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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14) 아내의 협업] 여성들이여, 잠자는 투자DNA를 깨워라 

 

서명수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
여성이 남성보다 재테크 장기성과 좋아... 국민연금 가입 등 노후준비 협업 가능

서울 사당동에 사는 가정주부 송모(52)씨는 최근 적립식 펀드 투자를 시작했다. 단순한 재테크 차원이 아니라 부부의 노후재원을 만들기 위해서다. 남편의 정년이 5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렇다 할 노후준비를 해 놓은 게 없어 불안감이 커지는 터다. 남편이 아무리 애를 써도 단기에 원하는 노후자금을 마련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아내가 도와주면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음달부터는 용돈의 일부를 국민연금에도 가입할 예정이다.

부부가 합심해 노후준비에 나서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은퇴 생활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도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있는 것. 평균수명 연장으로 갈수록 길어지는 은퇴기간을 보내려면 남편 혼자 힘만으론 어렵기 때문이다. 남편이 60세에 은퇴한다고 할 때 20년 이상을 현역 때 벌어 놓은 재산을 까먹으며 버텨야 한다. 그것도 평균수명 연장으로 은퇴기간이 30년이 넘는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듯이 아내가 거든다면 노후준비가 한결 수월해진다. 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노후준비에 나선 예비 은퇴자는 단기에 필요자금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아내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여성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라도 별도의 노후준비가 필요하다. 현재 여성 평균수명은 84세, 남성은 77세다. 동갑내기라면 여성이 남성보다 보다 7년 더 산다. 그러나 대졸 이상 결혼 평균연령은 여성 30세, 남성 32세로 두 살 어리다. 평균수명과 결혼연령 차이를 감안하면 부인이 남편보다 평균 9년 더 산다는 얘기다. 노후설계를 할 때 이 기간을 감안하지 않으면 여성의 말년은 몹시 어려워질 수 있다.

여성이 노후준비에 나서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아무리 생활이 팍팍한 노후라지만 밥만 먹고 살 수 없지 않은가.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남은 여생만큼은 해외여행을 다니고 취미도 즐기며 여유롭게 지낼 자격이 있다. 그러려면 부부가 협력해 노후재원을 넉넉하게 쌓아야 한다. 노후준비도 남편한테만 맡기지 말고 맞벌이 정신을 발휘하도록 하자. 전업주부라도 투자라든가 연금재원 마련, 보험 가입 등에서 얼마든지 역할을 할 수 있다. 남편과 아내가 노후준비를 협업하면 재무적 안정은 물론 부부 관계도 단단히 다질 수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투자를 잘 못한다고?: 저금리 시대에 노후 준비 같은 장기 재무목표는 투자를 통해 달성해야 하는 건 상식이다. 투자는 원금손실 위험이란 치명적 약점이 있지만 시간의 흐름으로 얼마든지 덮을 수 있다. 위험은 시간 앞에선 나약한 존재가 된다.

여성은 남성보다 투자에 있어 한 수 아래라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이 통설을 반박하는 조사 결과는 수없이 많다. 미국 UC 버클리대의 터렌스 오딘 교수는 여성은 남성보다 자기과신에 빠지지 않아 지나친 매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오딘 교수가 3만 7000여 가정의 증권계좌 거래 내역을 조사했더니 평균적으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수익률이 나쁜 가장 큰 이유는 주식을 자주 샀다 팔았다 했기 때문이라고 오딘 교수는 분석했다. 여자들은 1년에 포트폴리오 절반을 바꾼 반면 남자들은 4분의 3 이상을 바꾸었다는 것. 잦은 거래는 수수료 같은 비용을 많이 물어 총수익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많이 거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을 얻었던 것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모험을 덜 즐긴다는 통설도 있다. 증시에만 한정 지어 말하자면 이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보수적인 태도 때문에 여성은 안정적인 운영으로 성공 투자를 이끌 수 있다. 한 은행이 자사 고객들을 분석한 결과 남자들은 투자금액의 5분의 1을 펀드나 채권 등 안정적이고 투명한 상품에 넣고 나머지는 위험한 주식·옵션과 양도성 예금에 투자했다. 반면 여자들은 투자금액의 약 3분의 1을 펀드와 채권에 투자했다. 남자들은 모험적인 투자를 한 덕분에 활황일 때 여자들보다 수익을 더 올릴지 모른다. 그러나 주가의 하락 국면에선 조심성이 있는 여자들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또 여자들의 투자목적은 남자들과 달리 재정적 독립인 경우가 많아 장기적인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그 결과 빨리 성공하려고 서두르지 않고 치고 빠지는 단타매매를 멀리한다는 것이다. 이 모든 조사는 여성이 투자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여성은 남성보다 우월한 ‘투자DNA’를 보유하고 있다. 잠자고 있는 투자DNA를 깨워 재산증식에 나서보자.

국민연금 맞벌이를 하라: 전업주부는 직장인이 주로 가입하는 국민연금이 자신과 상관없는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전업주부라도 국민연금에 올라타는 길이 있다. 임의가입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남편이 직장에 다니며 국민연금을 붓고 있다면 부인의 임의가입으로 국민연금 맞벌이가 가능해진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맞벌이를 통해 올해 매달 300만원이 넘는 연금을 수령하는 부부가 생겼다.

임의가입은 만 60세 이하라면 언제라도 가입할 수 있으며, 해지도 본인이 원한다면 가능하다. 임의가입 월 보험료는 소득 기준이 따로 없이 8만9100원부터 39만6000원 사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월 수령액을 높이고 싶다면 월 보험료를 올리거나 가입기간을 늘리면 된다. 현재 만 40세인 전업주부가 월 보험료로 매달 8만9100원, 20년간 총 2138만원을 납부하면 만 65세부터 연금으로 매월 32만4630원을 평생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여성 기대수명인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경우 20년간 수령하는 국민연금은 약 7791만원이다. 수익률로 따지면 무려 270% 가까이 된다. 여기에 연금 받는 시점의 물가상승률까지 반영되면 연금수령액은 크게 증가한다. 결혼·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경력단절 전업주부(경단녀)는 근무기간이 짧아, 국민연금 최소가입기간 10년을 못 채운 경우가 많다. 경단녀의 경우 추후납부제도(추납)를 활용해 부족한 기간 동안의 연금 월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면 최소가입기간 10년을 채우고 연금수령자격을 갖출 수 있다.

여성전용보험 가입을: 여성은 남성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큰 데다 경제적 여건도 취약해 보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마련이다. 특히 여성들이 많이 시달리는 여성암과 질환에 대한 합리적 보장 혜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여성의 경우 사망 때까지 의료비가 6841만원(생애의료비의 55.5%)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남성(5137만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들은 여성들의 노후대비와 질병을 보장하는 여성전용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여성전용보험은 여성들이 시달리는 유방암, 갑상선암을 비롯해 생식기 분야의 암(난소암, 자궁암)과 류마티스 관절염, 산과질환 수술 등 여성들이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해 보장한다. 특히 일부 상품은 여성질환에 대한 관리와 임신·육아 관련 상담과 같은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경제적 기반이 취약하고 일자리 잡기도 상대적으로 어렵다”며 “중대 질병이 발생할 경우 남성들보다 훨씬 금전적인 어려움이 커지기 때문에 미리 보장 장치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1388호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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