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유연한 마음으로 응용력 길러라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물과 같이 유연한 마음을 기본으로 한다. 진정으로 병법의 도를 터득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이론을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 내용을 바탕으로 아침저녁으로 끊임없이 수련해 기술을 익히고 연마한다면 틀림없이 병법의 도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의 장

[오륜서]는 세상의 기초인 땅의 장으로 시작해 유연한 응용인물의 장으로 이어진다. 첫 번째로 땅과 같이 튼튼한 기초를 확립하면 두 번째로 변화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물과 같은 유연함이 필요하다. 물은 담기는 용기(容器)에 따라 모양을 달리하는 유연성이 있고, 항상 아래로 흐르는 겸손함이 있으며, 둑에 앞이 막히면 기다렸다 넘어가는 인내심이 있다. 땅의 기초가 만들어지면 물처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연함이 부족하면 탁월한 이론도 세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시간이 흐르면 현실 적응력이 떨어지고, 결국 도그마(dogma, 독단적인 신념이나 학설)에 빠져 생명력을 상실하고 화석이 된다. 한 시기의 패러다임이었던 시대정신이 다음 시대에서는 구시대의 유물로 되는 경우는 흔히 본다.

병법의 기본을 터득하고 유연한 응용력을 가지려면 매일 공부하고 수련하는 방법 밖에 없다. 책만 보아서는 실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에서 승리하기 위한 병법의 도를 배우려는 사람은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자세로 꾸준히 연마해야 한다. 병법은 공리공론이 아니라 실천학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의 기업 경영도 기초가 되는 이론을 익힌 후 유연한 응용력을 터득해야 한다. 경영자의 길이란 매일매일 생겨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역량을 키우고 내면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리더십과 경영도 지식이 아니라 실천학이기 때문에 추상적 이론과 현실적 경험이 접목돼야 배양된다. 풍부한 지식, 화려한 학벌도 겉치레에 불과하다.

총명하고 영리하다는 의미의 스마트는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이 풍부한 ‘북 스마트(Book smart)’와 풍부한 현장경험과 정확한 판단능력을 갖춘 ‘스트리트 스마트(Street smart)’로 구분된다. 실제로 사회생활을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현장 직업인의 스트리트 스마트가 학식있는 학자나 전문가의 북 스마트보다 훨씬 깊이있고 정확하게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우리나라 산업화 초창기를 이끈 1세대 창업주들은 대부분 ‘가방끈’은 짧았지만 스트리트 스마트의 통찰력으로 커다란 성취를 이뤘다. 책만 많이 읽고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황된 경우가 많고, 하는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남이 한 이야기의 변주이다. 경험만 있으면서 책으로 얻은 지식이 없으면 협소하게 되고, 아집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책으로 얻은 지식이 현장의 경험과 접목돼야 스트리트 스마트의 내·외공이 갖추어진다. 무사시가 9가지로 정리한 병법자가 추구해야 할 덕목은 오늘날 현장의 리더들에게도 살아있는 교훈으로 마음에 새길 가치가 있다.

‘바른 마음을 가진다. 병법의 도를 터득한다. 다양한 예능과 기예를 익힌다. 다양한 도를 터득한다. 세상일의 이해득실을 분별한다. 모든 일의 좋고 나쁨과 옳고 그름을 분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까지 꿰뚫어 본다. 사소한 일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섣불리 관여하지 않는다.’

1358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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