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월 수입 디젤차 시장점유율 17%P 급감... 가솔린·하이브리드차는 약진

▎올해 1~10월 국내 수입차 판매 톱10에 오른 벤츠 E300(가솔린, 오른쪽)과 렉서스 ES300h(하이브리드).

지난해 9월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불거진 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이후, 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가 변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은 지난 10년간 ‘수입차=디젤차’라는 공식이 통할 정도로 디젤차의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디젤차의 인기는 급감하는 형국이다. 대신 가솔린과 친환경차에 속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뜨고 있다. 디젤차는 한 때 유럽에서 정책적으로 장려되는 분위기였지만, 분진이나 질소산화물(NOx), 이산화황 등 인체에 해로운 배기가스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규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이나 프랑스·영국 등에서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노후 디젤차의 시내 진입을 금지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르노는 향후 디젤차의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내놨다.

1~10월 디젤차 등록대수 전년 대비 2만 대 줄어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수입 디젤차는 1만196대가 등록돼 49.5%의 점유율을 보였다. 지난해 같은 달 1만1057대가 판매돼 63.5%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가솔린 모델은 지난 10월 8596대가 등록돼 41.7%의 점유율을 보였다. 전년 동월 대비 점유율이 10%포인트 넘게 늘었다. 하이브리드 모델도 마찬가지여서 10월에만 1780대가 판매됐다. 시장 점유율은 8.6%를 나타냈는데, 이는 작년 같은 달(956대)보다 3.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의 누적대수도 약진이 지속됐다. 디젤차는 지난 10월까지 총 11만1716대가 신규 등록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3만 4385대 대비 2만2669대가 줄어든 수치다. 시장 점유율도 작년의 68.4%에서 60.1%로 뚝 떨어졌다. 수입 디젤차는 무려 16.9%가 감소됐다. 이와는 달리 하이브리드 모델은 10월까지 1만2246대가 판매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993대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7%에서 올해 6.6%로 늘었다. 가솔린 모델도 뚜렷한 증가세다. 가솔린 모델은 10월까지 6만1618대가 판매돼 전년 같은 기간의 5만4488대 대비 7130대가 더 팔렸다. 시장 점유율도 작년의 27.7%에서 올해 38.2%로 급증했다. 가솔린 모델의 증감률은 13.1%에 달한다.

올해 판매율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차는 10월까지 221대가 판매되는데 그쳤다. 작년의 417대 대비 47.0%가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는 비교된다.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모델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데다, 충전소 등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는 총 530여 개 모델이 경쟁하고 있다. 이 중 지난 10월의 베스트셀링카 ‘톱10’에는 디젤차가 4개, 가솔린 5개, 하이브리드 1개 모델이 각각 포함됐다. 과거 베스트셀링카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차가 디젤 모델이었다는 것과는 다른 변화다. 디젤게이트로 문제를 야기한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단 한 개 모델도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대수에서 베스트셀링카 상위 10위에 오른 모델은 여전히 디젤차가 강세다. 디젤차는 BMW 520d(6213대)를 비롯해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4301대), BMW 320d(3672대), 메르세데스-벤츠 E 220d(3635대), BMW 520d xDrive(3342대), 벤츠 E 220 BlueTEC(3238대),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3093대) 등 7개 모델이 포함됐다.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폴크스바겐 티구안과 골프 등 디젤차 판매가 급감했다.

베스트셀링카 ‘톱10’은 디젤차가 강세

가솔린차는 벤츠 E300(4750대)과 포드 익스플로러 2.3(3606대) 등 2개 모델, 하이브리드 모델은 렉서스 ES300h(4598대)가 속했다. 폴크스바겐 티구안과 골프는 지난 8월부터 국내 판매가 중지됐으나, 상반기의 인기 덕분에 베스트셀링카 10위 안에 올랐다. BMW 520d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붐을 일으킨 주인공으로 불리는데 여전히 누적 판매대수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2.0리터급 4기통 디젤 터보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190마력(4 000r p m), 최대토크 4 0.8k g.m(1750~2750rpm) 파워를 지닌다. 다이내믹한 주행감각을 지녔으면서도 연비는 16.1km/ℓ로 뛰어나다는 것도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미국차 포드의 익스플로러가 베스트셀링카 톱10에 든 것도 눈에 띈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대형 SUV가 누적 판매 톱10에 올라간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익스플로러는 가솔린 모델로서 세단에 뒤지지 않는 정숙한 승차감이 강점인데다, 도시 지향적인 세련된 디자인 감각에서 후한 점수를 얻고 있다는 평가다.

올 들어 하이브리드 수입차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에는 렉서스의 영향이 컸다. 렉서스 ES300h는 10월에만 598대가 판매됐고, 올해 들어 누적 등록대수도 4598대로 베스트셀링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렉서스는 LS600h를 비롯해 RX450h, GS450h 등 6개의 차종으로 하이브리드 시장을 확산시키겠다는 의지다. 윤대성 한국수입차협회 전무는 “디젤차는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을 이끌어왔는데, 올해 들어 디젤게이트 여파로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향후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국내 판매가 재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자동차 뉴스 채널 데일리카 국장이다(ysha@dailyca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