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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직장의 편 가르기 갈등 극복] 때론 갈아타고 때론 고수하라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유리한 쪽으로 용기 있게 배신... 불리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판세 변화 기다릴 수도
회사는 지금 전쟁 중이다. 임원 세 자리 중 하나가 공석이 되면서, 그 자리를 어느 편이 차지하느냐를 놓고 혈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 명의 임원은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 가깝게는 다음 번 인사에서 중요 보직을 맡느냐, 연봉을 얼마나 더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이고, 멀게는 직장생활의 성패와 관련이 있다. 동료들은 출신지 때문에 그를 A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도 거부감은 없었고, 그룹 선배들도 잘 챙겨줘 괜찮았다. 그렇지만 회사 내 권력은 언제나 B그룹에게 있었다. 그는 승진은 물론, 해외 파견, 교육 등에서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종종 느낀다. 주류에 속하지 못한다는 소외감도 가진다.

며칠 전 사내 익명게시판에 A편 후보자를 암시하는 글이 올라왔다. 말도 안 되는 비방의 글이다. 저쪽 편이 선공을 펼친 게 분명하다. 조만간 이쪽 편의 반격도 있을 것이다. 진흙탕 싸움이 시작됐다. 과거와 달리 쉽게 우열이 가려지진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저쪽의 손을 들어줄듯하다.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은 이번에도 권력의 이동을 허락하지 않을 태세다. 언제인가부터 그에게 손짓하는 저쪽 편 상사들. 도움이 별로 될 것 같지 않은 이쪽 사람들. A편이어서 받았던 불이익과 비주류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뒤섞여 혼란스럽다. 그는 지금 이 순간이 상당기간 건재할 권력으로 갈아타야하는 적기가 아닐까 하는 고민도 한다.

편 가르기가 난무한다. 나만 옳고, 상대 의견은 틀리다. 우리 의견만 중요하고, 그들은 안 중요하다. 편 가르기는 국가, 인종, 지역, 계층, 세대 간에 일어난다. 이민이나 난민 문제로 국가 간 고립주의가 부활하고, 정치권의 편 가르기는 나라를 망친다. 한국 사회는 편 가르기가 유독 심하다. 정규직·비정규직, 진보·보수, 금수저·흙수저 논쟁으로 과열되고, 인종차별, 지역감정, 남녀갈등, 집단이기주의로 나라가 어지럽다. 편 가르기는 사람 모인 곳이면 어디나 일어난다. 삶이 피폐하고, 먹고사는 게 힘들면 더욱 심해진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주류에 속하지 못한다는 소외감

편 가르기는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편 가르기에 익숙하다. 운동회에서 청군·백군이 나뉘어 싸운다. 우리 편이 이기면 기쁘고, 상대편이 이기면 화난다. TV에서 축구 경기를 보며 열광한다. 우리 편이 지면 슬프고, 상대편이 지면 신난다. 싸움은 인간의 본성이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 우리는 소통보다 싸움에 익숙하다. 싸움에 능한 사람이 있다. 학교, 직장, 사회에서 리더 역할을 한다. 교묘하게 편가르기를 해서 싸움을 붙인다. 근사한 제목을 걸고, 이간질하고 분열시키고 대립한다. 지는 편에서 몰래 내리고, 이기는 편에 슬쩍 갈아탄다. “투쟁은 만물의 어머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다. 우리는 가정, 직장, 사회에서 아들, 어머니, 직장인으로 살아간다. 남이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남이 있다. 우리에서 나를 파악하고, 너를 통해 나를 알게 된다. “집단심리학은 개인심리학에 우선한다.” 현대인은 돈과 섹스와 권력을 추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돈의 노예로 살아간다. 돈을 통해 가치를 찾지만, 결국 허무감에 시달린다. 우리는 쾌락주의 사회를 살아간다. 섹스를 통해 쾌락을 얻지만, 결국 권태감에 떨어진다. 권위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권력의 노예로 살아간다. 권력을 통해 존재감을 찾지만, 결국 무력감에 시달린다.

편 가르기는 권력과 연관된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영향력을 미치려는 것이다. 편 가르기는 ‘권력 의지’에서 온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에는 항상 권력이 있다. 남으로부터 인정받고, 남에게 과시하고, 남을 지배하려 한다. 인간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우월성과 지배력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편 가르기는 ‘권력에의 의지’로 극복된다. 생명이 꿈틀거리는 곳에는 항상 권력이 있다. 나를 인정하고, 나를 표현하고 나를 확장하려 한다. 인간은 자기극복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고 노력한다. 니체는 이렇게 외친다. “강하게 살아라,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집단역학은 집단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룹 다이내믹스다. 내집단은 내가 속한 우리(We) 집단이고, 외집단은 내가 속하지 않은 그들(They) 집단이다. 우리는 내집단에 충성하고, 외집단을 배척한다. 집단역학은 개인심리학을 압도한다. 집단에선 온건한 의견도 쉽게 과격한 의견으로 변한다. 같은 편끼리 맞장구 치고 다른 편과 싸우다, 의견은 극단으로 간다. 그룹 간의 갈등과 대립, 편견과 증오가 일어난다. 리더는 집단역학을 이용해 자신의 의지를 합리화한다. 우리는 아무런 이유 없이 집단역학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회심리적인 행동은 집단역학이 작용하는 의도 없는 행동이다.

자, 그에게 돌아가자. 그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두 가지 전략을 떠올려 본다. 첫째, 갈아타기 전략이다. 단기적으로 대응하자.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내 편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비주류에서 계속 불이익을 받게 된다. 잘못하면 영원히 도태된다. 배신자가 되자. 배신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배신한다고 잘못된 건 아니다. 내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데, 비난의 여지는 없다. 편 가르기를 극복하자. 이제, 지역주의에 대한 편견을 버리자. 편 가르기는 한 가지 기준을 적용할 때 양극화되다. 계층, 세대, 학력, 취미 등 여러 기준을 적용하자. 다양한 기준이 공존할 때 편 가르기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적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적이 된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예측 어려워

둘째, 고수하기 전략이다. 장기적으로 대응하자.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상대편으로 갈아타는 것이 위험하게 된다. 비주류지만 상황에 따라 주류로 바뀔 수 있다. 잘못하면 이편도 저편도 아니게 된다. 추종자가 되자. 팔짱끼고 있는 것보다 앞장서는 게 낫다. 진흙탕 싸움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혹 지더라도 미래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편가르기를 극복하자. 이제, 상대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자. 상대편 입장에서 볼 수 있는 눈을 기르자. 상대편의 존재를 거추장스러워 말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자. 많은 정보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옛날에 한 노인이 기르던 말이 달아났는데, 그는 슬퍼하지 않았다. 그 후에 달아났던 말이 다른 말을 데리고 돌아왔는데,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그 후에 아들이 그 말을 타다가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는데, 그는 슬퍼하지 않았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 아들이 죽음을 면할 수 있었는데,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예측이 어렵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 ‘하늘의 도(道)는 인간을 이롭게 할 뿐 해치지 않고, 성인의 도(道)는 남을 위할 뿐 싸우지 않는다.’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1364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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