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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오른쪽으로 갈수록 왼쪽에서 멀어진다 

 

김종명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상대 입장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 자세 가져야... 양쪽 모두 바라보는 양면성의 지혜 필요

지난주에 대학원 수업을 종강했다.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많이 배운다. 이번 학기에도 역시 학생들을 통해 많이 배웠다. 학생들은 수업에 반응한다. 난 그 반응을 통해 배운다. 학생들은 새로운 내용을 알려주면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에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그런 반응을 통해 학생들이 어떤 걸 알고 싶은지, 어떤 내용에 만족하는지, 어떤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알게 된다. 학생들은 온몸으로 말한다. ‘교수님, 이렇게 강의해 주세요. 이런 식으로는 강의하지 말아주세요.’ 학생들의 이런 반응은 내겐 귀중한 가르침이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강의를 준비해야 하는지 이정표가 되기 때문이다.

유독 기억나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수업에 열심히 참여했다. 결석도 하지 않았고, 질문도 많이 했다.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아주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그런데 설명하면 잘 알아듣지 못했다. 난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학생은 수업 내용을 몰라서 질문하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과 다르면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질문하는 거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난 똑같은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서 설명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 사실을 알고 난 후엔 그 학생이 질문하면 짜증이 났다.

나는 108배를 할 때 ‘108 대참회문’이라는 비디오를 틀어놓고 절을 한다. 그 비디오에는 도움이 되는 가르침들이 있기도 하고, 비디오를 따라서 절을 하면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며칠 전 비디오를 따라 절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고집스런 사람에 대한 자비가 부족한 것을 참회합니다’라는 대목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왔다.

그랬다. 난 자비심이 부족했다. 그 학생이 고집스럽고 편협하다고 짜증을 냈다. 그 학생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고집의 덫에 걸려있었던 것이다. 그 학생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왜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내 생각만 반복해서 전달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리곤 고집스런 학생이라고 몰아세웠다. 내 고집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또 다른 고집’이란 생각이 떠올랐다. 많은 전문가가 걸려있는 덫이다. 칼럼을 쓰면서 이런 경험을 자주 한다. 어떤 주장을 반복적으로 지속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주장에 확신을 갖게 된다. 확신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지나쳐서 고집이 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자기는 주장하면서 다른 사람의 주장은 무시하는 꼴이 된다. 이른바 큰 목소리로 ‘조용히 합시다!’라고 떠드는 것과 같다.

고집스런 사람에 대한 자비

코칭 경험이 많고 코칭을 잘하는 선배가 있다. 그는 코치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에 대해 강조한다.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파워풀하다. 후배 코치들에게 조언한다.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문제는 조언하는 방식이다. 선배는 자기 방식이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후배들의 방식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혹독할 정도로 피드백한다. 피드백이 아니라 비난이나 비판으로 여겨질 정도다. 선배의 방법은 훌륭하지만 후배들은 받아들이길 꺼린다. 큰 소리를 지르면서 조용히 하라고 말하는 전달 방법 때문이다.

이 선배도 자기 고집의 덫에 걸려있는 것 같다. 코치가 갖추어야 할 핵심역량은 그 자체가 최종 목적이 아니다. 코칭을 잘하는 게 본질이다. 그런데 핵심역량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본말이 전도되었다. 코칭을 잘하는 게 본질이 아니라, 마치 코칭 핵심역량을 갖추는 게 최종 목적인 것처럼 여겨진다. 선배는 ‘코치는 핵심역량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한다’는 또 다른 고집의 덫에 걸려있는 것 같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 대해선 그만큼 문외한이 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른쪽으로 간다는 건 왼쪽과는 그만큼 멀어지는 것이다. 무언가를 정의한다는 건 다른 측면에서 보면 틀린 말이 된다. 어느 한 쪽의 생각을 선택한다는 건 다른 쪽의 생각은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고집스런 사람에 대해 자비’를 가지라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자신이 부리고 있는 또 다른 고집을 알아차리라는 뜻이다.

S기업 부사장에게 어떤 사람을 임원으로 승진시키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역지사지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너무 뻔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더니 부사장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사람들은 역지사지라는 말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한 게 아닙니다. 임원들은 자기 분야에서 인정받은 전문가들입니다. 동시에 그게 바로 그들의 최대 약점인데 그걸 모릅니다. 자기 전문분야 외에는 문외한인데 인정하지 않습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가인 것만 주장합니다. 다른 부서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다른 부서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갈등을 일으킵니다. 조직 성과를 헤치는 주범이지요. 반면에 다른 부서의 입장을 잘 헤아리는 사람들은 갈등을 넘어선 더 좋은 방법을 찾아냅니다. 서로 다른 생각들을 모으고 조정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것, 이게 바로 경영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역지사지할 줄 안다는 건, 갈등조정을 넘어서서 창조적 경영능력이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S기업 부사장에 따르면, 역지사지할 줄 아는 게 임원의 가장 큰 능력이라고 한다.

당신의 주장이 오른쪽이라면, 왼쪽은 무엇일까요?

코칭을 하다 보면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럴 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고 하면 불편해 한다. ‘내가 틀렸다는 겁니까?’ 이렇듯 사람들은 역지사지라는 말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묘하게도 역지사지라는 말의 밑바탕에는 ‘당신이 틀렸다. 그래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뉘앙스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역지사지를 해야 지혜가 생기는데 사람들은 역지사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가 고안해 낸 방법이 있다. 이른바 ‘오른쪽 질문과 왼쪽 질문’이다. 이렇게 묻는다. ‘지금 당신의 주장이 오른쪽이라면, 왼쪽은 무엇일까요?’ ‘지금 생각이 왼쪽이라면, 오른쪽 생각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은 당신이 틀렸다는 것을 밑바탕에 깔고 있지 않다. 가치중립적이다. 이 질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관점을 전환하고 자기 고집의 덫에서 빠져나온다.

어느 일방의 주장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고집이다. 이런 개념을 잘 이해해야만 자기 고집의 덫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보면 언제든지 틀렸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 이게 바로 양쪽을 모두 볼 줄 아는 양면성의 지혜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리더 절대로 바쁘지 마라] [절대 설득하지 마라] [코칭방정식] 등 다수가 있다.

1389호 (2017.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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