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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땅·물·불·바람·하늘의 이치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병법의 도는 땅·물·불·바람·하늘의 다섯 장이다. 병법의 기초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땅’, 병법자의 마음은 변화하는 물과 같이 유연해야 하는 ‘물’, 진행이 빠르고 변화가 극심한 싸움에서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뜻의 ‘불’이다. ‘바람’은 다른 유파들의 병법을 살펴보아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하기 위함이며, ‘하늘’은 스스로 참다운 병법의 도를 터득하는 궁극의 경지를 의미한다. -오륜서, 땅의 장

무사시는 자신의 검법인 '니텐이치류(二天一流)'를 '양 손에 장검과 단검을 들고 사용하는 최고의 법'으로 명명했다. 1776년 도요타 가게히데(豊田景英)가 집필한 무사시 전기인 [니텐기(二天記)]에서 검법의 이치를 땅(地)·물(水)·불(火)·바람(風)·하늘(空)이라는 자연현상의 원리로 풀었다는 의미에서 5개 바퀴에 비유하면서 [오륜서(五輪書)]의 명칭이 유래했다.

땅은 기초다. 기초를 튼튼히 다져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검술에만 치중한 병법을 익힌 사람은 한계가 있다. 병법의 도를 터득하기 위해서는 큰 것을 보고 작은 것을 헤아릴 수 있어야 하고, 얕은 곳에서 더 깊은 곳으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기초를 다져야 한다. 물은 유연성이다. 기초는 닦았는데 유연성이 없으면 정체되고 응용이 어렵다. 물은 담는 용기의 모양에 따라 변화한다. 네모가 되었다가 동그라미가 되고, 하나의 작은 물방울이었다가 광활한 바다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병법자의 마음과 태도는 환경에 따라 변화하는 물과 같이 유연해야 한다. 불은 변화에 대한 대처능력이다.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전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싸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가 갑자기 꺼질 듯이 작아지는 변화무쌍한 불과 매우 흡사하다. 홀로이건 많은 군사를 이끌고 싸우건 병법의 기본은 동일하기에 평소 수련을 통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길러야 한다. 바람은 유행이고 경쟁자이다. 바람 '풍'(風)'에는 '신풍(新風)' '구풍(舊風)' '가풍(家風)" 등 다양한 변화 유형의 뜻이 있다. 병법의 기본은 변함없지만 흐름은 항상 변한다. 기본을 유지하면서 다른 유파 검법의 흐름을 파악하고 세상 변화를 따라가야 최고의 기량을 유지할 수 있고, 다른 유파들을 파악해서 남을 알고 나를 알아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은 가능성이다. 도의 경지는 무한하다. 병법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고 하늘과 같이 내부와 외부의 구분이 없다. 따라서 병법의 도를 터득한 후에는 오히려 얽매이지 말고 항상 새로운 경지를 추구해야 한다. 인간의 편협함을 자각하고 마음을 바르고 올곧게 꾸준히 연마하고 터득해야 지혜와 진리가 있는 '하늘의 경지'에오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오륜서]의 핵심은 현실 경험에 기반한 자신감과 평정심이 승리를 담보한다는 경험적 교훈이다. 승부의 중심은 몸이 아니라 마음임을 강조하는 무사시는 무기를 사용하는 기술은 외공이고, 강인한 정신력은 내공으로 규정한다. 내공과 외공이 조화를 이루어야 적을 이기는 무사가 되는 것은 현대인들도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무사시가 칼을 휘두르던 시절이나, 글로벌 경제시대로 표현되는 오늘날이나 경쟁의 본질은 동일하다. 승리의 원천인 마음의 힘, 즉 정신력은 말과 이론이 아니라 꾸준한 수련으로 만들어진다. '마음이 비뚤어지면 칼도 비뚤어진다'는 검도장의 금언(金言)은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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