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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 현금 늘리되 유로화·달러도 챙겨라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불확실성 커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시기... ‘익스클루시브(exclusive) 오션’의 강자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
지난 4월, 최석종 전 교보증권 IB금융본부장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전화였다. 일요일 복집에서 만났다. 제안은 뜻밖이었다. “사장으로 와 달라.” 교보증권을 마지막 직장이라고 생각했다. 편하게 두둑한 성과급 받으며 일할까, 월급쟁이 최고 명예인 사장에 도전할까. 선택을 가른 건 20여년 같이 일한 후배들이다. ‘내가 나가야 그들도 본부장 할 수 있다’ ‘같이 하자’는 말도 하지 않았지만, 30여 명이 사표를 따라 냈다. 전화를 한 사람은 이병철 KTB투자증권 부회장이다.

최석종 KTB투자증권 사장이 밝힌 이직 스토리다. 7월 취임 후 한 달 만에 1000억원 규모의 항공기 딜(거래)을 성사시키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그를 최근 만났다. 사무실에는 서류가 널려 있었다. 탁 트인 시야와 방 사이즈를 빼면 사장이라기보다는 실무 본부장 방 같았다. 그가 대접하는 보이차를 마시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보이차는 어떻게 마시게 됐나.

“5년 전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방에서 처음 마셨다. 몸에 좋더라. 지금 마시는 차가 기자(1979년생)보다 5~6살 오빠·언니쯤 되는 차다. 사치품이라고 해서 중국에서는 보이차를 90년대 말까지 금지했다. 그래서 2000년대 이전 차는 아주 귀하다. 최근 중국 부자들이 보이차를 찾으면서 차 값이 뛰고 있다. (차를 따라주며) 보이차는 호스트가 서빙을 해야 한다. 혼자 먹으면 맛있겠나. 직원들 불러 같이 차 마신다. 마시면서 일이 아니라 그냥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아이디어도 생기고.”

이직이 김해준 사장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신’ 아니냐. KTB투자증권으로 옮기면서 미안한 마음은 없었나.

“왜 없겠나. 인터뷰라 하는 말이 아니라 김 사장은 내가 직장 생활하면서 본받아야 할 성향·성격을 갖춘 몇 안 되는 분 중 하나다. 일과 중 시간 나면 ‘반야심경’ 붓글씨로 쓴다. 직원들이 화내는 걸 못 봤다고 할 정도다. 가능하면 순화해서 얘기하고, 가능하면 되는 방향으로 대화하고. 그분 밑에서 편하게 회사 생활했다. 성과가 좋으니 연봉도 많이 받았고. 고민 많았다. 김 사장도 ‘다른 증권사 본부장으로 간다고 하면 말렸겠지만 사장으로 간다니 잡을 수가 없네. 다만 최 전무, 보이차 끊지 마이소’라는 말씀만 하셨다.”

만난 적도 없는 이병철 부회장이 어떻게 알고 스카웃을 했을까.

“내가 기자들을 잘 안 만난다. 그렇지만 업계에는 소문이 좀 났다. NH농협증권(우리투자증권과 합병해 현 NH투자증권)서 회사 수익의 절반을 우리(IB) 본부가 벌었다. 교보로 이직해서도 첫 해 우리 본부 덕분에 회사가 적자를 면했고. 작은 증권사가 살아남는 길은 ‘제안 영업’을 하는 거다. 현대차가 회사채 발행하는 데 가서 200개(억) 따 오는 게 뭐가 중요하냐. 경쟁은 치열한데 돈은 얼마 못 번다. 그런데 우리가 ‘갑’의 고민을 알고 그에 대한 해법을 들고 가면 갑은 우리를 쓸 수밖에 없다. 나는 이런 시장을 ‘익스클루시브(exclusive) 오션’이라고 부른다. 그런 곳에서 영업해야 돈 벌 수 있다.”

