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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금리 인상은 ‘이벤트’가 아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9년간 이어진 금융완화 기조 바뀌어 ... 금융정책으로 오르던 주가 큰 조정 받을 수도
어떤 상황이 오래 계속되다 보면 사람들은 거기에 익숙해진다. 그래서 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속도가 느리고,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 금융정책이 그 형국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2008년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인하 속도와 폭이 1930년 대공황 때보다 월등히 컸을 정도다. 미국의 예를 보면 사고가 터지고 1년 만에 기준 금리를 4.5%(상단 기준)에서 0.25%로 내렸다. 대공황이 시작될 당시 기준금리는 4%대 중반으로 이번과 비슷했지만 1%가 될 때까지 8년이 걸린 것과 비교된다. 그리고 8년 가까이 0%대 금리를 유지해 왔다. 그 덕분에 투자자들은 금리는 당연히 낮아야 하고, 유동성은 넘치도록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런데, 금융완화 기조가 변하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다. 올 들어 두 번째다. 시장에서는 9월에 금리를 한번 더 올린 후 올해 인상을 마감할 걸로 전망한다. 중앙은행의 자산 축소에 대한 계획도 공개됐다. 시행 시점을 구체적으로 정하진 않았지만 전체적인 윤곽은 잡혔는데, 매달 자산 만기 규모를 국채는 60억 달러, MBS는 40억 달러로 제한하고 석 달 간격으로 그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월간 최대 제한 규모도 정했는데 국채 300억 달러, MBS 200억 달러가 상한선이다. 계획안을 보면 정책이 아주 더디게 진행될 것 같은데,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준은 만기가 도래한 채권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자산 규모를 유지해 왔다. 올해도 대략 국채 175억 달러, MBS 240억 달러 규모를 매달 차환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3년 만에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4분기쯤에 언급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빠른 것 같다. 한은 창립기념일에 통화가치 안정이란 중앙은행의 존립 목적을 얘기한 것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할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금리 인상이 먼 훗날 얘기가 아니라는 걸 인식시켜 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괜찮은 성장률 수치가 나올 때마다 금리 인상이란 단어가 따라붙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모두에서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에는 변화 속도가 빨라져 금리 인상과 유동성 회수란 단어가 더 자주 입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있다. 경제가 회복되면서 금융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자산가격 버블이 금융완화 정책을 바꾸는 요인

지금도 국내외 금융정책은 정상에서 벗어나 있다. 5월 미국의 실업률이 4.3%를 기록했다. 완전 고용 상태로 볼 수 있는데, 1980년 이후 미국의 실업률이 5% 이하일 때 기준금리는 평균 5.2%였다. 성장과 물가가 구조적으로 낮아진 걸 감안하더라도 현재 금리는 너무 낮다. 반대로 자산가격은 너무 높다. 주식, 채권은 물론 부동산까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지나친 금융완화가 자산 버블을 유지하는 원동력이었다. 앞으로는 거꾸로 자산 가격 버블이 금융완화 정책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이다. 과거에 정부가 완화 정책을 끝내고 긴축으로 옮겨오는 계기는 단순하다. 물가가 오를 때 그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인데, 아직은 소비자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

대신 자산 가격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저금리로 투자를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차입을 통한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9년 전에 버블로 인해 금융위기를 겪었던 선진국 입장에서 새로운 버블 형성은 항상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버블이 생길 조짐이 있을 때마다 선진국 정부는 정책을 동원해 이를 막을 수밖에 없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가격도 부담이 된다. 금융위기 이후 주식과 채권, 부동산 가격 상승은 선진국의 경기 회복 속도를 높여주는 요인으로 각광을 받았다. 자산가격이 올라가면 곧바로 소비가 늘고, 투자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가격이 너무 높아서 약간의 상황 변화에도 가격이 급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2011년 4월에 국내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미국 부채 한도 협상의 영향으로 석 달 만에 급락한 경험은 높은 가격이 환경 변화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지금 주가는 그때보다 더 높은 상태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유동성 회수는 금융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우선 미국의 시중 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연준의 연구에 따르면 기준 금리를 3%까지 인상할 경우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9% 정도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양적 완화를 통해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규모를 현재 3조4900억 달러에서 2조 달러대 초반으로 줄이는 것도 시중금리를 1.40~1.75%P만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이미 미국 금리가 바닥에서 0.7%P 정도 상승했다. 지금까지는 유동성 흡수 없이 기준 금리 인상만으로 시중 금리가 상승했는데, 앞으로 유동성 흡수가 가세할 경우 금리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은 국내 금리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 금리는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로 계산한 적정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있다. 그만큼이 금융완화정책에 의해 내려온 셈이 되는데, 금융완화 정책이 약해질 경우 한국 금리도 적정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 금리가 오르는 만큼 우리 금리가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 동조화는 불가피하다.

금리 인상을 이벤트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금융정책을 수정하더라도 당장 시장이 흔들릴 정도로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이다. 유동성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돈이 시중에 풀려있어 어지간히 흡수하지 않고는 유동성이 줄었다는 인식을 주기 힘들다. 문제는 신호 효과다. 금리 인상이 빈번하게 언급되면 투자자들은 9년 동안 시장을 끌고 왔던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익숙한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쪽으로 해석돼 종국에 시장을 뒤흔드는 요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낮으면 충격이 덜할 텐데 지금 국내외 주식시장 모두는 대단히 높은 상태다.

2분기 실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아무리 강한 대세 상승이라도 주가가 쉼없이 계속 오를 순 없다. 중간에 몇 차례 조정을 거치는데 그때 시장 내부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직후부터 지금까지 시장을 끌고 온 동력은 금융완화 정책이다. 금리가 낮고 유동성이 많기 때문에 주가가 조금만 떨어져도 매수세가 만들어졌고, 이들이 주가를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정책 변경은 이 같은 상승 구조가 마무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승 동력이 다른 부분으로 넘어갈 경우, 그동안 정책에 의해 주가가 오르던 상황이 한번 정리되면서 큰 조정이 올 수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좀처럼 2400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00에서부터 쉬지 않고 20% 가까이 오른 게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질 거란 기대와 달리 연준이 매파적 입장을 취한 것도 부담이 된다. 당분간 선진국 시장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해외 시장의 영향력을 극복하고 우리 자체적인 상승 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양호한 실적이 필수적이다. 시장에서는 2분기 실적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가까이 증가할 걸로 전망하고 있는데, 그만큼은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다. 주가가 추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예상을 넘는 이익 증가가 있어야 하는데 IT를 비롯한 대형주가 열쇠를 쥐고 있는 것 같다.

1390호 (20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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