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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만드는 김광용 투바앤 대표] 한국형 포켓몬고 체험관 만든다 

증강현실·가상현실 기술 도입해 꾸며... 장편 애니메이션과 완구사업 연계도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김광용 투바앤 대표. / 사진:김성룡 기자
‘90초의 미학’으로 불리는 비언어 슬랩스틱(몸 개그) 애니메이션 ‘라바’를 만든 투바앤이 변신로봇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과 변신로봇 완구사업을 동시에 진행한다. 이와 더불어 서울 도심에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를 조성한다. 김광용 투바앤 대표는 “재정난에 빠져있던 투바앤을 구했던 라바를 통해 배운 교훈을 실천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60억원의 빚더미에 쌓인 절박한 상황에서 ‘재미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과 함께 만든 ‘라바’는 이제 연 100억 매출을 올리는 귀하신 몸이 됐다. 김광용 대표를 서울 순화동 임시 사무실에서 만났다.

라바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주인공을 애벌레 옐로와 레드로 설정한 건 제작비 때문입니다. 대신 스토리를 치밀하게 준비했죠. 톰과 제리 이야기, 찰리 채플린의 연기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어요. 라바 정도의 분량이면 30억 정도가 필요한데 실제 제작 비용은 15억 정도 들었어요.” 라바를 만들던 2011년 당시 김 대표는 60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었다. “몰릴 대로 몰려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수라 생각했습니다.” 홍익대학교 광고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김 대표는 1993년부터 한 광고CG회사를 다니다 2002년 자신의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 광고제작에서 CG가 상당히 각광받기 시작했거든요.” 3년 만에 직원 수 50명에 매출 50억원의 탄탄한 회사로 성장했다. 회사에 돈이 쌓이니 김 대표는 다른 생각을 했다. “언제까지 남의 일만 할 수 없으니 직접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게임과 애니메이션 중 어느 분야가 좋을지 한참 고민했죠. 미키마우스나 스누피처럼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생명력도 긴 애니메이션을 선택했죠.” 2007년 그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별도로 지금의 투바앤(당시는 투바엔터테인먼트)을 설립하고 ‘비키와 조니’ ‘오스카의 오아시스’를 제작했다. 결과는 120억원의 빚. “평가는 좋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 돈 벌긴 정말 힘들더군요. 두 달 안에 20억원 이상의 채무를 상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라바가 탄생했습니다. 우선 라바의 존재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라바 덕에 빚더미에서 벗어나

2011년 출시된 라바는 유튜브로 맨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케팅 여력이 없는 투바앤은 무료로 동영상을 배포해 라이선스 사업에 기대를 걸었다. 두 달 만에 라바는 유튜브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올해 7월 유튜브에서 라바는 10억 뷰를 넘겼다. 라바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판매되는 제품은 1000가지가 넘는다. 라바는 2018년 극장판 개봉을 목표로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작가 에리카 리비노자가 각색 중이다.

라바의 성공으로 절벽에서 내려온 김광용 대표. 그는 “다시 절벽”이라고 했다. “라바는 분명 절벽에 있던 저와 회사를 살린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분명 있어요. 잘 만든 다음엔 잘 파는 게 참 중요하더군요.” 기획팀 20명 포함 50명의 전담팀을 꾸려 2013년부터 3년 동안 개발한 다이노코어가 7월 26일 만화전문채널 투니버스를 통해 방영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 자동차, 변신로봇이 애니메이션에 녹아들어 있다. 아빠가 운영하는 피자 집에서 배달하는 평범한 소년 렉스 앞에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다이노코어를 조종해 지구를 지킨다는 내용이다.

김광용 대표가 그의 앞에 놓인 로봇 ‘다이노코어’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애니메이션에서처럼 로봇을 변신하고 합체할 수 있을 만큼 싱크로율이 높다”고 했다. 투바앤은 로봇 완구제작을 위해 현대자동차 부품 설계 연구원까지 영입했다. “콘텐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보고 라이선스 계약을 하고 다음으로 제품을 제작하면 늦어요. 애니메이션과 완구제작 그리고 라이선스 판매를 동시에 진행했습니다.” 라바 제작사가 만든 변신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유통업자들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완구 선주문은 50억원, 라이선스 판매는 10억원을 기록했고 아동 음료와 치약, 문구 등 28가지 제품 카테고리와 계약을 했다. 김 대표는 “애니메이션 방영 전 완구 선주문은 디즈니가 해온 방식으로 우리나라에선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의 표정은 기대감과 긴장감이 교차했다. “우리나라에 매년 신작 애니메이션이 최소 10편 이상 나옵니다. 하지만 방영권 판매로는 제작비의 10% 밖에 회수 못해요. 기획제작 기간도 영화보다 긴 경우가 많은데 돈이 들어오지 않아요. 결국 프로세스를 줄이고 개발과 동시에 상품 기획을 하는 디즈니 방식을 도입했어요.” 투바앤은 다이노코어로 2017년 300억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18년 500억원의 매출로 5000억 규모의 국내 완구시장에서 10%의 점유율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그는 ‘인재 붙들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업계가 대졸 평균 초임이 2000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저희도 비슷했지만 라바 이후 2700만원 정도로 끌어올렸습니다. 조만간 3000만원으로 올릴 겁니다. 자꾸 게임 업계로 빠져나가는 인재를 지키려면 ‘일하는 재미’만 강조해선 곤란합니다. 직원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회사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첫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재 붙들기가 고민

김광용 대표를 만난 정동은 투바앤의 새로운 목표를 향한 전초기지다. 근처 역사박물관 옆 구 가든플레이스 대지와 건물을 매입해 국내 최초 도심형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를 만들고 있다. “투바앤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체험공간과 연 100만 명이 찾는 역사박물관을 연계하면 일본 도쿄에 자리한 지브리 박물관처럼 국내외 관광객과 가족단위의 여행객이 즐길 수 있는 멋진 놀이터가 될거라 확신합니다.”

구 가든플레이스는 약 550평 대지에 4층 건물이다. 투바앤은 그중 지하는 다목적 소극장으로 사용하고 1, 2층은 콘텐트와 캐릭터 전시 체험관으로 꾸민다. 3, 4층은 투바앤 사무실로 활용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을 대면 라바뿐 아니라 후속작인 빅펫, 로터리파크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는 증강현실(AR) 기술도 도입하고 가상현실(VR) 콘텐트도 선보일 겁니다. 한국형 포켓몬고 체험관인 셈이죠.”

1351호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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