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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력 증강에 적극 나선 일본] 지역 분쟁 빌미로 재무장 합리화 

방위비 해마다 최고치 경신... 최신 미사일·잠수함·스텔스기 도입·개발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아베 총리는 8월3일에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 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판했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차 라오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8월7일 오후 5시24분부터 33분 동안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했다.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익숙한 발언을 반복했다. 아베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는 형언할 수 없는 폭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유엔 안보리를 포함해서 일·한 간 협력해서 대응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북한 도발에 대한 대응은 물론이고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양국이 더 긴밀하게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고 발언하자 이렇게 화답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8월3일에 했던 ‘폭거’라는 발언을 반복했다. 이날 아베는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 안전보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며 “용서하기 어려운 폭거”라고 비판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50분쯤 황해남도 은율군 일대(남포 인근)에서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그중 1발이 1000여㎞ 떨어진 동해상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이 미사일은 최고 고도 400㎞ 정도로 비행했다. 북한 미사일이 떨어진 곳은 아키타현 오가 반도 서쪽 250㎞ 지점이다. 지난 1998년 8월 북한이 쏜 대포동 1호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간 적은 있었다. 이 미사일은 태평양에 떨어졌다. 하지만 일본 연안에서 200해리(약 370km) 내 공해상인 EEZ에 떨어진 건 처음이다. 최대 사거리가 1300㎞에 이르는 노동 미사일은 일본 거의 전 지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사드 도입 방안도 검토

중요한 것은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군사력 증강의 빌미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날 발사된 노동 미사일을 비롯해 올해 들어 북한 미사일 발사가 잦아지자 일본 방위성은 즉각 행동에 나서고 있다. NHK는 방위성이 북한 탄도 미사일 방어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고 8월10일 보도했다.

NHK에 따르면 방위성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에 배치가 결정된 미국의 사드를 자국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교토부 교탄고시 주일미군 통신소와 북서부 아오모리현 쓰가루시 항공자위대 기지에 탄도미사일 추적을 위한 X밴드 레이더(TPY-2 레이더)가 설치돼 있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력을 높인다며 다른 관련 무기체계 증강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군 기지나 주요 시설을 방위하기 위한 최신 지대공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PAC3)도 그 대상이다. 올해 2차 추가경정 예산안에 자위대의 요격 미사일을 앞당겨 보충하기 위한 비용을 반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앞서 8월 8일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자위대의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도록 파괴조치명령을 내렸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북한이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차량을 이용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사전에 발사 징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본이 상시 요격 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이지스 전투체계를 갖추고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인 SM3를 탑재한 구축함이 요격 태세를 갖추는 것은 물론 도쿄의 방위성 부지 내에 PAC3 부대가 배치된다. SM-3는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함대공 미사일이다. 한국 해군은 아음속(마하 0.5~0.7 정도의 속도)으로 비행하는 순항미사일까지 요격할 수 있는 SM-2 블록4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을 뿐 SM-3는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위협을 명분으로 신형 지대함 미사일 개발에도 나설 방침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8월 14일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 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등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미사일을 개발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이 개발하려는 지대함 미사일은 사거리 300㎞로 미야코지마나 이시가키지마 등 센카쿠 열도에서 가까운 오키나와의 섬에 배치될 예정이다. 이들 섬에는 원래 육상자위대가 보유한 지대함 미사일이 배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보유한 지대함 미사일들은 사거리가 100여 ㎞에 불과하다. 이들 섬에서 센카쿠 열도까지는 거리가 170㎞가량 떨어져 있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미사일을 발사해도 센카쿠 열도 인근 영해나 접속수역에 들어온 타국 선박까지 이르지 못한다. 일본은 이를 명분으로 공격용 무기인 미사일 개발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신형 미사일 2023년 실전배치 목표


