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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부는 부업 열풍] 단순 용돈벌이 아닌 근로방식의 대전환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노동력 급감 우려 커진 日정부 장려... 기업도 새로운 혁신 기회로 받아들여

▎야마자키 부부가 부업으로 제조·판매하는 애견 의류 브랜드 하나페차야의 제품. / 사진:동양경제
지난 9월 말 일본 정부는 근로방식 개혁 논의를 본격화했다.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따른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 장시간 노동 관행 시정 등 9가지 주제를 다룬다. 그중 한 가지가 부업 및 겸업에 따른 유연 근로의 도입이다. 현재 일본에서 부업을 가진 사람은 234만 명이다. 이는 교토 전체 인구에 버금가는 숫자다. 물론 전체 취업자의 3.6% 정도로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부업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심이 커졌다. 일본 정부가 부업을 장려하는 배경에는 인구 감소가 있다. 현재 인구 감소는 일본이 봉착한 모든 경제 문제의 근본 원인이다. 노동력의 중심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00년에 절정을 맞이한 이후 매년 감소해 2040년에는 2000년 대비 30% 줄어들 전망이다.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수용하는 대책도 있으나, 고령자의 취업을 촉진해 장년 세대가 좀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부업에 관심 있다’ 79.2%


근로자 역시 부업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일본 [동양경제]는 9월 28일부터 10월 10일에 걸쳐 부업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답변한 704명 중 ‘부업에 관심이 있다’고 답변한 사람이 79.2%에 달했다. 해당 주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 조사에 응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겠지만 회사원의 상당수가 ‘기회가 있다면 부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부업에 대한 관심이 큰 배경에는 고령화와 고용 환경의 빠른 변화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과 기술 혁신 등에 따른 고용 공동화도 쉽게 넘길 수 없는 난제다. 이 때문에 기존보다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다양한 국면에서 동시에 여러 가지 업무를 수행하는 ‘포트폴리오 워커(portfolio worker)’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가지 직업을 가져 평생 같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바뀐 고용환경에 언제든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일본에선 사원의 부업을 인정하는 기업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로토제약은 올 2월 ‘부업 해금’을 선언했다. 사원들이 부업을 통해 상식을 뛰어넘어 비즈니스 혁신을 일으켜주기 기대한다. 후지이 카오루 리쿠르트워크스연구소 연구원은 “부업을 통해 사원은 성장 기회를 얻고, 과제 해결 능력이나 리더십 등을 익힐 수 있다”며 “부업은 기업에 손실이 아니라 여러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업의 개념도 크게 바뀌고 있다. 원래 부업이라고 하면 고용 불안을 안고 있는 사람의 ‘용돈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엔 자신의 능력을 갈고 닦으려는 사람의 의욕적이고 진취적인 커리어 관리로 해석된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부업 인구는 아직 한정적이나 이미 복수의 일을 커리어 전략으로 갖추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삶은 하나같이 독창적이며 여유롭다. 소속된 회사에 정년까지 인생의 모든 것을 바치는 단선형 경력 관리가 이제 과거의 유물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깨닫고 있다.

야마자키 토시히코(34)의 부업은 애견 의류·용품 제조판매업이다. 그는 ‘하나페차야(HANAPECHA YA)’라는 브랜드를 운영한다. 주력 상품은 소형견인 퍼그나 프렌치불독의 옷과 하네스(몸줄)다. 디자인과 재료 조달은 아내가, 판매사이트 운영과 재무는 본인이 관리한다. 연 300만엔(약 33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의 본업은 인터넷 통신판매업체인 엔팩토리(enfactory) 사원이다. 이 회사는 ‘전업 금지’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사원들의 부업을 장려하는 독특한 벤처기업이다. 야마자키는 인터넷 통신판매회사 두 곳을 거쳐 2011년 이 회사에 입사했다. ‘언젠가 둘이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부부의 오랜 꿈이었다. 이에 따라 2013년 여름 창업 준비에 착수했다. 당초 아내도 본업으로 의류회사에 다니며 ‘투잡’을 했으나 판매가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올 봄 퇴직했다. ‘하나페차야’의 주력 상품은 하네스로 가격대는 3000~4000엔이다. 대량 생산이라면 반액 수준도 가능하겠지만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만든다. 그래서 비싸다. 그러나 후지산이나 퍼그 무늬 등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원단을 사용하고 새로운 디자인도 꾸준히 추가하면서 고정 팬이 늘었다. 걸음마 단계부터 시작한 사업은 순조롭게 성장해 아내 혼자서는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주문이 늘었다. 안정권에 들어서자 올 6월부터는 봉제작업을 외주 업체에 맡겼다. 봉제 작업원 3명 중 2명 역시 다른 본업이 있다.

