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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거듭하는 스마트폰] 알파고가 당신의 휴대전화 속으로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삼성·애플·구글, 인공지능 서비스 경쟁... 좀 더 안전한 생체인증 기술도 속속 도입

▎레노버 팹2프로. 구글 탱고프로젝트와 협업해 지난 12월 5일 출시한 스마트폰으로 AR기능을 최초로 탑재했다. / 사진:각 회사 홈페이지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는 스마트폰, 1년 후 혹은 5년 후 나올 스마트폰은 어떤 기능으로 무장하고 있을까. 구부리거나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증강현실, 인공지능(AI) 등 수년 간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기술이 스마트폰으로 속속 들어가고 있다. 성능과 속도 면에서도 이미 주머니 속 PC로 쓰기에 충분한 스마트폰은 이제 24시간 내내 존재감을 과시할 준비를 마쳤다. 미래의 스마트폰에 탑재될 주요 기술을 알아봤다.

손가락 대신 음성 AI로 작동하는 스마트폰: 올해 인공지능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한 해였다. 지난 3월 서울에서 벌어진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AI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커졌다. 내년부터는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AI 스마트폰 대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음성인식 기반의 AI 서비스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내년이 스마트폰과 그 주변기기를 제어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디스플레이를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방식에서 음성인식으로 바뀌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S8에 새로운 AI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올해 10월 AI 플랫폼 스타트업 ‘비브랩스’를 인수한 바 있다. 비브랩스는 애플이 지난 2012년 아이폰4s에서 처음 선보인 음성인식 비서 시리(Siri)를 만든 핵심 개발자들이 설립한 회사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 부사장은 11월 초 비브랩스 경영진과 함께 한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S8이 첫 AI 플랫폼을 탑재하는 기기가 될 것”이라며 “(갤럭시S8의 AI 서비스는) 스마트폰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홈 어플라이언스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서 음성인식 기반 AI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삼성의 다양한 가전 기기 등을 제어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내년 하반기부턴 비브랩스 기술을 바탕으로 외부의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AI 플랫폼을 개방해 AI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리’로 AI 음성비서 주도권을 잡았던 애플도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는 내년에 AI 서비스에 큰 도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지난해 10월 스마트폰에 AI 기능을 접목하는 연구를 하던 스타트업 퍼셉티오를 비롯해 최근 1년 간 AI 스타트업을 6개 이상 인수했다. 역시 AI 기반 서비스를 다양하게 내놓던 구글도 자체 제작한 스마트폰 ‘픽셀’에 AI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하며 AI 스마트폰 전쟁에 뛰어든 상태다. 이 외에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들도 저마다 AI를 차기 신제품의 핵심 기능으로 넣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스마트폰이 사용자의 세세한 말귀를 알아듣는 수준으로 AI 기반 음성비서 서비스가 발전한다면, 거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앱)에 챗봇이 탑재돼 사용자의 음성 지시를 알아듣고, 다른 기기들에 전달하는 허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내 몸이 곧 비밀번호, 생체인증: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단종)에 처음 선보였던 홍채인식 등 다양한 생체인증 기술도 미래의 스마트폰에 반영된다. 생체 정보를 활용한 본인인증 기술은 애플이 2013년 아이폰5S 홈버튼에 지문인식을 도입하면서 사용자들이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용자가 홈 버튼에 미리 등록한 손가락을 대면 자동으로 지문을 인식해 잠금이 해제되는 방식이다. 이후 3년 만에 삼성전자가 갤럭시S7에 사용자의 홍채를 인식해 본인인증을 하는 생체인증 기술을 도입하면서 생체인증 기술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생체인증 기술은 스마트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도입 필요성이 높아졌다. 스마트폰엔 사용자 개인의 24시간의 활동 기록이 담기고 있고, 스마트폰 결제송금 기능에 대한 사용자 요구가 높아진 환경의 영향이다.


▎삼성 갤럭시노트7에 탑재됐던 생체인증 기술인 홍채인식.
홍채나 망막, 정맥, 얼굴, 음성 등 신체의 고유한 특징을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면 비밀번호나 공인인증서처럼 복제나 위조 위험이 낮다. 출입국 사무소 등에서 제한적으로 쓰이던 홍채 인식 기술은 소형 센서가 스마트폰에 탑재되면서 대중화 가능성이 커졌다. 갤럭시노트7 출시 당시 국내 일부 은행들은 홍채인식 기능을 활용해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홍채는 지문보다 고유 패턴이 많아 식별성이 뛰어나고, 구조가 복잡해 위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문인식 기술에선 사용자 지문에서 30여 개의 특징을 뽑아내는 반면 홍채인식에서 활용하는 특징은 260개가 넘는다. 홍채인식 기능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8에 다시 탑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신체 외에도 행동을 생체인증 정보로 활용하는 기술도 있다. 구글의 ‘아바쿠스 프로젝트’는 사용자가 키보드에 문자를 입력하는 패턴이나 걸음걸이 속도 등 행동 특징을 수집해 본인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점수를 계산해 본인인증을 한다. AI 스마트폰의 핵심 인터페이스로 떠오른 음성도 생체인증 정보로 활용될 수 있다.

기존의 본인인증 기술보다 보안성이 높은 생체인증도 위·변조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문인식의 경우, 2014년 갤럭시 S5와 아이폰6가 위조 지문으로 잠금이 해제된다는 보고가 있었고, 홍채인식도 독일의 해커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홍채를 복제해 공개하면서 위조 가능성이 제기됐다. 다만, 홍채인식 기기는 살아있는 눈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복제된 홍채가 인증을 통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진화하는 급속·무선 충전: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스마트폰이 가능하려면 기술적으로 배터리 성능과 충전 기능이 향상돼야 한다. 갤럭시노트7뿐만 아니라 애플 아이폰7의 잇단 폭발은 이 부분에서 휴대폰 제조사들의 기술적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내년에도 애플과 삼성전자는 배터리 기술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전망이다.


▎퀄컴 퀵차지 그래픽. 퀄컴이 11월 18일 발표한 퀵차지4.0 기술로 5분 충전 후 5시간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선 빠르게 닳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빨리 충전할 수 있는 급속 충전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크다. 급속충전이란 전압을 높여 빠르게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로 완전충전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이 분야에서 퀄컴은 모바일 반도체칩 스냅드래곤 시리즈에 맞는 급속충전 기술 ‘퀵차지’를 꾸준히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퀄컴은 11월 17일 차세대 10나노(nm) 공정을 적용한 새로운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835’를 발표하고, 이에 맞는 새로운 급속충전 기술 퀵차지(Quick Charge) 4.0을 발표했다. 향후 스냅드래곤 835 칩이 탑재된 스마트폰은 퀄컴의 퀵차지4.0를 충족하는 어댑터로 충전할 경우, 5분 충전하면 5시간 사용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퀄컴의 퀵차지3.0에 비해 충전 시간이 20% 빨라졌고, 효율은 30% 높아졌다. 퀄컴은 안전성도 강화했다고 밝혔다. 배터리와 시스템, 케이블과 커넥터를 보호하면서 전압·전류·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갤럭시S6부터 도입한 무선충전은 USB 충전 포트에 유선으로 충전기를 꽂지 않고 무선 충전기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되는 기술이다. 이케아 같은 가구업체나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무선충전 기능을 생활가구와 자동차에 탑재하고 있다. 무선충전에 대한 사용자 수요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정보기술 산업계에선 애플도 내년에 출시할 아이폰8에서 무선충전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364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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