요미우리에 따르면 신형 미사일은 수송과 이동이 쉬운 차량 탑재형으로 개발되며 GPS 등을 이용한 유도장치로 타국 군함 등을 정밀 타격하는 공격력을 확보하게 된다. 미사일 개발은 일본 단독으로 수행할 예정이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고체연료를 사용할 계획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연료 주입에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이에 따라 예고 시간 없이 즉시 발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발사징후를 포착하기 힘들어 더욱 위협적이다. 일본 정부는 이 미사일 개발비를 당장 내년도 방위성 예산에 포함시켜 개발에 나서 2023년까지 실전배치하는 것을 목표를 삼고 있다. 신형 지대함 미사일은 센카쿠 열도 주변에 출현하는 중국 해경국 선박은 물론 해군의 군함에 대한 장거리 공격 능력을 강화해 억지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하는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설명했다.

이 신형 지대함 미사일은 영토 분쟁 중인 섬이 타국에 점령됐을 때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육상자위대의 상륙작전 계획은 호위함에 의한 단거리 함포 사격이나 전투기의 폭탄 투하 등 근접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상대방의 반격을 받기 쉽다. 하지만 신형 미사일을 배치하면 인근 섬에서 안전하게 장거리 공격 지원을 받으며 상륙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이 신형 지대함 미사일을 개발하면 그 과정에서 방위산업의 기술 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 일본이 동북아의 새로운 미사일 강국으로 거듭 나는 셈이다.

일본은 센카구 열도에 최신형 잠수함도 2021년까지 실전배치하기로 했다. 일본 언론의 8월21일 보도에 따르면 방위성은 현재 해상자위대의 주력 잠수함인 소류(蒼龍)급의 후속으로 탐지 능력을 대폭 강화한 최신 잠수함을 개발하기로 했다. 소류급 잠수함은 배수량 2700t급으로 승조원 65명이 운용한다. 수상 13노트, 수중 20노트의 속도로 항해할 수 있으며 수심 500m까지 잠수할 수 있다. 533mm 어뢰관 6문을 장착하고 서브하푼 잠대함 미사일로 무장한 공격형 잠수함이다. 일본 최초로 공기불요장치(AIP)를 장착해 물 위로 부상할 필요 없이 장기간에 걸쳐 은밀한 잠행이 가능하다. 신형 잠수함은 여기에 적의 잠수함 등을 탐지하는 음파 탐지기(소나) 기능을 크게 강화할 예정이다. 일본 방위성은 이미 이 비용을 내년도 방위비 예산안에 포함했다. 잠수함 획득 비용은 한 척당 760억 엔(약 85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공중 전력 강화를 위해 주력 전투기인 F-15의 탑재 미사일을 8발에서 16발로 늘려 공격력을 크게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고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미국의 최신식 F-35 전투기도 내년 말 아오모리현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미 8월 24일 미국 조지아주 록히드마틴사 공장에서 일본 항공자위대에 처음 실전 배치될 F-35A 전투기 1호가 출고됐다. 일본은 F-35 42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아오모리의 미사와 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42대 가운데 4대만 록히드마틴에서 직접 생산하고 나머지는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에서 생산한다는 점이다. 일본이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생산기술을 확보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이 스텔스기를 도입해 노후한 F-4EJ 팬텀 전투기를 대체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스텔스기 도입은 두 세대 전의 팬텀기 대체를 넘어선다. 현재 항공자위대의 주력기 F-15J를 뛰어넘는 성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본격적으로 스텔스 항공전력을 확보해 동북아의 하늘을 주름잡겠다는 의도를 실천하는 것이다.