처음 시작한 사업이 별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야마자키가 과거의 업무를 통해 인터넷 판매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부업이 현재 본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주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일반 회사원이라면 이내 단편적인 업무만 신경 쓰겠지만 스스로 경영을 함으로써 현금관리부터 마케팅까지 좀 더 폭넓고 심도 있게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해외 시장을 개척할 생각이다. 기타 견종을 대상으로 한 상품 출시도 검토 중이다. 이들 부부의 경영 목표는 연 매출 1000만엔(약 1억 1000만원) 달성이다.

인생의 다양한 국면에서 여러 일 하는 포트폴리오 워커


사이타마현에 사는 고바야시 히로미쓰(42)는 대형 식품 택배 업체인 오이식스(OISIX)에서 법무팀장으로 근무 중이다. 기업의 법무 책임자라고 하면 부업과는 거리가 멀 듯 하지만 실제로 고바야시는 벤처기업 4곳의 이사와 고문을 겸임하고 있다. 삼림 청소를 하는 벤처기업 도비무시(tobimushi)에서는 이사를, 리튬이온 전지 제조업체인 에리파워(ELIIYPower)에서는 고문을 역임하고 있다. 각 사업의 법무 업무 지원이 고바야시의 일이다. 이들 직책은 설립 당시 법무 조언을 했던 인연으로 맡게 됐다. 4곳의 총 ‘부업 연봉’은 250만엔(약 2700만원)으로 많지 않다. 거의 무보수로 봐주는 곳도 있다. 그러나 환경이나 교육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사회에 공헌하고 싶다는 각 회사의 사업 이념에 공감해 일하고 있다. 회의를 중심으로 하는 각 사의 업무는 기본적으로 퇴근 후나 주말에 처리하기 때문에 본업에 큰 지장을 미치지 않는다. 단 매주 수요일 오전에는 이 중 한 회사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업무 스케줄을 비울 수 있도록 오이식스 측에 양해를 구했다.

벤처기업 4곳에서 법률 지원하는 대기업 법무팀장


고바야시는 올해 오이식스로 이직했는데 채용 면접 당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지금 (부업으로 하고 있는) 이들 업무는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이른바 라이프워크(일생을 통해 즐기면서 하는 일)다. 오이식스에 입사해도 계속 일을 유지하고 싶다.” 회사 측도 ‘부업을 대대적으로 장려하지는 않지만 본업에 지장이 없다면 개별 사원의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하겠다’고 이해해줬다고 한다. 올 1월까지 법무부장으로 있던 레노보재팬에서도 마찬가지로 부업을 인정받았다. 고바야시는 부업과 같은 다양한 업무 스타일이 상식에 사로잡히지 않는 창조적 발상을 하게 돕는다는 것을 기업도 깨닫기 시작했다고 본다. 그 스스로도 부업으로 알게 된 인맥이나 벤처 고유의 공격적인 사고방식이 본업에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고바야시는 대학에서 국제문화학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환경정책을 공부하면서 로스쿨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귀국 후 미쓰비시화학에 입사해 기업 법무에 관한 기초를 익혔고, 일본 기업과 외국계 기업 6곳에서 경력을 쌓았다. 법무와 영어라는 두 가지 강점을 무기로 어느 곳에 가든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다. 그럼에도 장래 커리어에 강한 위기감을 느낀다. 그는 “지금까지는 법무와 영어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미 영어권 대기업 사이에서는 인도의 변호사에게 텔레워크로 업무를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법률사무 보조원을 대체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그는 “지금의 업무 능력이 주는 직책에 안주해서는 10년 후 ‘당신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40대에 들어서면서 같은 세대 친구들 중에 ‘원래 이렇게 살려고 한 게 아니었다’ ‘좀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고바야시 역시 전업주부인 아내와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가장으로 뭐든 자유롭게 살아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정과 직장에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 후에는 시간과 정력을 마음이 가는 곳에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마음 속에는 ‘고도경제 성장기처럼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보며 달려도 가치가 생겨나지 않는 시대다. 부업으로 얻은 것을 본업에 즉각적으로 반영시키는 편이 결과적으로 기업과 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제이 코가미(37)는 대형 레코드 회사 관계자라면 누구나 의지하는 음악 비즈니스 소식통이다. 본업은 IT 뉴스사이트의 편집자지만 부업으로 음악 비즈니스 정보사이트 ‘올 디지털 뮤직’을 운영한다. 음악 관련 기사나 인터뷰를 볼 수 있는 사이트는 이미 많다. 그중에서도 제이의 사이트가 주목 받는 것은 이 분야 비즈니스 동향을 일본 내 어떤 정보원보다 빨리 전달해준다는 점이다. 어떤 대형 경제지보다도 정보의 신선도가 높다고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 정평이 나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읽힌 기사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정액제 기반의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스웨덴)’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한 것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나 음반회사를 대상으로 로열티 배분 방법 등을 설명한 영문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했다. 2014년 2월 공개된 이 기사는 스포티파이의 일본 진출과 함께 지금도 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전공 살린 프랜차이즈 경영 컨설팅으로 억대 연봉


