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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트업 창업 열풍] 4차원 중계 즐기고 스코어도 분석하고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사물인터넷부터 가상현실 분야까지 다양... 센서·데이터 활용한 스포츠 콘텐트 활성화 기대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 스타트업이 도전하고 있다. ESM연구소는 스포츠 중계에 오브젝트 VR을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사진: 각 사 제공
지난 8월 18일 서울 역삼동의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에서 ‘스포츠 스타트업’을 주제로 하는 행사가 열렸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을 계기로 마련한 이벤트였다. 창업 관계자, 투자자 등 14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았다. 디캠프 관계자는 “한국의 스포츠 스타트업을 섭외하는데 이렇게 많은 곳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며 놀랐다. 실제로 스포츠 팬을 위한 데이터앱 제이스코어(JScore)를 운영 중인 브리즈밸리, 4차원 영상솔루션으로 스포츠 중계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ESM연구소, 골전도 스피커가 부착된 선글라스를 만든 정글, 유저와 익스트림 스포츠를 연결해주는 비욘드 컴퍼니 등 참여 기업이 다양했다.

IoT 접목한 스포츠 웨어러블 분야 성장세 가팔라


▎정글은 골전도 스피커를 부착한 선글라스 ‘정글팬더’를 킥스타터에 올려 목표액의 40배가 넘는 실적을 거뒀다. / 사진: 각 사 제공
스포츠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2011년 다보스포럼에서 ‘스포츠와 연계된 ICT 기술은 ICT 융합분야에서 핵심 영역 중 하나’라고 발표될 정도로, 스포츠 분야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정부도 2013년 12월 ‘스포츠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을 통해 스포츠와 ICT 융합을 적극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스포츠산업 활성화에 나선 이유가 있다. ICT가 스포츠와 결합하면서 새로운 상품·영역이 창출되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운동측정 기기인 ‘퓨얼밴드’를 출시한 이후 매출이 2.4배가 증가하고, IT와 골프가 결합된 스크린골프는 2015년 말 2조5000억원 시장 규모로 성장했다.

스포츠산업진흥법 제2조에 따르면 스포츠산업은 스포츠와 관련된 재화와 서비스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스포츠 용품업이나 시설업(골프장·스키장·체육도장 등), 스포츠 서비스업(마케팅·미디어·스포츠갬블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통적인 산업 분류에 따르면 나이키의 퓨얼밴드나 스크린골프는 포함되지 않는다. ICT 기술이 전통적인 스포츠 산업 분야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스포츠산업 규모는 40조원으로 추산되고, 매년 4.4% 이상 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9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제1회 창조경제 융합 스포츠산업 포럼’을 열고 본격적으로 스포츠산업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연간 40조 원 이상, 연평균 4,4% 이상 성장하는 스포츠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진출을 모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 등의 분야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IoT 기술을 접목한 스포츠 웨어러블 분야는 성장세가 가장 빠른 분야로 꼽힌다. 2014년 SensiAn 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포츠 디바이스 시장은 2014년 24억 달러(약 2조6424억원)였지만, 매년 8%씩 성장해 2020년에는 38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스타트업들은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눈에 띄는 스타트업은 스포츠 중계에 오브젝트 VR을 도입한 ESM연구소다. 여러 동영상 카메라로 경기를 촬영한 후 재현하는 기술로 호평을 받고 있다. 여러 시점에서 촬영하기 때문에 판정에 관련된 비디오 판독에 이용되고 있다. 경기를 다양한 시각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정흥수 ESM연구소 대표는 “4차원 영상솔루션 기술을 통해 스포츠 중계의 진화를 이끌어내고 있다”면서 “해외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경기 분석 공유 플랫폼 제이스코어(Jscore)를 제공하는 브리즈밸리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제이스코어는 축구·야구 같은 종목의 실시간 스코어와 분석 정보를 바탕으로 스포츠 팬이 서로 소통하는 공간이다. 123개국, 8개 종목, 2000개 이상의 리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시간 스포츠 경기를 기반으로 판타지스포츠게임과 전략예측게임을 결합해 스포츠 팬이 경쟁하는 랭킹볼, 스포츠 전문가와 함께 스포츠 모임을 만드는 플랫폼 서비스인 플레이콕, 아마추어 체육인을 위한 경기 촬영 서비스를 운영 중인 마이플레이캠 등은 생활체육 분야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하나의 멤버십으로 여러 곳의 피트니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클래스픽, 프로 골퍼와 아마추어가 함께 라운딩할 수 있는 매칭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디페이스, 유저와 익스트림 스포츠를 연결해주는 익스타를 운영하는 비욘드 컴퍼니는 스포츠 서비스 분야 스타트업이다. IoT 기반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제작하고 있는 메디코넥스 김태평 대표는 “스포츠산업에서는 센서와 데이터를 활용한 스포츠 콘텐트의 활성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스기사] 양희욱 정글 대표 - 골전도 스피커 선글라스로 수출길 열어


러닝이나 보딩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골전도 스피커가 장착된 선글라스 ‘정글팬더’를 개발한 스타트업 정글(Zungle)의 양희욱 대표는 6월 미국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도전했다. 모금 목표는 5만 달러(약 5500만원). 1개월 후 이 제품에 1만1349명이 194만 달러를 후원했다. 또 다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인디고고에서 받은 후원까지 합하면 총 220만 달러의 후원금을 받았다. 원래 목표액의 40배가 넘는 큰 성공을 거둔 양 대표는 “제품 양산에 필요한 후원금을 목표로 했는데, 일이 너무 커졌다(웃음)”면서 “기존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비해 우리의 제품은 디자인과 성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글이 만든 골전도 스피커를 탑재한 선글라스는 기존에 없던 제품인가.

“비슷한 제품은 있다. 구글 글라스가 대표적이지만, 가격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높다. 골전도 방식은 고막을 통하지 않고 두개골을 진동시켜 청각신경을 거쳐 뇌에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다. 써보면 그냥 선글라스를 착용한 느낌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통화도 할 수 있다.”

왜 이런 제품을 만들었나.

“정글 창업 멤버들은 대부분 이노션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다. 웨이크보드·서핑보드 같은 것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모였는데, 이런 스포츠를 즐기면서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스마트폰은 암밴드나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 운동을 하는 데 상당히 불편하다.”

언제부터 준비했나.

“나를 포함한 창업멤버 5명은 모두 이노션 동기들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모여서 골전도 스피커를 선글라스에 부착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는지 용산 같은 곳에 가서 시도를 해보면서 사업을 구체화했다. 지난 3월 법인을 설립했고, 샘플을 만들어 6월 킥스타터에 공개했다.”

골전도 스피커와 선글라스를 직접 다 만들었나.

“선글라스 디자인은 우리가 직접 했다. 골전도 스피커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제품을 받아서 부착했고, 현재 테스트 중이다. 국내외 제품의 수준은 어느 정도 비슷한 것 같다.”

스포츠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힘들지 않나.

“나이키·리복 같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프로 스포츠산업만 생각하면 스타트업이 도전하기 힘든 분야다. 하지만 러닝이나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생활체육을 모두 포함하면 스타트업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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