 감정 자체가 고갈된다. 모든 연차에서, 일중독은 주요 원인이다. 성과주의와 완벽주의는 성공한 사람을 무기력증에 빠지게 한다.

무기력증은 소진에서 온다. 소진(Exhaustion)은 스트레스로 만성피로에 떨어지는 현상이다. 우울·불안·수면장애로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몸과 맘과 혼을 동시에 망가뜨린다. 면역력 저하로 고혈압·당뇨병·암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소진(Burnout)은 일에 지나치게 집중하다 갑자기 무기력증에 떨어지는 현상이다. 다 타 버린 연료와 같다. 회의감·무력감·피로감을 보인다. 사람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 감정 에너지가 방전된다. 보상으로 술·도박·섹스 등 쾌락중독에 빠지기 쉽다.

무기력증은 잇따른 거절에서 온다. 흥미·의욕·의미를 상실한다. 사회 초년생이 좌절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 ‘학습된 무기력’에 떨어진다. 업무 자체를 통제 불능 대상으로 인식하고, 아예 시도조차 안 한다. 쇠사슬에 묶여 자란 코끼리는 새끼줄에도 고분고분하다. 무기력증은 연이은 실패에서 온다. 무능력·무가치·무관심을 느낀다. 성공한 사람이 작은 실패에도 더 큰 좌절감에 빠진다. 우리는 ‘무기력 사회’를 살아간다. 열심히 일해도 달라지지 않고, 착하게 살아도 나아질 게 없다. 내가 원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 남이 원하는 대로 사는 건 무기력의 시작이다.

무기력증은 목표 부재와 의미 상실에서 온다. 공허감·허무감·고립감을 느낀다. 많은 사람은 막연히 뭔가를 기다리며 일생을 보낸다. 우연과 요행에 인생을 맡기고, 직장과 국가에 자신을 의탁한다. 목표 없이 나는 비행기는 제자리를 맴돌다 연료가 소진돼 추락한다. 빅터 플랭클은 의미치료의 창시자다. 그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다. 생사의 기로에서 날마다 정신과의사가 되어 환자를 열정적으로 돌보는 모습을 상상했다. “살아야 할 이유를 아는 사람은 어떤 상황도 견딘다.”

없는 것에 슬퍼 말고, 있는 것에 기뻐하라

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에너지를 충전하자. ①몸부터 챙기자. 아침밥을 꼭 먹자. 잘 먹고 시작해야 하루를 버틴다. 매일 1시간씩 걷자. 천천히 걷다보면 힘이 솟는다. 잠을 실컷 자자. 오래 자고 나면 모든 게 새롭다. ②생각을 멈추자. ‘그만!’을 연거푸 외치자. 맴돌던 생각이 툭툭 끊어진다. 매일 1시간씩 멍하게 지내자. 복잡한 생각이 단순해진다. 혼자 여행을 떠나자. 생각이 정돈되면서 힘이 생긴다. ③감정을 채우자. 영화를 보며 엉엉 울자. 슬픔과 함께 감정이 살아난다. 추억이 담긴 거리에 가자. 잊어버린 사랑의 기억에 푸근해진다. 옛 친구를 만나자. 잃어버린 우정의 나눔으로 따뜻해진다.

충전은 소통을 통해 가능하다. 우주(天)와 소통해 보자. 잠 안 오는 밤 바깥에 나가,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자. 우주의 에너지가 몰려온다. 자연(地)과 소통해 보자. 한가로운 낮 야외로 나가, 출렁이는 자연 속을 거닐자. 자연의 에너지가 스며든다. 인간(人)과 소통해 보자. 무료한 휴일 대학가 찻집에 가, 차창 밖에 붐비는 남녀를 쳐다보자. 젊음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천지인(天地人)은 만물을 구성하는 3가지 요소다. 하늘은 후회를 모르고, 초목은 걱정을 모르고, 땅은 아무런 잡념이 없다. 우주와 하나 되고, 자연을 닮아가고, 인간을 사랑하자.

둘째, 자존감을 회복하자. 거절에 담담해지자. 분리기법(Dissociate)을 써보자. 상사병은 좋았던 추억과 분리되어 생기고, 공포증은 나빴던 기억과 분리되면 벗어난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 거절당하던 모습이 스크린에 상영되는 것을 보자. 내가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 듯한 느낌이 들어선다. “나는 내가 좋다.” 실패에 덤덤해지자. 연합기법(Associate)을 써보자. 공포증은 나빴던 기억과 연합되어 생기고, 상사병은 좋았던 추억과 연합되면 벗어난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 가장 잘 나갔던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자. 당시 기분을 몸에 담고 현재로 돌아오자. “나는 대단하다.”

셋째, 의미를 부여하자. 사소한 일에 집중해 보자. 한 가지 일에 성공하면, 다른 일에도 의욕이 생긴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만들자. 기왕 하는 일인데, 이렇게 외치자. “오늘은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작은 일을 미루지 말자. 없는 것에 슬퍼하지 말고, 있는 것에 기뻐하자.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자. 어차피 할 일인데, 이렇게 외치자. “오늘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찮은 일에 관심을 갖자. 원하는 일은 못해도, 일하는 방법은 선택할 수 있다. The present(오늘) is a present(선물). 이래도 저래도 사는 건데, 이렇게 외치자.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 일에 감사한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350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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