그래서인가, 장관 표창도 받았다(2003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LG카드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배드뱅크 구조를 짜냈고, 2008년 NH농협증권에서는 건설사 미분양 적체 해소를 위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4044억원 발행해 건설사의 유동성을 지원한 공로로 기획재정부 표창을 받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회의실에 직원들 모아 놓고 구조도 그리는 거다. 2003년 카드 사태 터졌을 때 정부에서 해결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왔다. 2002년 답 안 나오는 KT 민영화를 우리가 구조 잘 짜서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2008년 건설사 위기 때에도 우리가 유동성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우리가 제안한 딜 구조에서는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갑의 입장에서도 구조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제안 증권사에 일 맡기는 게 낫고. 그런 딜에서는 증권사 규모가 아니라 딜 이해 능력 같은 게 입찰을 따내는 중요 요건이 된다. 이게 진정한 IB다. 난 직원들이 ‘회사채 200개 따 왔어요’ 이러면서 자랑하는 것보다 ‘전무님 이런 딜을 생각해 봤는데 어떠세요’ 이러면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한다.”

본부장이 아니라 이젠 사장이다. 사장으로서의 비전이 뭔가.

“증권사 직원들은 ‘수퍼 을’이다. 회사채 달라고 기업에 가서, 기금 받자고 기관에 가서 굽신거려야 한다. 그러나 익스클루시브 오션에서 증권사 직원들은 갑은 아니더라도 갑과 을 사이의 애매한, 사실상 갑의 위치에서 일할 수 있다. 내가 IB본부에서 일 하지만 술 한 잔을 못 마신다. 술 마시면서 하는 영업은 나 말고도 많이들 한다. 그렇지만 익스클루시브 오션에서는 고민거리 있을 때 갑이 나한테 먼저 전화한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증권사를 만들고 싶다.”

밑에 있으면 일 못하는 직원은 괴롭겠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이 순간까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되면 원아웃 시켰지, 다른 걸로 직원들 힘들게 한 적 없다. 여기가 워낙 그런(횡령·배임 등)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KTB에 와서 제일 먼저 만든 게 특수목적법인(SPC) 관리하는 곳이다. SPC는 많게는 수천억 원이 왔다갔다 하는데도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 SPC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유능한 직원에게 관리를 맡겼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특히 ‘시행 사업하는 사람들하고 술 먹으면 나한테 죽는다’고 엄포를 놨다. 그렇게 어울리다 보면 꼭 뒤탈이 생겨서다. 실제로 전 회사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직원을 한 번에 아웃시켰다. 예외 없다. 여기 업계가 결과만 보는 곳이지만, 난 과정을 더 중요하게 본다. 내가 창의적으로 생각하라고 하는데 결과만 본다면 당장 뛰어야지 누가 생각할 수 있겠나.”

요즘 해외 부동산 투자가 활발한데, 과열되는 느낌이다.

“보수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해외에서 국내 투자자들 간에 가격 경쟁이 붙는 경우도 생기더라. 투자 가치가 있을까 싶은 물건인데도 무리하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돈 대는 곳은 연기금이고, 연기금은 대체투자에 혈안이 돼 있으니 양쪽의 니즈가 맞은 것이겠지. 그렇지만, 딜을 중개하는 금융회사는 이런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 호황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KTB투자증권 상품은 거의 기관 위주다. 일반 투자자들을 위한 공모 상품 출시 계획은 없나.

“공모 생각은 아직 없다. 우리가 취급하는 상품 대부분이 대중의 이해도가 떨어지는 전문적인 분야의 상품이다. 아파트·오피스텔·상가 분양 받는 것도 아니고. KTB 같은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인적 구조상 (공모 상품을 팔 만한) 여력이 안 된다. 다만, 대체투자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지식과 인식이 어느 정도 갖춰지고 저변이 확대된다면 공모형 상품도 출시할 수 있다.”

지금 유망한 투자자산은 뭘까. 개인적으로 투자는 어떻게 하나.

“시장 전망은 내 전문 영역이 아니다. 특정 자산이 유망하기 때문에 어디에 ‘몰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조언이다. 어떤 투자가 유행한다고 해서 휩쓸려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막말로 어느 것이 유망하다는 거 알면 내가 먼저 투자하지(웃음). 다만, 지금은 현금성 자산을 늘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현금성 자산은 원화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최근 파운드화를 좀 샀다. 유로화·달러 등 외화 자산을 포트폴리오에 담았다.”

1358호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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