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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6) 아파트·오피스텔 청약률·계약률] 숫자 뻥튀기 … 맹신해선 곤란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청약 통장, 사람 매수해 건설사가 직접 나서기도 … 1순위 미달이면 청약 경쟁률 의미 없어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6월 20일 한강 메트로자이 오피스텔 견본주택 앞. 새벽부터 청약을 하기 위해 몰린 수요자로 긴 줄이 형성돼 있다.
6월 27일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일산 한류월드 유보라 더스마트’ 오피스텔 견본주택 앞. 오피스텔 청약이 시작된 이날 견본주택 앞에는 새벽 2시부터 200여 명이 줄지어 있었다. 청약을 위해 노숙도 마다하지 않았다. 청약 접수가 시작된 오전 9시쯤엔 100여 m가 넘는 긴 줄이 만들어졌다. 이보다 앞선 20일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한강메트로자이’ 오피스텔 견본주택 앞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날 견본주택 앞에는 문을 열기도 한참 전인 이른 새벽녘부터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오전 8시께 견본주택에 도착한 사람은 청약을 하려고 3시간 이상 줄을 선 채 기다려야 했다.

인기 상품에 사람 몰리는 건 당연

한강메트로자이처럼 요즘 분양하는 오피스텔 견본주택 앞에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오피스텔 청약을 위해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펴고 노숙을 하기 일쑤다. 대신 줄을 서 주는 ‘알바’도 성행하고 있다. 하룻밤 줄을 서 주는 대가는 통상 5만원이다.

오피스텔은 관련법상 꼭 견본주택에서 청약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인터넷 청약 시스템이 잘 갖춰진 만큼 인터넷으로 청약을 받으면 이런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비단 청약자만 편한 게 아니다. 분양회사 측도 인터넷 청약을 받으면 편하긴 마찬가지다. 비용도 견본주택에서 접수를 받는 것보다 적게 든다. 그런데 굳이 이런 수고를 하는 이유는 뭘까. 그 답은 청약률과 계약률에 있다. 청약·계약률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 힘은 기대 이상이다. 분양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도, 그 반대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청약·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장난’을 치는 것이다. 청약률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갖가지 수법을 동원한다. 따라서 청약자 즉, 수요자는 청약·계약률만 보고 투자를 하거나 계약을 해서는 안 된다.

어떤 시장, 어떤 상품이든 공급보다 수요가 많으면 해당 상품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게 마련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청약률이 바로 그렇다. 청약률이 높으면 당연히 공급 물량보다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아파트·오피스텔·도시형생활주택과 같은 주택은 물론 상가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건설회사들은 청약률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청약률은 다시 계약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분양대행회사인 엠게이츠 장원석 대표는 “별 생각 없이 청약을 했다가 당첨된 사람에겐 청약률이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친구 혹은 지인의 권유로 청약을 했는데 덜컥 당첨된 경우 청약률이 매우 낮게 나왔다면 계약을 포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반대로 청약률이 높으면 계약도 수월하게 진행된다. 이런 이유로 청약률과 계약률을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회사가 적지 않다.

최근 분양한 오피스텔이 인터넷 청약 대신 굳이 견본주택에서 청약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벽부터 견본주택 앞에 줄을 세우고, 이런 모습을 적극 홍보해 마치 이 오피스텔을 사면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꼼수다.

아파트는 인터넷 청약이 의무여서 이런 꼼수를 쓰긴 어렵지만, 그렇다고 모든 건설회사가 정직하게 청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3년 전 경기도 양주신도시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한 대형 건설회사는 1개 단지를 3개 단지인 것처럼 쪼개 청약 접수를 받기도 했다. 아파트는 1개의 청약통장으로 1개 단지만 할 수 있는데, 당첨자 발표일만 다르면 청약 날짜가 같더라도 청약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1개 단지지만 동별로 당첨자 발표일을 3개 나눠 1개의 청약통장으로 3번씩 청약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청약을 받는 단지가 지금도 종종 나온다.

계약률은 미분양 털어내는 데 도움

줄을 세우거나, 단지를 쪼개 청약을 받는 방법 외에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건설회사가 보편적 쓰는 꼼수는 청약 통장과 사람 동원이다. 직원이나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통해 청약통장을 사들이거나, 돈을 주고 사람을 모아 회사 차원에서 직접 청약을 하는 것이다. 통장이나 사람을 사서 청약하므로 가장 확실하고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회사 분양 관계자는 “서울 등 인기 지역에서는 사람을 동원하는 예가 거의 없지만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사람이나 청약 통장을 동원해 청약률을 높이기도 한다”며 “비인기지역은 청약률이라도 높여야 어느 정도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계약률은 남은 물량을 털어내는 데 활용된다. 아무리 인기 단지라도 청약 부적격 당첨자 등을 고려하면 미분양 물량이 10%가량 나오게 마련이다. 남은 이 10%의 물량을 털어내는데 가장 좋은 게 바로 계약률이다.

그런데 청약·계약률은 건설회사가 꼼수를 쓰지 않더라도 산정에 허점이 많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가령 오피스텔은 관련법상 한 사람이 2~3군(혹은 타입)에 청약할 수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청약 경쟁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아파트는 청약 1순위인지, 2순위 경쟁률인지 따져봐야 한다. 아파트 청약은 1순위자 접수 하루 뒤에 2순위 접수를 받는데, 1순위에서 미달해야만 2순위 접수를 받는다. 1순위에서 미달하더라도 2순위에서 마감되는 예가 많은데 그렇더라도 ‘청약 경쟁률 몇 대 1’이라는 속으로 홍보·광고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2순위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청약할 수 있으므로 청약 1순위에서 미달했다면 청약 경쟁률 자체는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2순위에서 청약자가 대거 몰리는 단지가 있는데 이런 곳은 대개 건설회사가 주변 중개업소 등 사람을 대거 동원한 것으로 의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시·도별 초기계약률(청약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계약)을 매 분기마다 공개하고 있고, 국토교통부는 매달 미분양 물량을 집계해 공개한다. 그러나 HUG의 초기계약률 통계는 분기별로 발표되고, 국토부가 공개하는 미분양 물량은 건설회사가 주는 자료를 바탕으로 하므로 계약률을 속여 미분양 물량을 축소 보고하더라도 잡아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분양 물량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주택 정책을 펴는 데도 유리하다”며 “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완해 보다 정확한 수치를 수요자에게 제공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1391호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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