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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신(新)상생 유통모델] 전통시장·청년상인· 마트의 화음 

 

남승률 기자 nam.seungryul@joongang.co.kr
이마트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선산봉황시장에 문 열어

▎경북 구미시 선산봉황시장에 문을 연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 / 사진 : 이마트
조선시대 5일장으로 시작된 선산봉황시장은 1993년 지금과 같은 현대식 건물로 탈바꿈한 이후 1층에 106개의 점포가 상시 운영되는 경북의 유서 깊은 시장이다. 30대 청년상인 김수연(39)씨는 2015년부터 이곳 1층에서 천연비누 등 다양한 생활용품을 팔고 있다. 그가 장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그를 포함한 8명의 청년상인이 점포를 운영하며 청년창업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지금은 김씨 점포를 포함해 2개만 남을 정도로 영업 환경이 악화됐다. 다른 점포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 밖 공터에 경북 최대 규모의 5일장이 서는 날을 빼고는 영업이 어려운 날이 많아졌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던 김수연씨는 당진전통 시장에 문을 연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사례를 접한 후, 시장 상인들에게 상생스토어 유치를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다. 상인회는 구미시에 사업 협조 공문을 보내 이마트 노브랜드 청년상생스토어 유치에 시 차원의 지원도 요청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시장 상인회는 이마트에 먼저 상생스토어 개설을 제안했으며, 이후 당진전통시장 벤치마킹과 설명회 등을 거쳐 상인회 모든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 돌파구를 열게 됐다.

24년간 버려졌던 선산봉황시장 2층 공간이 청년들의 새로운 희망의 일터로 거듭난 배경이다. 이마트는 경상북도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선산봉황시장에 청년상인이 주축이 된 ‘청년몰’과 함께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를 6월 27일 열었다. 30대 청년상인의 제안으로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상인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새로운 ‘상생형 유통모델’이 탄생한 것이다. 지난해 8월 오픈한 충남 당진전통시장에 이은 두 번째 이마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다. 당진전통시장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간의 2자 협업의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청년상인이 삼각편대를 이뤘다.

선산시장 1652㎡(약 500평) 규모의 A동 2층이 24년 간 공실로 방치되자 김수연씨가 시장 상인회를 설득, 이마트에 직접 ‘상생협업’을 요청해 결실을 맺었다. 이마트는 선산봉황시장 A동 2층, 1650㎡ 중 420㎡(약 125평)를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로 꾸몄다. 바로 옆에는 17명의 청년상인이 운영하는 청년몰이 250평 규모로 들어선다. 나머지 공간에는 다양한 장난감을 갖춘 ‘어린이 놀이터’와 ‘고객쉼터시설’ 등이 자리를 잡는다.

특히 이곳은 상생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청년몰을 거쳐야만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로 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마트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판매하는 품목도 시장상인회와 세밀하게 협의했다. 기본적으로 선산봉황시장의 영업 활성화를 위해 전통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판매하는 것은 기존의 당진 상생스토어와 같다. 하지만 전통시장 상인회가 시장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산물 판매를 요청해와 생선과 조개 등 일부 수산물을 구비해 시장 전체의 상품 구색을 보완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와 같은 날 문을 연 청년몰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년몰을 거쳐야 ‘노브랜드 청년상생스토어’를 찾을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했고, 상생스토어가 발행하는 전단에 청년몰 콘텐트도 함께 담을 계획이다. 또 청년몰·선산시장·상생스토어의 구매금액을 합산해 사은품을 증정한다. 사은품 비용은 이마트가 부담한다. 이마트 이갑수 사장은 “지난해 당진전통시장에 첫 선을 보인 노브랜드 상생스토어가 청년상인과 협의를 통해 더 나아진 형태의 상생모델로 진화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경제주체들과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1391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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