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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한국인, 윤정섭 미띵스 대표] “고객 설문조사 이젠 화상으로 하세요” 

 

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
NHN 미국 지사장 지내고 두 번의 창업 실패... 과감한 사업 변경 통해 화상 리서치 서비스 탄생

▎미국 실리콘밸리서 창업한 윤정섭 미띵스 대표가 3월 29일 서울 테헤란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다음에는 성공 이야기를 가지고 찾아오겠다.” 무대 위에 있는 강연자의 마지막 말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3월 28일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네이버에서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2017’ 행사가 열렸다. 이날 150여 석을 가득 채운 이들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받은 강연자는 미띵스(methinks) 창업가 윤정섭(42) 대표다. 그의 강연 주제는 ‘실리콘밸리에서 실패하기’였다. 어쩌면 슬프고 무거운 주제의 강연이었지만 시종일관 재미있는 말 솜씨로 사람들을 웃게 했다. 그는 20여 분 동안 좋은 아이디어와 팀원으로 시작했던 창업이 왜 실패했는지,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내용은 슬픈데, 재미있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강연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빠른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리서치 가능”

30대 초반에 NHN(현 네이버) USA 지사장을 지내며 성공한 경영인으로 평가받았던 그가 왜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도전기를 쓰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동안 그의 창업 성적표는 두 번의 실패, 한 번의 피봇(Pivot :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것), 그리고 지난해 9월 세 번째 창업이다.

3월 29일 아침 서울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미띵스가 처음으로 투자를 받는 날이기도 하다. 이날 벤처캐피털 본엔젤스벤처 파트너스·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캡스톤파트너스는 미띵스에 8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미띵스는 모바일 리크루팅과 리모트 리서치 스타트업이다. 윤 대표는 “빠른 시간에 미띵스의 성과가 나와서 VC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미띵스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 조사 비디오챗 플랫폼이다. 화상으로 직접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설문조사라고 이해하면 된다. 화상 설문조사는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이 서비스나 제품을 론칭하기 전에 미리 미국 사용자의 반응을 직접 인터뷰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생긴 것이다.

또 다른 장점은 기업이 원하는 특정 사용자를 미띵스를 이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띵스 서비스에 조사 대상자로 가입한 인원은 1만50000여 명 정도. 다양한 경력과 취미를 가지고 있다. 미띵스는 사용자 각각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들의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이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사용자 동의를 받고 나서 수집을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지역이나 나이, 성별 같은 등록된 사용자의 기본적인 정보도 있다.

예를 들어보면 미띵스의 장점과 효과를 이해하기 쉽다. 음악 관련 기업 혹은 어떤 분야의 기업이든 신규 서비스 론칭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뭘까. 사용자로부터 평가를 미리 받아보는 것이다. 서비스에 문제가 없는지, 어떤 점을 고쳐야 하는지 등을 미리 사용자로부터 듣고 개선하는 게 좋다. 기업은 대부분 설문조사 에이전시를 통해 사용자를 한 장소에 모이게 한 후 조사목적과 관련된 인터뷰를 하는 마케팅 조사 기법인 FGI(Focus Group Interview, 표적집단면접법)를 선호한다.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기준에 맞는 사람을 모으는 것도 오래 걸리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다. 윤 대표는 “보통 10인 기준 FGI 진행 가격은 5만 달러(5560만원) 정도다. 기간은 짧게 잡아도 3~4주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띵스를 이용하면 에이전시보다 훨씬 빠르고 저렴한 가격에 모바일 화상 인터뷰를 시행할 수 있다. 그는 “기업이 원하는 특정한 고객을 언제든지 바로 찾을 수 있는 게 우리 서비스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미띵스를 이용해 기업이 화상 설문조사를 하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차례로 진행된다. 기업은 ‘미국 동부에 살고 있는 30대, 게임을 즐기는 샐러리맨’ 같은 형식으로 대상자 범위를 한정해서 미띵스 앱을 통해 공고를 한다. 사용자들은 자신과 맞는 인터뷰에 지원하게 된다. 기업은 이들과 인터뷰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 맞춰 스마트폰 화상으로 설문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윤 대표는 “조사에 응한 이들은 보통 30분 인터뷰에 20달러 정도를 받는다. 기업들이 지불하는 비용은 직접 리서치를 하느냐, 우리에게 맡기느냐에 따라 각각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서비스는 기업의 설문조사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미띵스는 미국 기업들에 차츰차츰 알려지고 있다. 클라이언트는 32곳이다. 규모가 큰 기업도 미띵스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뮤직비디오 판권과 제작 기업인 VEVO, 글로벌 게임 개발사인 MZ 등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여러 기업과 협의를 하고 있고 곧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며 “올해 매출은 약 5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 진출 준비 중인 한국 기업 돕고 싶어”

미띵스 서비스는 우연하게 나왔다. 2015년 8월 윤 대표와 개발자 1명이 소셜 게임 개발을 마치고 론칭 준비 중이었다. 한 번의 창업 실패를 겪었던 탓에 어떻게든 성공을 하고 싶었다. 그가 생각한 타깃은 20대 여성이었다. 자신들의 게임은 어떤지 그들에게 평가를 받고 싶었다. 에이전시를 통하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평가자를 여러 루트로 찾았지만, 조건이 까다로웠는지 실패했다. 이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그는 “‘우리만 이런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닐 것이다. 차라리 사람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만들자’라는 생각을 했고, 2015년 11월에 미띵스라는 사업으로 전환하자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이른 나이에 NHN 미국 지사장까지 지내면 승승장구를 했지만,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실리콘밸리에서 계속 도전을 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NHN USA 지사장을 하고, 엑시트에 성공한 미국 게임 개발사 대표로 일하면서 실리콘밸리에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그런 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계속 실리콘밸리에서 도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지사를 설립했고, 인력도 채용했다. 그는 “미국 진출을 계획하는 기업들을 도와주고 싶다. 미띵스를 이용하면 현지 반응을 먼저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 진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379호 (201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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