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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리더가 말하는 방법은…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자기가 하는 말의 종류·간결함의 정도를 늘 알아차리면서 말해야

▎사진 : 아이클릭아트
친구가 전화를 했다. 날씨도 더운데 맥주나 한 잔 하자고 했다. 이 친구는 골뱅이를 유독 좋아한다. 을지로 골뱅이 집에서 만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친구가 말했다. “요즘 사는 게 재미가 없다.” 순간 나의 직업병이 도졌다. ‘이 친구 뭐가 있구나. 힘든 일이 있나?’ 속으로 생각하다가 물었다. “무슨 일 있니?” 친구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냥, 술이나 먹자!” 난 튕겨나는 느낌이 들었다. ‘뭐야? 자기가 말해놓고 그냥 술이나 먹자니….’

술을 마시고 난 후에 차를 마시러 갔다. 친구가 또 말했다. “야, 정말 사는 게 재미가 없다!” 벌써 몇 번째다. 이 친구에게 뭔 일이 있는 게 틀림없다. “야, 너 무슨 일 있지? 무슨 일이야? 말해 봐! 고민은 털어놓으면서 해결되는 게 많아.” 친구가 대답했다. “그냥, 차나 마시자!” 난 또 튕겨났다.

‘그냥’이라는 말은 가장 혼란스러워

‘그냥’이라는 말은 혼란스럽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전화해서 말한다. “얘야, 별일 없니? 그냥 전화했다.” 며느리로선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이때 ‘그냥’은 ‘그냥’이 아니다. ‘그냥’이라는 말엔 정말 많은 의미가 깔려 있다. 용돈이 필요하다거나, 보고 싶으니 찾아오라거나, 내 아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걱정된다거나….

‘그냥’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자주 쓰면 관계가 망가진다. ‘그냥’이란 말에는, 말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알아주길 바라는 고약한 심보가 밑바닥에 깔려있다. 우린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스스로 알아주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걸, 꼭 말을 해야 아나? 척하면 삼척이지. 이심전심도 모르나?’ 그러나 말을 안 해도 알아주길 바라는 건 요행수를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말을 해도 못 알아들을 때가 오히려 더 많다.

얼마 전에 아내와 일산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하늘에 시커멓게 낀 먹구름을 보더니 아내가 말했다. “먹구름이 정말 예쁘네!” 내가 말했다. “먹구름이 예쁜 게 아니라, 지금 자기 기분이 좋은 거겠지.” 아내가 항변했다. “아니야, 보라고! 먹구름이 얼마나 예쁜데.” 내가 말했다. “먹구름은 예쁘지도 안 예쁘지도 않아! 다만 당신 마음이 예쁘거나 예쁘지 않은 거지.”

내가 아내에게 한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 순간에 꼭 필요한 말이었을까? 나는 정확한 내용을 알려주고 싶었지만, 그건 아내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다. 아내의 경치 감상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에 불과했다. 말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차가운 말도 있고 따듯한 말도 있다. 맞는 말도 있고 필요한 말도 있다. 어떤 말을 하는지에 따라 행복이 좌우된다.

대전 효심사 성담스님은 ‘덕분입니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스님은 ‘~때문에’라는 말 대신 ‘~덕분에’라는 말을 쓰는 게 인생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당신 때문에 못 살겠어’를 ‘당신 덕분에 행복해’로 바꾸어 말하자는 거다. “넌 도대체 누굴 닮아서 말을 그렇게 안 듣니? 너 때문에 못 살겠어!” 이런 말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가 행복하기는 쉽지 않을 거다. 엄마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서 자란 아이는 어떨까? “너를 보면 내 어릴 때 생각이 나서 흐뭇해. 널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단다.” 이쯤 되면 아이뿐만 아니라 엄마의 인생도 달라질 거다.

어느 교회 전도사가 ‘아이고, 죽겠다. 아이고, 미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목사님이 전도사를 불렀다. “전도사님, 제가 축복 기도를 해드릴까요?” 목사님이 전도사의 손을 꼭 잡고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전도사님의 소원을 들어주시옵소서! 우리 전도사님이 미치겠다고 합니다. 죽겠다고 합니다. 하나님, 우리 전도사님을 죽여주시옵소서! 우리 전도사님을 미치게 해 주시옵소서!” 그 다음부터 전도사는 두 번 다시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을 할 땐 두 가지에 주의해야 한다. 먼저,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인지,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인지, 상대방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인지, 기분을 좋게 하는 말인지….

어떻게 하면 젊은 사람들과 잘 통할 수 있는지 친구들이 자주 묻는다. “아무 말도 하지 마라.” 이게 나의 처방이다. 친구들은 말도 안 된다고 항변한다. “소통을 잘하고 싶은데 아무 말도 하지 말라니 무슨 궤변이야?” 난 또 말한다. “정말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잘하고 싶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말고 젊은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을 해라.” 이게 조금 더 친절한 나의 처방이다.

두 번째는 자기 말이 얼마나 장황한지, 간결한지 알아차려야 한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직장에서 특히 그렇다. 상사들의 말은 항상 길고 장황하다. 한참을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코칭을 할 때, 상대방의 말이 장황해서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 그땐 지금까지 한 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 달라고 요청한다. 이때도 한 문장으로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땐 지금까지 말한 내용을 ‘한 단어’로 말해달라고 요청한다. 자기가 할 말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없고, 한 단어로 말하지 못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그 정도로 자기 말이 의미심장하고 어려운 내용인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장황하게 말하는 상사들에게 묻는다. ‘이럴 때 과연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겠는가?’

자기 소리를 자기가 듣는 불교 수행법

이근원통(耳根圓通)라는 불교 수행법이 있다. 이근(耳根)으로 원통(圓通)한다는 뜻인데, 듣는 것으로 최고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말이다. 자신의 염불 소리를 자신이 직접 들으면서 염불하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수행법이다. 이 수행법은 자기 소리를 자기가 듣는 게 핵심이다.

나는 말을 할 때 내 말을 들으면서 말하려고 노력한다. 그게 잘될 땐 정말 마음이 평화롭다. 깊은 지혜가 생기는 것 같다. 강의할 때도 내가 하는 강의를 스스로 들으려고 노력한다. 그게 제대로 잘될 땐 최고의 반응이 나온다. 수강생들은 정말 편안해하고 즐거워한다.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깊이 있는 내용을 쉽고 재미있고 편안하게 전달하려는 내 목표가 달성되는 순간이다.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가 듣는 것, 이게 바로 리더십의 핵심이다. 자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것, 이게 바로 ‘자기 알아차림(Self awareness)’이다. 자기가 하는 말의 종류와 간결함의 정도를 항상 알아차리면서 말하는 것, 이게 바로 리더가 말하는 방법이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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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1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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