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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질의응답 AI 기술 아마존보다 앞섰다”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인공지능 플랫폼 ‘아담’ 4월 론칭... 카이스트·ETRI 등과 함께 정부 프로젝트 참여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솔트룩스 본사에서 만난 이경일 대표가 인공지능 플랫폼 아담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대강당에서 ‘장학퀴즈 대결! 엑소브레인’이라는 특집 방송이 녹화됐다.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이 퀴즈의 강자 4명과 경쟁을 벌였다. 결론적으로 엑소브레인은 초반부터 참가자들과 60점 이상 차이를 보이며 앞서 나갔고 우승을 했다. 한국어 분석 능력과 질문을 이해하고 답을 할 수 있는 질의응답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공지능 엑소브레인은 미래창조과학부가 2013년부터 10년 동안 700여 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 이름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에는 세 가지 세부 과제가 있다. 첫째 과제는 자연어처리 기술과 검색 기반의 응답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둘째 과제는 기계가 스스로 학습을 하고 추론해 스스로 진화하는 인공두뇌를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창의적으로 사람의 뇌를 모사해서 만드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거대 프로젝트에는 ETRI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을 대표하는 국책 연구기관과 대학이 참여했다. 일반인에게 낯선 중소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둘째 과제를 맡은 솔트룩스다.

솔트룩스 기술, 국내외 800여 기관이 채택


▎솔트룩스 관계자가 VR 기능을 이용해 아담의 질의응답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솔트룩스는 지난해 11월 선보인 인공지능 플랫폼 ‘아담’으로도 유명하다. 본지에 연재되고 있는 ‘빅데이터로 본 세상’에는 ‘아담 애널리틱스’라는 빅데이터 분석과 시각화 툴이 사용되고 있다. 솔트룩스가 개발한 아담에 포함된 기술이다. 이 외에도 트루스토리, 바오밥, 보따리, 지니뉴스 같은 인공지능 관련 서비스들이 솔트룩스의 기술로 만들어졌다. 4월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는 인공지능 플랫폼 아담은 베타 버전 출시 이후 다양한 파트너와 실험을 이어왔다. 솔트룩스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KAIST·ETRI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네이버나 카카오보다 앞서서 B2B·B2C용 인공지능 플랫폼을 내놓았다. 17년 동안 인공지능·자연어 처리·시맨틱(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내고 처리하는 기술)·빅데이터 분석 기술에 매달려온 이경일(47) 대표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3월 9일 솔트룩스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우리가 길게는 30년, 짧게는 17년을 버텨온 것은 원천기술과 이에 필요한 데이터 확보를 꾸준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길게 30년’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인하대 공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딴 이 대표는 LG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을 지낸 후 2001년 시스메타를 창업했다. 이후 2003년 자연어 처리 검색 기술을 가지고 있던 모비코라는 회사를 합병했다. 2006년 솔트룩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2003년 이 대표가 인수한 모비코는 1981년 창업된 기업이다. 모비코 시기까지 올라가면 솔트룩스의 업력은 30여 년이나 되는 셈이다.

한해 매출이 120억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이 분야에서 살아남은 데는 기술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솔트룩스는 국내외 특허 47건, 국제 인증과 국내 특허 출원 100여 건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25억~30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100여 명의 임직원 중 엔지니어가 70여 명이다. 이 대표는 “시스메타 창업 이후 적자를 낸 적은 한해밖에 없다”면서 “투자 한번없이 여기까지 온 것은 우리의 기술이 정부 기관과 해외 기업들에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솔트룩스의 기술은 국내외 800여 기관과 기업에서 채택하고 있다. 그는 “질의응답 기술은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얼마 전 뛰어넘었다”고 강조했다. “어떻게 확인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알렉사에 영어로 질의응답을 하고 같은 질문을 한국어로 아담 인텔리전스에 했다. 임의로 던진 어려운 질문에 대해 알렉사의 답변 정확률이 50%, 아담이 55%였다”라고 설명했다. 자연어 이해와 지식베이스 기반 질의응답 기술 분야에서는 아마존과 비교할 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다.

질의응답 기술을 구현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일반인도 흔히 사용하는 애플의 시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나이’와 같은 단편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해준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아버지의 고향은?’ 같은 복잡한 질문에는 정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다. 솔트룩스는 이런 복잡한 질문에도 인공지능이 정확한 답변을 해주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술 개발에 600억원 투자, 이제 승부 걸 때”

그럼에도 ‘한 해 매출 120억원의 기업이 인공지능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공지능 시장에 뛰어들면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고 있다. 카카오는 얼마 전 200억원 자본금 규모로 인공지능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카카오 브레인을 설립했다. 네이버는 이해진 의장의 지시로 전문 사내 조직인 J팀을 발족시켰다. 지난해 12월에는 1000억원 규모의 인공지능 산업 활성을 위한 펀드도 마련했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도 인공지능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IBM은 인공지능 왓슨에 10억 달러(1조1430억원)을 투자했고, 구글은 2001년 이후 지금까지 280억 달러(32조원)을 투자해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바이두도 3억 달러(3429억원)을 들여 실리콘밸리에 관련 연구소를 설립했다.

보통 수백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솔트룩스 같은 규모의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대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기술개발에 투입된 자금을 누적하면 500억원에 가깝지만, 이젠 승부를 걸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며 “투자 관련해서 많은 곳에서 제안을 받고 있고, 내년에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과정은 인공지능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인공지능 분야를 이끌어가지만, 질의응답 분야에선 우리가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1378호 (2017.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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