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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리더 | 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 “우리 목표는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금융”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핀테크 기반 금융서비스 강자로 부상... 고객 맞춤형 디지털 자산관리 제공

▎신승현 데일리금융그룹 대표.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2016년 한국의 34위 부자(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손자(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 투자업계 ‘은둔의 고수’(장덕수 DS자산운용 대표) 등이 선택한 벤처기업. 지난해 매출액은 300억원 수준에 그치지만 ‘유니콘(기업가치 평가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이 될 ‘싹수’가 보인다는 평을 받는 기업. 데일리금융그룹 얘기다.

그렇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다. 이런 미실현 가능성만 보고 ‘베스트 애널리스트’ 자리를 박차고 이 모험기업에 둥지를 튼 이가 있다. 신승현(39) 데일리금융그룹 대표다. 핀테크(금융(finance)+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서비스) 혁명의 시대, 최근 그를 만나 “핀테크로 모든 국민이 풍요로워지는 세상”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데일리금융그룹은 어떤 회사인가.

“지난해 말 옐로금융그룹(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가 최대주주)에서 사명을 바꿨다. 중간 지주사 격인 쿼터백그룹, 데일리인텔리전스, 데일리마켓플레이스 3개 사업부문에 20여 개 계열사가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 흑자전환이 목표다. 쟁쟁한 주주와 사외이사들이 사업에 도움을 준다. 특히, 사외이사 중 기디언 유는 과거 유튜브와 페이스북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인물이다.”

사명을 바꾼 이유가 이상혁 대표가 지분을 팔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돈다.

“아니다. 그룹의 비전과 정체성을 대내외에 명확하게 제시할 목적으로 사명을 바꿨다. 해외 투자자나 금융기관과 제휴하거나 공동 사업을 진행하려면 사명에서 주는 방향성이 명확해야 한다. 실제로 사명 변경 전후로 계열사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계열사인 쿼터백이 지난해 말 일본 자산운용업에 진출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그만두고 벤처로 옮겼다. 고민은 없었나.

“애널리스트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평가에서 1등을 했다. 5년간 평가에서 1등을 20번 했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처음에는 뭔가 쌓이는 게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쌓이는 게 아니라 유지만 됐다. 그때 투자자 한 분이 데일리금융그룹(옛 옐로금융그룹)과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금융이 원래 변화가 별로 없는 산업인데 요즘은 아니다. 전무후무한 금융 생활의 변화가 스마트 디바이스 환경에서 찾아오는 시점이다. 이 변화에서 가치를 찾고 싶었다. 일주일도 고민 안 하고 옮겼다. 물론 지금 월급은 애널리스트 당시보다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2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내 결정은 같을 것이다. 오히려 더 빨리 결정했을 것 같다.”

어떤 사업모델인지 그림이 잘 안 그려진다.

“데일리금융그룹의 비전은 ‘일상 생활이 풍요로워지는 금융’이다.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 3가지 사업모델이 있다. 먼저, 직접 금융업 자체를 영위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투자를 하는 국내 첫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산운용 쿼터백이 여기 해당한다. 둘째, 고도화된 기술을 외부 금융회사에 제공하는 것이다. B2C 모델이다. 스마트 디바이스 환경에선 과거처럼 개별 금융 회사가 모든 기술을 사내에서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리의 특화된 기술은 크게 머신러닝·인공지능·블록체인 등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금융서비스의 트래픽 허브(traffic hub)다. 예를 들어, 보험을 보자. 전자제품은 하이마트 같은 곳에 가면 비교해보고 살 수 있다. 그렇지만 보험은 개별 보험사가 각자 자사 상품만 판다. 권유에 따라 보험을 들기는 들었는데 설계사가 정말 고객 좋으라고 들라고 한 건지, 아니면 자기한테 떨어지는 수수료가 많아서인지, 알기 어렵다. 이런 걸 신경 쓰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사람들은 중립적인 누군가가 정확하게 상품별로 쭉 줄을 세워주기를 원한다. 그것을 우리가 하겠다는 거다.”

금융은 규제산업 성격이 강하다. 규제 아래서 핀테크가 잘 발전할 수 있을까.

“규제를 선호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무조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핵심은 언제나 현재 규제를 가정하고 사업을 해야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투자의 경우에 해외에서는 비대면 일임 투자가 가능하다. 국내는 안 된다. 그렇다고 비대면 일임 투자가 될 때까지 기다리다간 망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에서 탈락했다. 사업에 차질이 없나(데일리금융그룹은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인가를 신청한 3개 컨소시엄 중 데일리금융그룹이 속한 컨소시엄만 심사에서 탈락했다.).

“당시엔 솔직히 아쉬웠다. ‘신포도’는 아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심사를 통과했으면 자본금으로 300억원을 넣어야 한다. 벤처엔 큰 돈이다. 오히려 이런 여력을 로보어드바이저,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분석, 블록체인, 간편 결제 등 그룹의 핵심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핵심 역량을 차후에 인가를 받아 인터넷 전문은행에 접속하면 된다. 핵심 역량을 키워 승부를 겨룬다면 후발 주자라도 충분히 해 볼만한 기회가 남아 있다.”

데일리금융그룹이 구상하는 서비스가 보편화됐을 때 보통사람 홍길동의 금융생활은 어떻게 달라질까.

“디지털 웰스 매니지먼트(자산관리)가 가능하다. 지금은 돈 많은 사람이 은행에 가도 특별한 게 없다. 따로 마련된 방에서 프라이빗뱅커(PB)와 형, 동생 하며 인생 얘기하다가 PB가 준비해 준 상품에 가입한다. 우리 서비스에선 돈이 많건 적건 홍길동의 자산·부채·비용을 알면 홍길동에 대해 오래 고민한 것처럼 맞춤형의 얘기를 해 줄 수 있다. ‘네가 사용하는 신용카드보다는 이걸 쓰면 당장 한 달에 1만원을 아낄 수 있어, 대출은 A은행의 B상품으로 갈아타면 2%포인트나 이자가 싸, 너는 지금 이 나라 저 나라 펀드에 들었는데 우리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을 보면 전세계에 분산투자하는 이 펀드가 수수료도 싸고 나을 것 같아’. 이렇게 다 알려주고 모바일에서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다.”

웰스 매니지먼트는 한국에서 돈을 못 벌지 않나.

“한국에 자문수수료 모델은 없다. 현재는 판매수수료만 있다. 상품이 권유되고 선택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나온다. 우리가 추천해서 고객이 선택하면 판매수수료를 우리가 받는 구조다. 기본적으로 수익 모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는다. 우리 서비스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느냐가 핵심이다. 카카오가 월 기준으로 당기 순익을 내는 데 5년 걸렸다. 그 사이 다들 ‘언제 돈 벌 수 있느냐’고 물었다. 카카오 자신들도 몰랐다. 하지만 확실한 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카카오를 쓸 것이라는 점이었다. 카카오 초기, 경쟁 메신저로 통신 3사가 연합한 통합 메신저 서비스 ‘조인’이라는 게 있었다. 돈을 받자 이용자들이 떨어져 나갔다. 강력한 통신사업자가 뭉쳤는데도 카카오에 밀렸다. 그리고 사용자를 독점한 카카오는 지금 5조원짜리 회사가 됐다.”

1371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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