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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판매 중단에 보험업계 냉가슴] “지급여력비율 100% 넘으면 문제 없는데…”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
은행권 “판매자로서 책임과 평판 리스크 관리 차원”... 중소형 보험사 방카슈랑스 판매채널 줄어들 수도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흥국생명과 KDB생명, MG손해보험의 일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 저축성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은행도 흥국생명 등 일부 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번 판매 중단에 대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RBC)이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인 150%를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제때에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험회사의 경영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방카슈랑스 판매중지 매출엔 큰 영향 없어


지난해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25.6%, 흥국생명 145.3%, MG손해보험은 133.6%다. 은행들이 판매를 중단한 방카슈랑스 상품은 보험계약자가 납입 기간 동안 보험료 합계가 5000만원이 넘는 상품이다.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가입 금액 5000만원 이하 상품은 원금과 이자를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판매 중단 대상에 넣지 않았다. 은행 측은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 상품에 가입한 고객들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150% 이상 안정권에 들어서면 다시 재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에서는 은행의 지나친 평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말하는 지급여력비율 150%는 은행들의 입맛에 맞춘 기준에 불과하다”며 “만약 회사에 문제가 생겨도 보험계약자에 대한 책임은 보험사가 지기 때문에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에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100%만 넘으면 문제가 없는 정상 상태로 간주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과거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상시감시를 위해 지급여력비율 권고 기준을 150% 이상으로 정했지만 사실 보험업법상에는 (지급여력비율이) 100%만 넘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지난 2012년부터는 금융당국의 권고 기준이라는 용어를 없애고 100% 이하로 떨어지는 보험사에 대해서만 시정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을 판매하는 일종의 대리점인 은행들이 보험사의 평가 기준을 정하는 건 자유지만 금융당국의 권고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일부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가 중단돼도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납입보험료가 5000만원이 되는 상품은 고액 보험인 만큼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의 고액 보험 상품이 전체 방카슈랑스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2% 정도에 불과하다. MG손해보험도 신규 가입자의 첫 납부 보험료를 월 매출로 따졌을 때 2억원대에 그친다.

정작 이들 보험사들이 매출보다 더 우려하는 것은 회사 이미지다.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가 중단된 한 보험사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상태와 상관없이 판매 중단이라는 소식만으로 소비자에겐 보험사가 부실하다는 주홍글씨가 붙여지게 됐다”며 “가뜩이나 업황 불황으로 어려운데 이번 일로 악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보험사들은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만큼 냉가슴을 앓고 있다. 고객 보호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는 은행들의 평가 기준에 맞출 수밖에 없어서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지급여력비율 개선을 위해 지난 3월 500억원 자기자본을 마련했고 자산 포트폴리오 개선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KDB생명도 하반기에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건전성 규제 강화하는 계기 될 수 있어

문제는 앞으로다. 보험 영업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의 올 1분기 수입 보험료(보험 가입자가 낸 총 보험료 합계)는 28조52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4687억원) 감소했다. 저축성 보험 수입 보험료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불황으로 살림이 팍팍해지면서 보험계약 해지건수도 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5개 생명보험사가 고객에게 지급한 해지환급금(보험계약자가 만기 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보험사로부터 돌려받는 금액)은 20조117억원에 이른다. 생명보험사의 해지환급금 규모가 2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전체 손해보험사 14곳의 장기해약 환급금 규모도 10조1285억원에 달한다.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면서 보험사들의 재정 건전성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지급여력비율이 150% 선에 머무는 보험사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지난해 말 롯데손해보험은 150.1%, 한화손해보험은 153.1%다. 만일 은행들이 이들의 방카슈랑스 상품도 판매를 중단한다면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판매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최근 중소형사들은 설계사를 통한 대면채널보다 방카슈랑스나 홈쇼핑 같은 채널을 활용해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사업비를 절약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말 KDB생명의 전체 초회 수입보험료 중 방카슈랑스 채널 비중은 63%에 달한다. 흥국생명은 45%, MG손해보험은 21%를 차지한다.

이번 일부 보험사들의 방카슈랑스 상품 판매 중단이 앞으로 보험사 재무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온라인을 통한 상품 판매가 많아지고, 소비자들도 눈높이가 높아져 건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에서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은행은 판매자로서의 책임이나 평판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평가 기준을 만든 것”이라며 “이번 계기로 보험사들도 재무 건전성 규제를 강화시키기 위한 노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1387호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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