▎고바야시 부장이 부업으로 이사직을 맡고 있는 삼림진흥 벤처기업 도비무시의 삼림청소 모습. / 사진:동양경제
사이트 PV(사이트 내 웹페이지 열람 횟수)는 월 10만 건으로 그리 대단한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세계 음악 비즈니스를 알고 싶다면 그에게 물어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 때문에 기고나 강연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 이를 통한 수입이 연간 100만엔으로 적지 않다. 제이는 사이트 개설 목적에 대해 “정보는 전략의 원천이고, 이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며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음악과 과학을 아우르는 정보가 부족하고, 누군가는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약 10년 동안 미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당분간 지금의 ‘투잡’을 유지할 예정이다. 제이는 “나는 음악 비즈니스에 관해 완전한 아웃사이더”라며 “이런 입장이기에 무엇을 전해야 할지 좀 더 치밀하게 기자 정신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S씨가 컨설팅을 하는 피부관리실.
츄부지방에 사는 S씨는 한 프랜차이즈 본부에서 관리직으로 일하는 30대 후반의 남성이다. 과거 근무처에서도 일관되게 프랜차이즈 경영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지금은 본업을 유지하면서 프랜차이즈 분야에 특화된 경영 컨설턴트를 하고 있다. 컨설턴트 업무의 최대 고객은 지역 에스테틱(피부관리실)이다. 아직 지역 내 몇 곳만 관리하는 단계지만 가까운 미래에 전국에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것이 청사진이다. S씨의 업무는 프랜차이즈 본부 조직이나 사업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다. 보수로 연간 약 500만엔(약 5500만원)을 받고 있다. 본업과 합치면 연봉이 1400만엔(약 1억6000만원)에 달한다. S씨는 프랜차이즈 컨설턴트로의 독립을 꿈꾸고 있다. 그는 “언젠가 독립해서 회사 조직을 떠나 활약하고 싶다”며 “그러므로 지금의 부업은 독립과 창업을 향한 예행연습”이라고 말했다.

도쿄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인사 컨설턴트 나카시마 아쓰시(40)는 올 겨울 다시 정규직 사원이 된다. 새로운 근무처는 대형 인재 서비스회사 산하의 경영 컨설팅 회사다. 매니저 직무지만 근무는 주 3일만 한다. 기존 프리랜서 컨설팅 업무는 본업으로 지속할 방침이다. 정규직이 부업이 되는 셈이다. 그의 경력 출발점은 스타벅스 커피재팬이다. 바리스타에서 시작해 인사 부문에 관여하게 된 일을 계기로 게임소프트 회사, 인재 서비스회사 등 여러 회사에서 인사 업무를 담당해왔다. 채용이나 교육, 인사제도 설계, 정리해고나 노무소송 대응까지 까다로운 문제를 폭넓게 경험했다. 투잡 시절을 거쳐 2015년에 독립했다. 현재는 복수의 기업이 그의 고객이다. 연봉 1000만엔은 가볍게 웃돈다.

정규직이 부업이라는 프리랜서?

그런데도 복귀를 결정한 건 그의 경험과 수완을 귀담아 들은 회사 측에서 ‘꼭 와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정중한 부탁에 마음이 끌렸지만 이미 고객을 갖고 있는 이상 본업을 중단할 순 없었다. 그는 “근무 일수를 줄이는 등 본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수 없는지 교섭한 결과 회사 측이 취업 규칙까지 바꿔줬다”고 말했다. 나카시마와의 계약을 계기로 회사는 부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인사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는 “스스로 전에 없던 근무 스타일에 도전해 새로운 고용 관행을 사회에 퍼뜨리고 싶다”며 “여기에 보수 이상의 가치를 느낀다”고 말했다.

1359호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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