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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한국경제 | 보호무역 파고 넘어라] 통상문제 전담할 한국판 USTR(미국 무역대표부) 설치하자 

 

USTR, 20년차 베테랑 등 전문가 200여 명 포진... 제2의 개성공단 조성도 고려해야

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통상분과 위원들은 차기 정부의 최대 통상 과제로 ‘한국판 미국무역대표부(USTR)’ 설치를 한목소리로 제안했다. 1962년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USTR은 통상 교섭은 물론 대내외 투자 등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최대 강점은 200명 이상의 전문가가 입사 이후 줄곧 통상 관련 업무만 담당한다. 10~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들이 즐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십 년째 특정 국가와의 무역 분쟁이나 다자 기구에서의 현안 등을 다루게 되면 자연스레 뭐가 핵심 이슈인지 훤히 꿰뚫게 된다. 미국이 어느 나라보다 통상 교섭 능력이 뛰어난 것도 이 같은 시스템 덕이 크다. USTR을 이끄는 수장이 대통령 주재 각료회의의 장관급 고정 멤버라는 점도 조직의 위상을 말해준다. 아울러 장관급 기관장이 버티는 덕에 다른 정부기관과의 협업도 훨씬 수월하다. 실제로 USTR은 19개 관련 기관으로 이뤄진 무역정책심의그룹(TPRG)을 총괄·지휘한다. USTR과 같은 통상 전문 독립기구 설치는 세계적 추세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결정된 직후인 지난해 6월 ‘국제무역부’를 장관급 독립 부처로 신설했다. 일본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성공적 출범을 위해 만들어 놨던 대책본부를 통상 전반을 총괄하는 새로운 조직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통상 관련 기구는 직원들의 전문성은 물론 정부 내 위상도 크게 떨어진다. 전담 조직이 산업통상자원부의 3개 담당 업무 중 하나로 돼 있다는 점부터 옹색하다. USTR이 장관급이 이끄는 데 반해 한국의 통상 조직은 차관보가 책임자로 돼 있다. 다른 부처와의 원활한 공조가 쉬울 리 없다. 또 다른 결정적 약점은 순환보직 원칙으로 직원들의 이동이 잦다는 점이다. 현재 일반직의 경우 과장급 이상은 2년, 사무관은 3년 근무 후 타부서로 옮기게 돼 있다. 그나마 전문직으로 들어와도 국장급은 2년씩 두 번에 걸쳐 4년, 과장급은 3년씩 6년까지밖에 통상 분야에서 일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문성이 쌓일 리 없다. 게다가 통상 업무는 부처 내의 핵심 주류라는 인식이 희박해 직원들이 장기간 근무를 기피한다.

통상 독립기구 신설은 세계적 추세


▎로버트 라이시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대통령이 주재하는 각료회의의 장관급 고정 멤버다.
이 같은 단점을 극복하려면 통상 업무만을 전담하는 한국판 USTR을 신설한 후 이를 장관급 기관으로 승격시키는 게 지름길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리셋 코리아 통상분과 위원들은 “권한과 기능이 강화된 책임 부서가 영속성을 갖고 통상 문제를 다뤄야 한다”며 “결론적으로 USTR과 같은 기구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조직이 생기면 “20년 이상 이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 인력이 생겨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게 대표적 장점으로 꼽혔다. “이런저런 협상과 국제회의 등을 통해 같은 분야의 외국 전문가들과 교류하게 되면 서로 양보하고 필요한 사안은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통상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대외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방안은 ‘한국형 USTR 설치’만 있는 게 아니다. 리셋 코리아 통상분과 위원들은 이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과제로 ‘제2의 개성공단 조성’ ‘투자 분쟁 전문기구 설치’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실행 과제는 다음과 같다.

과제 1 | ‘제2의 개성공단’ 조성하자

통상분과 분과장인 김현종(전 통상교섭본부장)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동전처럼 통상정책에도 양면이 있는데 대외 문제와 함께 내치(內治)가 그중 하나”라고 전제한 뒤 “새 정부에서는 통상을 내치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권의 통상정책은 청년과 700만 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국가적 숙원인 통일 성취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가 내놓은 방안은 제2의 개성공단 건설이었다. 김 교수는 “중국·러시아의 북한 접경 지역에 개성공단 같은 시설을 만들어 북한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쓰면 통일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과제 2 | 투자 분쟁 전문기구 만들자

국가 간 경제 교류가 활발할수록 급증하는 것 중 하나가 해외 직접투자다. 해외 투자는 대부분 기업에 의해 이뤄지는 반면 이를 규제하는 주체는 국가다. 자연히 해외 투자를 둘러싼 분쟁은 기업-국가, 기업-기업, 심지어 국가-국가 간에 발생하기 시작했다. 여러 유형의 분쟁을 효과적으로 다룰 전담기구의 필요성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분과위원인 김범수 변호사는 “다양한 수준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점검하고 종합 관리하는 투자 분쟁 전문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제 3 | 통상 관련 법률조직 꾸리자

외국, 특히 미국·유럽 선진국들과 통상 교섭을 하게 되면 한국 등 아시아 후발 주자들이 불리한 때가 많다.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기본체계가 오래전 선진국에서 만든 것을 답습한 경우가 대부분인 까닭이다. 이에 대해 김종범 연세대 교수는 “우리로서는 협상의 룰을 스스로 만들어 장단점을 모두 아는 상대와 교섭해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김 교수는 “이런 불공평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업무의 연속성을 갖춘 관료들에게 일을 맡기든가 아니면 외주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담당 부처도 여건에 비해 잘하고 있지만 통상 문제와 관련해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법률조직을 꾸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과제 4 | 포괄적 통상 영향평가시스템 도입

브렉시트 결정 등에서 보이듯 요즘 지구촌에서는 반세계화 및 보호주의 움직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 속에서 심각한 소득 불평등을 개방정책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잦아졌다. 이런 부정적 여론을 딛고 대외개방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방의 효과를 엄밀히 분석하고 국민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히 보여줄 수 있는 영향평가시스템이 절실하다”는 게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의 주장이다. 김 위원은 특히 “개방의 사회적 영향을 노동시장·고용보호·지속가능성 등의 관점에서도 분석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포괄적 평가시스템 구축이 선결과제”라고 김 위원은 강조했다.

과제 5 | TPP에 들어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행정부에 의해 과감한 조치가 다수 이뤄졌으며 그중 하나가 TPP 탈퇴다. 이로 인해 자유무역체제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무역 비중이 큰 한국으로서는 호기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의 TPP 탈퇴로 한국이 조속히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내다봤다. “‘미국 대신 한국이라도 넣자’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게 송 위원의 생각이다. 그는 “만약 TPP에 빨리 가입하지 못한다면 일본·멕시코와의 FTA라도 체결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되면 TPP에 들어간 것과 비슷한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란 게 송 위원의 설명이다.

1383호 (2017.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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