동북아 하늘 스텔스 대전

일본의 스텔스기 확보는 동북아에 본격적인 스텔스 군비경쟁이 벌어진다는 이야기다. 주일미군은 내년 1월부터 야마구치현 이와쿠니 기지에 F-35B 16대를 배치할 계획이다. F-35B는 공군용인 F-35A와 달리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해군·해병대용이다. 미군이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과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스텔스 전력을 강화해 전쟁 억지력을 높이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한국 공군도 2018년부터 F-35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스텔스기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전투기는 5세대 공군기로 분류된다. 중국에선 시험 비행 중인 스텔스형 전투기의 모습이 이미 몇 년 전부터 쓰촨성 청두의 시험비행기지 상공에서 목격됐다. 중국이 이곳에서 비밀리에 개발 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8월23일에는 같은 곳에서 진회색의 스텔스 전투기가 비행하는 사진이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등장했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인터넷 매체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첫 스텔스기인 젠(殲)-20이 개발을 끝내고 대량 생산돼 처음으로 중국 공군에 인도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0년 개발에 들어간 지 6년 만에 실전 배치에 이른 것이다. 젠-20은 스텔스 성능과 기동성, 원거리 공격 능력 등 여러 면에서 F-35를 앞서는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젠-20개발로 중국 공군이 일본 항공자위대와의 전력 격차를 줄이고 역전할 가능성도 노릴 수 있게 된 것으로 평가한다.

젠-20은 엔진만 러시아제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중국의 자체 기술을 적용했다. 앞으론 엔진도 국산화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우선 4대를 배치하고 생산에 맞춰 실전 배치 대수를 늘려갈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공군에 F35가 공급되기 시작하는 2018년 초까지 중국에선 모두 36대가 실전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공중전력이 본격적으로 스텔스 시대에 진입하는 셈이다. 러시아도 2018년쯤에는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T-50을 본격적으로 실전배치할 계획이다.

일본은 중국 전투기가 센카쿠 열도 주변에 지난 5월 이래 수차례 접근해 일본 전투기가 긴급 발진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는 정보를 공개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지난 8월14일에는 중국 전투기가 센카쿠 열도 영공에 약 50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일본 정부는 중국 전투기가 센카쿠 열도에 연달아 접근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센카쿠에 접근하는 중국 비행기에 대응하기 위한 항공자위대의 긴급 발진은 지난해 571차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4~6월에는 199회로 1~3월의 198회를 넘어섰다. 분기별로는 역대 최대였다.

6월9일엔 중국 군함이 센카쿠 열도 부근 접속수역을 처음 항행했다. 8월 들어 중국 해경선 최대 15척과 어선 300척이 센카쿠 주변의 일본 영해와 접속수역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이런 와중에 5월 하순 이후 중국 전투기가 적어도 3차례에 걸쳐 센카쿠 열도에 접근했다. 방위성은 중국군이 센카구 주변에서 작전을 하기 위해 전투기의 원거리 운용능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곧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대 전력증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중국의 해상 진출 확대를 막고 북한의 미사일 개발에 대응한다는 명목으로 5년 연속 방위비를 늘리고 있다. 일본의 방위비는 아베 신조 총리가 재집권한 2012년 이래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안전보장법 통과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의 분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방위성의 내년도 전체 예산은 5조1685억엔(약 56조5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예산(5조541억엔)보다 2.3% 늘었다.

한국과의 군사협력 강화도 적극 나서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일본이 한국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원하는 아시아 3각(한·미·일) 또는 4각(한·미·일+호주) 안보협력 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외교부에 따르면 9월7일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문제가 논의됐다. GSOMIA는 협정 당사국 간 군사 기밀 공유를 약속하는 것이다. 한·일 GSOMIA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체결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이 협정 체결은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국가로 가는 길에 힘을 실어준다는 이유로 국내 여론의 거센 반대 속에 무산됐다. 당시 밀실 추진 논란까지 겹치면서 도저히 거론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여론이 악화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등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면서 협정 체결의 필요성이 다시 거론되는 중이다. 북한 잠수함에 대한 일본 해상자위대의 탐지능력이 한국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앞으로 한·일이 GSOMIA 체결할 경우 그런 중국이 어떻게 나올지 관심사다. 새로운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굴기와 일본의 전력 증강 속에서 동북아는 격랑 속으로 빠지고 있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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