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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12) 건강보험료 부담] 퇴직자들 쥐어짜는 세금 아닌 세금 

 

서명수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
현역 때보다 보험료 3배 껑충 … 임의계속가입제도 이용하면 2년간 보험료 절감 가능

월급쟁이는 퇴직을 하면 소득이 확 준다. 빤한 수입이어서 돈을 쓸 때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가계에 탈이 난다. 세금 문제도 현역 때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노후 소득원인 국민연금과 개인연금, 임대소득이 종합소득에 합쳐져 과세되기 때문이다. 절세 전략을 잘 짜지 않으면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안 내도 될 세금을 내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다.

퇴직자들을 쥐어 짜는 세금 아닌 세금이 있다. 건강보험료(건보료)다. 퇴직한 다음달부터 왕창 늘어난 건보료 고지서를 받아들고 한숨짓는 퇴직자가 많다. 실제 직장인들이 퇴직 후 가장 먼저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건보료인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공단이 2016년 2월 한 달 동안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한 사람들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상자 가운데 61%가 직장 다닐 때보다 보험료가 늘었다고 답했다. 이들은 건강보험료가 월평균 4만4000원에서 12만9000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소유재산에 건보료 부과는 한국에만

건보료는 가입기간이 따로 없고 평생 납부해야 하는 강제 의무 사항이다. 만약 6개월 이상 체납하면 재산이 가압류되거나 통장 거래가 중단되는 조치로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국가재정의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의료보험 혜택을 많이 보게 될 퇴직자에게도 보험료를 물리는 게 맞다. 문제는 제도운영이 너무 거칠다는 데 있다. 직장을 잃은 실직자나 퇴직자에게 유별나게 가혹하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에서 지역가입자로 넘어간다. 그런데 지역건강보험은 보험료를 오롯이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더구나 급여를 기준으로 한 직장보험과 달리 지역보험은 소득은 물론 소유재산에 따라 보험료가 산출되기 때문에 집과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직장에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보험료를 물어야만 한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산출은 간단하다. 월급에 대한 요율 6.12%가 보험료다. 그것도 절반은 회사가 내준다. 지역은 복잡하다. 소득·재산 보유에 따른 점수를 산출한 다음 그 점수에 2017년 건강보험료 단가인 179.6원을 곱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있고 3억원의 주택과 2000cc의 자동차를 소유한 1960년생이 300만원의 월급을 탄다면 직장보험료는 18만 3600원이다. 여기서 회사가 반을 내주니 본인 몫은 9만1800원이다.

말 그대로 직장가입자는 소유 재산과 관계없이 급여를 기준으로 산출하면 된다. 그런데 이 사람이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지역가입자 산출방식에 따라 약 17만원의 보험료가 발생한다. 퇴직으로 소득이 없어졌는데 건보료는 오히려 매월 8만원가량 더 물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자식이나 아내의 피부양자로 등재하면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피부양자는 ▶이자· 배당소득 4000만원 이하▶사업자등록이 돼 있지 않은 사람의 연간 사업소득 500만원 이하▶근로소득 및 기타소득의 합 4000만원 이하▶ 연금소득 4000만원 이하의 4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걸 모두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연 501만원의 임대료 수입이 있고 다른 소득은 없다고 한다면 연간 사업소득 500만원 이상에 해당돼 피부양자 지위가 사라진다. 극단적인 예지만 불과 연간 소득 1만원 차이로 건보료를 물고 안무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재산을 운용할 때도 건보료가 중요 변수로 등장한다. 매월 100만원씩 월세가 나오는 2억400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처분할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은퇴생활자 최모(62)씨의 사례를 들어보자. 오피스텔 보유에 드는 비용은 최씨의 국민연금과 임대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와 퇴직연금의 소득세를 합쳐 175만원이다. 재산세와 건강보험료는 각각 40만원, 312만원. 이 오피스텔을 처분하면 국민연금의 종합소득세와 퇴직연금의 소득세를 합쳐 연간 100만원만 나오고 재산세는 없다. 건강보험료는 264만원으로 줄어든다. 이 사람은 결국 오피스텔 보유로 연간 163만원의 비용지출이 늘어나는 셈이 됐다. 연간 임대료가 1200만원 발생한다 해도 실질 수입은 1000만원을 약간 웃도는 선에 그치는 셈이다.

‘송파3모녀’ 사건으로 건보료 개편 급물살

이렇듯 건보료 부과체계가 불합리하다 보니 국민건강공단은 빗발치는 민원을 처리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공단에 제기된 건보료 민원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2억5884만 건에 이른다. 이 4년 기간 동안 해마다 평균 554만 건씩 늘었다. 지난해 접수된 민원은 7391건으로 5076만 명의 가입자 1명당 1.45회의 민원을 제기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4년엔 서울 송파구 단독주택 지하 1층에 살던 박모씨와 그의 자녀 2명이 건보료 부담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송파3모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급기야 정부는 건보료 체계에 메스를 가해 지역가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그러나 소유 재산 기준이 낮아지긴 했지만 골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걸로 결론이 났고 피부양자 조건은 크게 강화돼 지역가입자의 실질적인 감면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임시방편이지만 퇴직 후 임의계속가입자 제도를 활용하면 건보료 부담을 잠시 줄 일 수 있다. 임의계속가입자 자격을 얻으면 2년 동안은 직장 다닐 때 내던 건보료와 동일한 보험료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2년 후부터는 재취업을 하지 않는 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박스기사] 지역보험자 건보료 체계 어떻게 바뀌나 - 종합소득 3400만원 넘으면 피부양자 지위 해제

정부는 지난 1월 40년간 유지돼온 건보료 부과체계를 대수술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편안을 발표했다. 3월 국회를 통과한 개편안은 내년 7월부터 3단계로 나눠 시행된다. 개편안의 구체적 내용을 소개한다.

소득기준 상향화: 지역가입자의 보험료를 산출할 때 소득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현재는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인데, 궁극적으로 60%로 높아진다. 연간 소득 500만 원 이하인 자에게 적용하고 있던 '평가소득' 방식이 폐지되고, 최저보험료 방식이 도입된다. 1단계로 총 수입 1000만원 이하이면 최저보험료 1만3100원이 적용된다.

피부양자 등재조건 강화: 현재는 금융소득, 공적연금, 근로·기타소득 중 어느 하나가 4000만원이 초과하지 않으면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 각각 4000만원이니까 이론상으로는 합산소득이 1억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자녀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해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것이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해 피부양자 등재 여부를 결정하는 쪽으로 바뀐다. 1단계에선 연간 종합과세소득이 연 3400만원이 넘으면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없고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2단계에서는 2700만원 초과, 3단계 2000만원 초과로 기준이 더욱 강화된다.

재산 관련 기준은 완화: 현재는 재산세 과세표준 9억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자녀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재할 수 있다. 재산세 과세 표준이 시가의 5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시가 18억원 아파트를 가진 사람도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앞으론 과세표준이 9억원이 안되더라도 일정수준 이상 생계가능소득이 있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개편안 1단계에선 연소득이 1000만원을 넘는 사람은 재산세 과세표준이 5억4000만원을 넘는 경우, 2·3단계에선 3억6000만원이 넘는 경우 각각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1386호 (201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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