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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위치 기반 근거리 데이터 통신기술 ‘비콘’] 기술로 ‘세림이법’의 행정적 한계 극복 

참좋은넷 등 ‘통학버스 안심케어’ 서비스... 차량 주변 사각지대 사람 감지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사진: 참좋은넷 제공
어린이 통학차량의 안전의무를 대폭 강화한 ‘세림이법’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2013년 청주에서 통학차량에 치어 숨진 김세림(당시 3세)양 사고를 계기로 만든 법이다. 이 법에 따라 유치원과 어린이집, 학원 운영자는 노란색 통학버스에 안전 발판을 장착해야 한다. 좌석엔 어린이용 안전벨트를 설치하는 등 통학차량 전반을 구조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통학차량 관련 어린이 교통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 8월 11일에도 전남 여수에서 2세 박모군이 후진하는 통학차량에 치어 숨졌다. 경찰은 통학차량의 설비 규정 준수 여부, 원장과 인솔교사의 과실 등을 조사하고 해당 어린이집에 운영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예고했다. 세림이법은 통학차량 안전에 대해 행정적인 노력에 국한된다. 어린이 안전에 대한 온전한 해결방안이 되지 못한단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세림이법의 행정적 한계는 기술로 뛰어넘을 수 있다. 전파신호를 감지해 차량 주변 사각지대에 어린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비콘(Beacon)’ 기술을 통해서다. ‘봉화’나 ‘등대’를 의미하는 비콘은 위치정보 전달을 위해 어떤 신호를 주기적으로 전송하는 기기를 의미한다. 근거리 데이터 통신기술 중 하나지만 교통카드나 스마트폰에 장착된 통상의 NFC(Near Field Communication)와는 기술 형태상 다르다. NFC는 20cm 이내에서만 통신이 가능해 단말기에 카드를 직접 대는 ‘태그’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비콘은 10여m 거리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블루투스나 보다 넓은 거리에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와이파이(WIFI) 등을 사용해 최대 50m까지 준원거리 통신을 지원한다. 기기에 카드를 가깝게 갖다 대야 하는 불편함 없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단 얘기다. 영유아처럼 스마트 기기 사용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의식할 필요 없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비콘의 가장 큰 장점이다.

비콘 전문 기업 참좋은넷은 지난해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린 ‘통학차량 안심케어’ 시스템을 내놨다. 통학차량 사고의 대부분은 어린이가 주변에 있는지 모른 채 차량을 움직이면서 일어난다는 데 착안했다. 통학차량을 중심으로 주변 5m 이내에 어린이가 있으면 운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주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미래창조과학부와 실증사업 중에 있다. 올해 초 KT와 협력해 경기도에서 시범사업까지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은 광명시, 서울 관악구 등으로 추가 확대 중이다.

차량에 탄 아이, 내린 아이까지 구분

유용한 아이디어지만 시스템은 비교적 단순하다. 통학 어린이에게 각각 두툼한 시계 크기의 블루투스 단말기를 지급한다. 차량은 상시적으로 어린이가 가진 단말기 신호를 파악해 각 어린이의 위치를 점검한다. 차량에 탑승하면 어린이가 무사히 차에 탔는지,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등의 정보를 부모의 스마트폰에 전송한다. 어린이가 차량에 남아있으면 차량의 운행을 종료할 수 없도록 한다. 어린이가 차량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신호를 잡아내는 것이 참좋은넷의 기술이다. 차량 주변 5m를 한계 구역으로 잡고 있지만, 차량 안에 탄 어린이와 내린 어린이를 각각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이 시스템의 기술력이다. 어린이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의자 밑에 숨어있는 것까지 알아내는 것도 기술이다. 이에 더해 덜컹거리는 차량에서 어린이가 튕겨나가는 사고에 대비해 차량의 어느 창문이 열려있는지도 바로 알려준다. 어린이의 위치는 보육교사와 부모가 상시 공유할 수 있어 규정에서 벗어나면 보호자가 즉시 문제를 알아챌 수 있도록 한다.

본래 비콘은 상당히 오래된 기술 개념이다. 원래 지상의 무선 기지 등에서 발사하는 전파를 항공기·선박·자동차 등 이동하는 기기에서 수신해, 위치 등 각종 정보를 취득하는 기계기술에 속하다. 이런 비콘의 개념을 근거리무선통신으로 활용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세림양 사고가 난 2013년 6월, 애플이 WWDC(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iOS7과 함께 아이비콘(iBeacon)을 발표한 이후 개발을 본격화했다. 아이비콘은 단순한 아이디어다. 기존 블루투스는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해 2개 기기를 서로 연결하는 페어링(pairing)을 거쳐야 한다. 아이비콘은 다수의 기기가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이런 페어링을 거치지 않도록 했을 뿐이다. ‘블루투스는 페어링을 해서 쓴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서 활용폭을 극대화한 것이다.

비콘은 부가적인 이점도 있다. 보통 모바일 기기는 데이터를 교환할 상대 기기를 찾는 데 전력을 많이 소비한다. 아이비콘은 페어링할 대상을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에너지를 덜 쓸 수 있어 ‘블루투스 저에너지(BLE)’라고 불린다. 그만큼 모바일 기기에 부담을 주지 않고 오랫동안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단 얘기다. 애플은 이미 미국 전역 애플스토어에 아이비콘을 설치한 상태다. 아이폰을 가진 고객이 애플스토어를 지나치면 자동으로 OS를 업그레이드 받을 수 있다. 또 아이폰 화면에 자동적으로 ‘어떤 보상판매 옵션이 있으니 아이폰을 바꿔보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띄우기도 한다.

한국 기업도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4년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 ‘실내 측위 플랫폼’을 선보였다. 실내 위치를 파악하는 서비스로 벽면에 부착된 블루투스 비콘을 활용해 스마트폰 앱으로 길 찾기, 쿠폰, 광고 등의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솔루션이다. SK텔레콤은 실내에서 평균 5m 이내 오차로 사용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을 확장해 적용하면 실내나 다층 건물 내에서도 위치를 파악해 3차원(3D) 입체 지도정보를 만들 수 있다. 일반 내비게이션이 GPS 신호를 활용해 길을 안내하는 것처럼, 복잡한 건물 내부에서도 필요한 경로를 내비게이션처럼 안내 받을 수 있단 얘기다.

컨벤션 센터 관람객의 유동양·관심도 측정 가능

전자결제 기업인 페이팔도 쇼핑용 비콘 송수신 단말기를 내놓고 있다. 페이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고객은 매장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할인정보나 매장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더해 상품 구매를 결정하면 복잡한 인증 과정 없이도 페이팔을 통해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다.

비콘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럼에도 아직 뚜렷한 시장 주도 기업이 없어 중소·벤처기업이 뛰어들 여지가 많다. 비콘 단말기까지 개발한 참좋은넷은 킨텍스나 벡스코와 같은 대형 컨벤션 센터에 수백 대 단말기를 설치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실제 관람객의 유동량과 관심도를 비콘으로 측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어느 부스에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오갔는지, 어떤 상품에 관심이 쏠리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더해 관심을 보인 관람객에게만 해당 부스에서 나눠주는 팜플렛 등을 전자문서로 전달한다. 김동필 참좋은넷 대표는 “비콘 기술을 활용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만으로도 만들 수 있는 사업이 많다”고 전망했다.

1353호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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